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3년 1월 29일

내년 4월에 실시될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여론조사 공표·보도 금지기간 폐지가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선거 때마다 찬반 논쟁을 벌여왔던 선거여론조사 공표·보도 금지 문제를 놓고 학계와 언론계 등에서는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인 반면, 정치권은 반대 의견이 높아 그동안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폐지론이 거세다. 

선관위 ”현행 선거법, 국민이 정치와 선거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 지나치게 제한“

선거 투표 모습(자료사진)
선거 투표 모습(자료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는 지난 17일 선거여론조사 공표·보도 금지기간 폐지 등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 의견은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고, 유권자의 알권리와 참정권 행사를 보장하며 선거 절차를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개정 의견을 제출하면서 “현행 선거법은 국민이 정치와 선거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며 “이러한 시대적 지적을 토대로 선거법상 대표적 규제조항인 제90조 등에 대한 개정 의견을 2013년, 2016년, 2021년 세 차례에 걸쳐 제출하기도 했으나 법률개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현행 선거법은 선거일 6일 전부터 투표 마감까지 실시한 정당 지지도나 당선인 관련 여론조사 결과는 같은 기간 동안 공표·보도할 수 없게 돼 있다.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가 컸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08조 제1항은 "누구든지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 일의 투표 마감 시각까지 선거에 관하여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모의 투표나 인기투표에 의한 경우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하여 보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선거 막판 여론 지형 변화를 파악할 수 없어 이 기간은 ‘깜깜이 선거’, ‘블랙 아웃 기간’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선관위, 선거여론조사 '공표·보도 금지기간 폐지' 외에 '언론기관 주최 후보자 대담·토론회 개최 상시 허용' 개정 의견 제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월 17일 발표한 보도자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월 17일 발표한 보도자료

이와 관련 중앙선관위는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여론조사의 부작용(편승 효과 또는 열세자 효과)에 대한 우려로 공표·보도 금지 기간을 규정하기보다, 이를 폐지해 유권자의 판단·선택을 돕는 참고자료로서 활용성 및 유용성을 인정하려는 것”이라고 이유를 제시했다. 

앞서 중앙선관위는 2013년 이후 선거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기간 단축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을 세 차례 제출한 바 있지만 정치권의 반대 논리에 밀려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중앙선관위는 “시대적 요구와 헌재 결정을 반영하고, 불합리한 선거절차 개선을 위해 사회 각계각층에서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이번 개정의견을 도출한 것”이라고 부연해 논쟁에 다시 불씨를 지폈다. 

중앙선관위는 선거여론조사 공표·보도 금지기간 조항 폐지 외에도 선거범죄 공소시효 연장(현행 6개월→1년), 사전투표 기간 출구조사 허용, 언론기관 주최 후보자 대담·토론회 개최 상시 허용 등의 개정 의견도 함께 낸 상태다.

학계·언론계 “표현의 자유·알권리 침해”...폐지 주장

그러나 이에 대해 법조계, 학계, 언론계, 정치권 등의 시각이 엇갈린다. 그동안 금지기간을 설정한 이유는 ‘선거 일에 즈음하여 부정확한 선거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국민들이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 승산이 있는 후보에게 가담하는 효과)나 언더독 효과(Under dog effect, 열세자 편을 드는 효과)에 현혹되어 그 정치적 의사가 왜곡된다는 것’이 주된 이유로 제시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국민을 정치적으로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보지 않고 입증되지도 않은 밴드왜건 효과나 언더독 효과 등을 이유로 이에 현혹되는 국민을 국가가 후견하여야 한다는 가부장적 국가권위주의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게 법조계와 학계의 주장이었다.

게다가 선거여론조사 결과의 공표를 금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언론기관의 보도의 자유 및 국민의 선거 정보에의 접근권)를 침해한다는 이유 외에도 국민의 알권리를 막는다는 이유 때문에 언론계에서도 줄곧 폐지 주장에 힘을 실어왔다. 

정치권 “여론조사 100% 신뢰할 수 없어...반대론 우세” 

선거 투표함들(자료사진)
선거 투표함들(자료사진)

그러나 정치권은 반대 의견이 여전히 우세하다. 가장 주된 반대 논리는 “여론조사를 100%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국회의원은 이에 대해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이 일치하지 않고 여론조사 참여율과 결과가 제각각 달라서 정치인들이 대부분 신뢰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특히 여론조사 결과를 빌미로 편향되거나 왜곡된 보도를 함으로써 자칫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여론을 호도할 수 있기 때문에 반대가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지역 국회의원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정치권이 논의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의원들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연합뉴스가 지난 2020년 4월 9일 보도한 ‘[팩트체크] '6일간의 깜깜이' 여론조사 공개금지, 외국은 어떨까?’의 기사에 따르면 “세계여론조사협회(WAPOR·이하 협회)가 2017년 133개국에 대해 실시한 조사결과, 약 60%의 국가가 선거전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기간을 두고 있었고, 5%는 아예 선거전 여론조사를 금지하고 있다”며 “WAPOR의 조사 결과, 자유민주주의 체제 국가 가운데 '선진국'으로 불릴만한 나라 중에서는 금지기간이 없거나, 있더라도 한국보다 짧은 나라가 많았다”고 전했다. 

또한 “대표적으로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스웨덴,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네덜란드,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금기기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기사는 “스페인과 이스라엘이 각 5일(이하 선거일 포함), 프랑스가 2일, 노르웨이와 캐나다가 각각 하루를 금지기간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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