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어제는 장항선을 타고 대천에 내려와서 전주에서 올라온 막내 동생과 만나 보령시 대천동에 소재한 이문구 선생의 '관촌수필'의 배경이 되었던 보령시 대천동 관촌(冠村)리를 방문했다가 대천해수욕장에서 1박을 하고 올라가는 길입니다.

제가 제 고향 관촌에 대한 글들을 올리면 더러 이문구 선생의 작품 "관촌수필''의 배경이던 충남 보령시 대천동에 소재한 '관촌리'가 아니냐고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습니다. 저의 고향 관촌은 전북 임실군 관촌면(館村面)입니다. 원래 이 동네는 철도 공사를 하던 객사 마을이었다고 해서 ‘여관 관(館)’자를 붙여서 관촌(館村)이 되었다고 합니다.

임실 관촌은 섬진강 상류에 위치한 곳으로 푸른 물이 푸른 산을 적시는 산골 동네이며, 섬진강 상류인 오원천(烏院川) 기슭에 위치한 국민관광지 사선대로 유명한 곳입니다. 반면 충남 보령시 대천동에 소재한 관촌(冠村)은 '갈머리'란 마을의 한자 이름입니다. 그리고 임실군 관촌면은 면소재지인 반면, 보령시 관촌리는 부락 단위 마을입니다.

그러니 행정구역 규모로 보면 임실군 관촌면이 훨씬 넓으나 세상에 알려지기는 이문구 선생의 ‘관촌수필’이라는 문학작품 하나로 보령시 관촌리가 더 유명한 곳이 된 것 같습니다. 이게 문학의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어느 고장이고 간에 유명한 인물이 나와야 그 지방이 세상에 알려지는 거 같습니다. 이문구 선생의 "관촌수필"은 선생께서 해방부터 한국전쟁을 거쳐 새마을운동에 이르는 30여년 세월 동안에, 자신을 포함한 관촌리 사람들이 겪어낸 삶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일반적으로 소설이라고 부르지만, 전쟁의 와중에 집안이 몰락하는 작가인 자신의 이야기임이 밝혀져 있으며, 연작소설이라고 해도 소설들 간의 연결성이 적어서 그 형태와 구조가 수필 같은 특이한 작품입니다. 

저희 고향 관촌은 섬진강 푸른 물이 푸른 산을 적시는 산골인 반면, 이문구 선생의 '관촌수필'의 배경이 된 관촌리는 대천 앞바다(포구)를 배경으로 한 어촌마을이란 점이 서로 다른 점이지만, 저에게는 두 곳 모두 고향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곳이랍니다.

임실 관촌 산골에서 태어나 산과 강이 들려주는 정겨운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면서 관촌을 둘러싼 아름다운 산들을 바라보면서 요산(樂⼭)을 할 수 있어 덕자(德者)의 성품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섬진강 강물을 바라보면서는 요수(樂⽔)도 할 수 있어 지자(智者)의 기질도 배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덕(知德)을 겸비할 수 있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어촌마을 충남 보령 관촌을 방문하여 바다를 바라보면서 바다가 들려주는 지혜를 배우고 갑니다. 바다는 어머니가 자식에게 아낌없이 내어주듯이 자신이 품고 있는 수많은 보물들을 인간에게 내어준다는 사실에 어머님 품속 같은 자비(慈悲)심을 배웠습니다.

또한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르는 것처럼 바다는 각자 이름과 맛이 다르고 설령 오염된 강물이라도 분별이나 차별 없이 다 받아줌으로서 수많은 강물을 하나로 통합하여 하나의 짠맛을 낸다는 사실에 통합의 지혜도 배웠습니다. 

그리고 깊고 깊으며, 또한 넓고 넓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바다는 아무리 큰 비가 내려도 넘치는 법이 없고, 그렇다고 바다는 비에 젖지도 않는다는 사실에 부동(不動)의 지혜도 배웠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받아줄 것 같은 바다도 썩은 시체는 받아들이지 않고 송장은 뭍으로 밀어내며, 인간들이 버린 온갖 쓰레기도 뭍으로 밀어낸다는 사실에 청정(淸淨)의 지혜도 배웠습니다. 

끝으로 바다는 바람이라는 인연을 만나면 거친 파도를 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고요해진다는 것을 관찰하면서 인간의 번뇌가 파도처럼 솟아 올라도 차분히 기다리면 파도가 고요해지듯이 번뇌도 사라진다는 깨달음(覺)의 지혜까지 배우고 갑니다. 

/글·사진: 이화구(CPA 국제공인회계사·임실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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