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설날이 다가왔습니다. 우리 전통에는 정월 초하루인 설날 외에 하루 전 날인 섣달 그믐날을 ‘까치설’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섣달'은 ‘설이 드는 달’인 음력 12월을 의미하고 '그믐날'은 그 달의 마지막 날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까치설이 생겼는지 찾아보니 확실한 근거는 없습니다. 단지 까치설은 '아치설'에서 왔다는 설(說)이 유력한 듯합니다. 여기서 '아치'는 '작은'이라는 뜻을 지닌 말로 그래서 설날 전날인 섣달 그믐날을 '작은설'이라고 부른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것도 여러 가지 설(說)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다음으로 삼국유사에서 연유한 게 아닐까 추정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삼국유사 기이(紀異) 사금갑(射琴匣 : 거문고집를 쏘다)조에 실려 있는 내용으로 신라 소지왕 때 왕비가 승려와 내통해 왕을 죽이려고 했으나 왕이 까마귀와 쥐, 돼지 등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구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 까마귀의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정월 보름을 까마귀의 제삿날이라 하여 찰밥으로 제를 지냈는데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온다는 주장인데 삼국유사에 나오는 한자는 분명하게 ‘까마귀 오(烏)’자로 '까치'가 아니라 '까마귀'로 나옵니다.

까치는 한자로 ‘까치 작(鵲)’자를 쓰고, 까마귀는 ‘까마귀 오(烏)’로 서로 다르게 존재하고 있고, 칠월칠석날 저녁에 견우와 직녀를 만나게 하기 위해 까마귀와 까치가 은하수에 놓는 다리를 한자로 ‘오작교(烏鵲橋)’라고 부르는 것처럼 까마귀와 까치는 분명히 다릅니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설날이 오면 흥얼거리던 이 동요는 1924년 일제 강점기 일본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었던 암울한 시절 새 날의 희망을 염원하며 조선의 어린이들을 위하여 윤극영 선생이 지은 동요 정도로 알고 있으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많은 주장과 유래가 있는 까치설에 대하여 어느 주장이 맞던 이 노래가 우리 민간 세시풍속으로 자리 잡은 까닭은 ‘아침에 집 앞에서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속담처럼 우리 민족은 예부터 까치가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해왔고, 그래서 설을 맞이하는 새해의 기쁨을 담은 동요에 까치를 등장시킨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섣달 그믐 까치 설날이 되면 이 노래가 더욱 흥겹게 들리는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 ♪♬

♪♪곱고고운 댕기도 내가드리고 ~

새로사온 신발도 내가신어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글·사진: 이화구(CPA 국제공인회계사·임실문협회원)

저작권자 © 전북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