백승종의 역사칼럼

백승종 역사학자
백승종 역사학자

소련의 지배자였던 스탈린은 강한 국가를 만든다면서 모든 권력을 자신의 수중에 넣었다. 1930년대 후반, 그는 잠재적으로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모든 사람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1917년에 그와 함께 공산혁명 대열에 섰던 ‘볼셰비키’도 예외가 아니었다. 얼마 후 많은 사람이 강제수용소에 갇혔다. 그들은 신체적 자유를 잃고 스탈린이 요구하는 대로 노동력을 제공하다가 탈진해서 쓰러졌다. 최소 700만 명, 최대 1,500만 명이 노예처럼 수용소에 갇혔다고 한다.

20세기 말, 러시아 역사가 로이 메드베데프는 스탈린의 범죄행위를 파헤쳐 후세에 이름을 남겼다. 그는 스탈린 시절에 권력에 의해 처형되었거나 굶어 죽은 사람 그리고 노동수용소에서 억울하게 죽은 이가 줄잡아 2,000만 명이었다고 추정했다. 그 밖에도 수천만 명이 감옥에 갇히거나 강제로 이주하는 운명에 놓였다고 한다. 

푸틴이 일으킨 우크라이나 침공, 이미 예견된 일 

공산주의든 무엇이든 독재자는 항상 이념의 깃발 아래 처참한 살육극을 연출한다. 20세기 후반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나 많은 지식인과 노동자들이 정권의 탄압에 시달렸던가. 지금도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서 그런 비극은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야당 당수에 대한 극한적 압수수색 소동을 보라.

1989년 동유럽의 공산 정권이 몰락하자 다수의 작가와 연구자가 스탈린 시대의 참상을 자세히 파헤쳤다. 자유란 아마 이래서 좋은 것 같다. 숨기거나 봐주는 것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 러시아에서는 독재자 푸틴이 대통령으로서 스탈린 시대의 영광을 동경하고 재현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제 러시아에서 과거사의 어둠을 밝히려는 노력은 불가능하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쏘비에트, 즉 구 소련의 영광을 재현한다는 미명 아래 모든 권력을 자신의 수중에 집중시켰다. 그를 반대하는 사람은 모스크바의 길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할 수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푸틴은 지난날 소련에 속하였던 이웃 나라를 쳐들어가 야금야금 정복전쟁을 벌이고 있다. 가령 2014년에는 크림반도에서 침략 전쟁을 일으켰고, 그밖의 여러 지역을 이미 되차지하였다.

2022년 2월에 푸틴이 일으킨 우크라이나 침공, 그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러시아에 또 다시 종속되기를 거부하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애처로운 독립운동을 펼쳐왔다. 그들은 서구 여러 나라와 교류를 확대하면서 '유럽연합'과 '나토'에 가입하기를 꿈꾸었다. 이와 같은 요구는, 독립국가인 우크라이나로서는 정당한 요구이다. 그러나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처절한 응징을 결심했고, 마침내 실행에 옮겼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원조가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우크라니아 정부와 시민의 독립의지가 굳건하다는 사실에 주목한 미국과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를 수호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파상적인 침략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 동안 버틸 수 있었다.

푸틴의 공격은 지구적인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는 서구에 대한 사이버 공격도 마다 하지 않는다. 이런 사태가 계속되면 머지 않은 장래에 미국이 이끄는 북대서양조약기구와의 러시아의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것이다. 지금 당장에는 서구와의 갈등이 러시아를 내부적으로 결속하고, 푸틴의 정치적 지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사태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러시아의 장래를 더더욱 어둡게 할 뿐이다. 

'신냉전' 시대, 대한민국의 평화와 안전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에서는 지난 1년 동안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일어났다. 독일처럼 군사력 증강에 무관심했던 나라조차 방위력을 키우려고 특별 예산을 편성하였을 정도이다. 유럽 여러 나라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을 수용해, 대전차 미사일을 비롯해 여러 종류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기 시작했다. 전쟁 당사국에게는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그동안의 원칙을 포기하고, 독일까지 팔을 걷고 나서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지원하고 있다.

이제라도 푸틴은 파렴치한 침략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가 보인 여러 가지 모습으로 미루어 볼 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앞으로 무장을 서두를 것이고, 러시이와 중국을 축으로 한 블럭과 서방세계라는 또 다른 블럭이 군비경쟁을 벌이면서 세계를 다시 양분할 수밖에 없다.

'신냉전'의 시대가 온 것이다. 이것이 단기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및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제3차 세계대전을 앞당기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서 어떤 계획을 마련하고 있을까. 그는 이런 문제도 압수와 수색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지, 참으로 한숨이 터져 나온다. 

/백승종 객원논설위원(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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