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 이슈

‘군민들의 여론을 대변하고 정치·행정 권력을 감시·견제하는 바른 지역언론’을 목표로 지난 2019년 창간한 완주지역의 풀뿌리 주간 언론인 완주신문이 발행이 중단되는 등 편집 기능이 사실상 마비돼 창간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주 1회 지면 발행과 인터넷을 통해 지역의 뉴스를 전달해 온 완주신문은 지난해 6월 이후 지면 발행을 중단한데 이어 지난해 12월 30일 이후부터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기사를 올리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그동안 많은 기대와 관심을 보여 왔던 지역 독자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폐기물 문제 등 환경 이슈 심층 취재·보도...‘이달의 좋은 기사’ 등 짧은 기간 풀뿌리 언론 ‘성장’

완주신문은 창간 이후 일간지들과는 달리 소소한 지역 이슈들도 깊숙이 파고들어 객관적이고 균형 있는 시각으로 취재·보도를 함으로써 많은 관심을 끌었다. 특히 폐기물 소각장 분쟁과 환경 문제를 적극 취재·보도해 지난해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과 시민들이 함께 선정한 ‘이달의 좋은 기사상’을 받는 등 풀뿌리 언론사들의 연대체인 ‘바른지역언론연대’에 가입할 정도로 짧은 기간에 지역의 풀뿌리 독립 언론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6·1 지방선거 과정에서 내부 이사회 및 편집국 사이에 편집방향 등을 둘러싼 갈등이 쌓이면서 지면 발행 중단에 이어 뉴스 생산 및 유통이 지난해 12월 30일을 마지막으로 현재 전면 중단된 상태다.
특히 완주신문의 편집인과 대표 기자를 맡아 편집국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유범수 전 편집인(기자)이 사퇴하면서 뉴스 취재 및 제작의 중단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며 실망하는 분위기다.
'완주군 상관면 의료폐기물 소각장 분쟁, 주민들 목소리 전달' 연속 보도로 지난해 ‘2월의 좋은 기사’에 선정되었던 유 전 기자는 3일 전북의소리와 전화통화에서 “지난 12월 사직서를 제출하고 현재 신문사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지면 발행 중단, 12월 30일 이후 인터넷판 기사 유통 중단...왜?
많은 기대 속에 풀뿌리 지역 언론으로 더욱 성장하리라 기대했던 완주신문이 왜 갑자기 뉴스 제작·유통을 중단했는지 내막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유범수 전 편집인(기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완주신문이 지난해 12월 30일 이후 인터넷판에서 뉴스가 보이질 않는다. 뉴스를 생산하지도 제작하지도 않은 것인지, 현재 어떤 상태인가?
“주 2회 발행되던 지면의 경우 내부 사정으로 지난해 5월까지 발행되다 6월 이후 중단된 상태이고, 인터넷 홈페이지는 지난해 12월 30일 이후 기사 업로드가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말 사직해서 그 이후는 잘 모른다.”
-사직 처리가 완전히 된 상태인가?
“그렇다. 지난해 사직서를 제출했고, 연말에 사직 처리가 됐다.”
-창간 이후 줄곧 취재 현장을 누비며 직접 뉴스를 생산하고 편집하여 유통시켜 오지 않았나. 그런데 왜 사직을 했는지?
“솔직히 아쉽지만 그동안 문제가 내부적으로 쌓여왔다. 특히 지난해 지방선거 기간에 심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이후 회사 상황이 어려워졌고, 매각설까지 나오면서 결국 12월에 접기로 마음을 결정했다.”
“일부 이사들 편집 개입 노골적...일선에서 많이 힘들었다”
-내부 사정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정을 말하는가?
“완주신문은 창간 이후 경영과 편집이 분리 운영돼 왔다. 그런데 지난해 지방선거 과정에서 일부 이사진의 편집권 관여가 노골적으로 이뤄져 갈등이 쌓이기 시작했다. 경영과 편집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고 일부 이사들의 정치 개입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면서 편집 일선에서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 신문을 독자들에게 돌려주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심각했지만, 사직서 제출 후 신문사를 나와서 그 이후의 사정은 잘 모른다.”
-창간 과정에서부터 이사회가 구성돼 그동안 잘 운영돼 온 것으로 아는데?
“초창기에 8명의 이사들이 구성됐으나 내부 사정으로 인해 6명으로 줄었다. 지금도 이사회는 구성돼 있지만 이사들 중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3명이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작은 신문사에 아무래도 이사들이 많고 직업군과 소속 단체 등이 다양하다보니 개인 회사(언론)와는 다르게 요구도 다양하고 복잡하다.”
-이사회가 있는데 왜 신문 발행과 뉴스 제작 중단 사태를 수습하지 않은 것인가?
“아마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찾고 있는 중인 것으로 들었다. 매각을 추진한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겠다.”
“독자들께 대단히 죄송...바지연 활동, 지발위 계획 물거품 아쉬워”

-뉴스 제작이 중단돼 많은 독자들이 궁금해하고 있다. 최소한 인터넷 홈페이지에 발행 중단 배경을 설명하고 사과라도 해야 하지 않은가?
“현재 신문사에 전혀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편집을 책임지고 일해 왔던 한 사람으로서 독자들께 정말 대단히 죄송할 따름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노력해 전국 풀뿌리 언론 연대체인 바른지역언론연대(바지연)에 가입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아마 조만간 바지연 측에서 규정에 따른 조치를 할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 그 부분은 정말 아쉽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우선지원대상에도 지원해 볼 계획이었는데 물거품이 된 것 같아 역시 안타깝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며 신문사와 독자들에게 바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창간부터 일했던 신문사를 사직하고 나왔으니 당분간은 조용히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하지만 완주신문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조만간 정상화가 되리라 믿는다. 다만 그동안 지켜왔던 건강한 풀뿌리 언론의 위상과 자존감은 계속 지켜주었으면 한다. 독자들에게는 거듭 사죄드리며 부디 건강하고 좋은 일만 가득하길 기원하겠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