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기사형 광고는 기사 형식을 띠고 있으며 편집상 기사와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자료사진)
기사형 광고는 기사 형식을 띠고 있으며 편집상 기사와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자료사진)

“기사들 사이에 광고를 내보내는 것으로 우선 1년 계약하지 않겠습니까?” 

“회당 금액을 높게 드릴테니 우리와 계약하지 않으시겠어요?” 

처음엔 잘못 걸려온 전화인 줄 알고 끊었는데 계속 비슷한 전화가 걸려왔다. 성가실 정도였다. 더구나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한 번도 없었던 전화였다. 뜬금없이 문의가 잇따랐다.

그런데 기사형 광고라니. 최근 기사형 광고가 크게 늘고 있다. 일반 광고에 비해 기사형 광고가 독자(소비자)의 신뢰와 인지도를 높이는데 유리하다고 보는 모양이다그러나 허위·기만·과장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 피해가 훨씬 더 크다

이 때문에 전화로 기사형 광고 게재를 거절했는데 아예 사람을 직접 보내 설득시키려는 경우도 있었다. 네이버와 다음의 포털 사이트 뉴스검색 제휴 통과(가입) 이후 이런 현상이 잦아졌다. 단호하게 거절하지 않으면 속기 쉽다. 

"기사형 광고에 속아  낭패...뉴스검색 제휴사 탈락 후 재진입 어려움" 호소 

한국언론진흥재단 자료 제공
한국언론진흥재단 자료 제공

그런데 그들이 제안했던 광고들은 이미 다른 일부 언론사 인터넷판 기사 속에 나부끼고 있었다. 이러한 사례는 서울은 물론 지역에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전혀 현실성 없는 내용과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텍스트와 동영상 등은 독자(소비자)들을 현혹시키기 십상이다. 독자들의 기사 검색 등 뉴스 이용에도 많은 불편을 안겨주고 있다.

더욱이 달콤한 기사형 광고의 유혹에 속아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검색 제휴 기준에 미달되는 평가(점수)를 받아 퇴출 등 낭패를 당하는 언론사들도 있다.

지역의 한 언론사 대표는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고 기사형 광고를 계약  후 실었다가 독자와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항의를 받았다”며 “그 뿐만 아니라 포털 뉴스검색 제휴사에서 탈락 후 재진입하는 데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실토했다.

이는 기사형 광고가 기사 형식을 띠고 있으며 편집상 기사와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잠재적 소비자인 독자들이 이를 기사로 오인해 의도되지 않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언론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인식 조사 “기사인지 광고인지 헷갈린 적 있다...71%"

한국언론진흥재단 자료 제공
한국언론진흥재단 자료 제공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미디어 이슈(Media Issue)> 9권 1호에서 이 문제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9명(89%)은 기사형 광고를 접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34%는 거의 매일, 40%는 2~3일에 한 번 접한다고 답했다. 

기사형 광고를 통해 자주 접하는 내용으로는 △건강식품, 기능성 식음료(성기능, 다이어트 등)와 같은 식품·의료(94%), △주식·코인 투자서비스, 보험상품, 금융상품(대출, ETF 등) 등 금융·보험(92%), △화장품·세재(89%), △의사, 수술법, 의료기관, 의약품 등 의료·의약·병원(88%), △아파트·오피스텔·상가 분양, 입지 등 건설·부동산(88%), △관광(87%) 등의 순이었다.

응답자 10명 중 7명(71%)은 자신이 본 내용이 기사인지 광고인지 헷갈린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인지 광고인지 혼동하게 만드는 주된 이유로 △편집방식 및 내용배치가 기사와 비슷해서(55%), △‘광고’, ‘AD’ 등의 표시가 없거나 눈에 띄지 않아서(51%), △내용 중간이나 끝에 ○○기자, 기자 이메일 주소, 칼럼니스트, 객원기자 등과 같은 기자를 연상시키는 표시가 있어서(35%) 등을 꼽았다. 

"중립성과 정보성에 대해서도 일반 광고보다 기사형 광고에 대해 부정적" 

한국언론진흥재단 자료 제공
한국언론진흥재단 자료 제공

또한 전반적으로 이용자들은 인터넷과 종이신문을 통해 접하는 일반 광고에 비해 기사형 광고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기사형 광고 내용의 신뢰성에 대한 부정 평가는 50%로, 일반 광고 38%보다 높았고, 객관성에 대한 부정 평가도 기사형 광고 58%, 일반 광고 46%였다. 중립성과 정보성에 대해서도 일반 광고보다 기사형 광고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이 높았다.

기사형 광고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소비자의 합리적 판단을 왜곡해서(84%), △소비자/독자를 기만해서(73.2%), △언론에 대한 신뢰를 하락시켜서(73.1%), △광고에 대한 신뢰를 하락시켜서(6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기사형 광고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잠재적 소비자인 독자가 기사형 광고를 ‘광고’로 분명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사형 광고에 ‘광고’ 표시를 의무화하는 안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응답자(96%)가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매우 동의 53.8%, 동의하는 편 42.6%). 기사형 광고 관련 리터러시 교육 실시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88%가 동의했다.

이 조사는 20대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로 밝혀졌다. 이처럼 기사형 광고는 독자와 전체 뉴스 이용자들은 물론 해당 언론사 이미지·신뢰에도 독이 될 수 있음을 잘 일러준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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