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오늘(5일)은 정월대보름날이라 저녁에 달 뜨는 시각에 맞춰 지역에서 주최한 대보름날 달집태우기 행사에 구경하러 왔습니다. 요즘같이 서양문화에 종속되고 서구화된 세상에서 매년 정월대보름날 실시하는 풍성한 달집태우기 행사는 잊혀져가는 우리의 민속 문화를 되새기고 우리의 소중한 문화 유산을 보전하는 중요한 역사적 사명이라고 생각됩니다.

달집태우기 풍습은 정월 대보름 무렵에 생솔가지나 나뭇더미를 쌓아 ‘달집’을 짓고 달이 떠오르는 시간에 맞춰 불을 놓아 ‘제액초복(除厄招福)’을 기원하는 우리의 전통 풍속이었습니다. 달집의 재료로는 솔가지가 보편적이고 이를 보조하는 화목(火木)으로 짚이나 나뭇잎, 생죽(生竹) 등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저녁 어둠이 내려앉자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였고 행사를 위해 설치한 무대 위에서 조명불이 밝혀지면서 개그맨 김병조 선생의 사회로 난타공연 그리고 유명 가수(윙크, 조항조) 분들의 공연과 이어지는 사물놀이패의 풍악놀이로 본 행사의 열기를 한껏 높이고 나서 달집태우기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달집태우기 행사의 본격적인 시작은 놀이공연이 끝나고 행사장 내에 우뚝서있는 큰 나뭇가지들 사이로 동쪽에서 둥근 보름달이 떠오르면 붉은 한복을 입은 어린이 둘이서 불씨를 나르면서 시작됩니다. 달집에 점화하는 행위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부정이 없는 정갈한 어린아이에게 불씨를 나르는 역할을 맡긴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금년 한 해의 무사안녕과 소원성취를 기원하며 불이야!!! 불이야!!!를 외치며 달집에 불을 지릅니다. 달집이라는 소망나무에 걸린 소원 쪽지도 함께 태우며 우리 모두의 소원성취를 기원하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소원을 적어 달집에 매달은 쪽지들도 활활 타오르는 달집과 함께 불길에 휩싸이며 불꽃의 향연도 절정에 다다르고 활활 타오르는 달집에서는 탁! 탁! 탁! 하며 요란한 소리를 내며 타오릅니다.

이렇게 소리를 나게 하는 이유는 달집 속에 대나무나 죽순을 넣으면 대나무 마디가 터지면서 내는 소리를 듣고 악귀가 놀라서 달아난다는 주술적인 사고가 깔려 있다고 합니다. 참석하신 분들은 신명나는 풍물소리에 한데 어우러져 우리의 민요 ‘강강수월래’를 부르면서 달집 주위를 빙빙 돌며 액운이 없기를 축원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활활 타오르는 달집을 향해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이라는 소망을 기원하였습니다. 저는 오늘 도시화로 명맥이 끊겼던 달집태우기 행사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의 향연을 바라보면서 가족의 소망 외에도 이 나라의 안녕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국태민안의 소망도 함께 빌었습니다.

오늘 체험한 이러한 행사는 오래도록 저의 기억에 남을 뜻 깊은 경험이 된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끝으로 여러분 가정에도 모든 질병과 액운이 사라지고 항상 건강과 행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글·사진: 이화구(CPA 국제공인회계사·임실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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