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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참사’, ‘이란 실언’, ‘이란 설화’...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이후 일부 언론들이 사설에서 쏟아낸 표현들이다. 실망과 불안이 가득 묻어난다.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중에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한 발언의 외교적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가 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이날 UAE에 파견된 국군 아크부대를 위문 방문한 자리에서 나왔다. 당시 윤 대통령은 장병들에게 “우리의 형제 국가인 UAE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다.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다. 우리와 UAE는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말하면서 파문이 불거졌다. 

'바이든 비속어' 논란 이은 외교 참사...이란 외교 공방전, 미국과 상황 달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UAE 아크부대에 방문해 장병들에게 격려사를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UAE 아크부대에 방문해 장병들에게 격려사를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지난해 9월 대통령의 미국 뉴욕 방문 당시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비속어 발언 논란으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킨데 이어 연이어 발생한 외교 참사로 기록되고 있다. 특히 101개 기업 대표들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간 이번 순방에서 윤 대통령의 경솔한 발언으로 벌어진 이란과의 외교 공방전은 제대로 수습되지 않은 채 장기화 될 전망이다. 

미국 방문 때와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 설 명절을 하루 앞두고 21일 귀국한 윤 대통령을 향해 국내 일부 일간지 사설들에서 날선 지적과 대안이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관련 사설들을 통해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빚어진 이란과의 외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톺아보았다.

“이란에 성의 있는 설명과 양해 구해야...‘핑퐁 게임’ 해서는 안 돼“

경향신문 1월 20일 사설(홈페이지 갈무리)
경향신문 1월 20일 사설(홈페이지 갈무리)

경향신문은 가장 먼저 20일 ‘확산되는 ‘UAE 적은 이란’ 발언 사태, 윤 대통령이 풀어야‘란 제목의 사설에서 발언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이란이 주이란 한국대사를 초치(주재국 정부가 외교사절을 불러들여 입장을 전달)하자, 한국도 주한 이란대사 초치로 맞대응하는 등 외교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기류다“고 전한 사설은 ”한·이란 관계는 윤 대통령 발언 이전부터 살얼음판을 걸어왔다“고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랐다.  

그런 뒤 사설은 ”한국에 동결된 이란 석유 대금 70억달러 미지급 문제는 이란이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거듭 요구하는 사안“이라며 ”2년 전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것도 70억달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 탓에 현재로선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한 사설은 ”한국이 지난해 이란의 ‘히잡 시위’ 강경 진압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에 동참한 것도 민감한 현안이 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분명한 것은 이번 사태가 윤 대통령이 복잡하고도 민감한 국제적 이슈를 섣불리 언급한 데서 출발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런 만큼 한국은 이란에 성의 있는 설명과 함께 양해를 구해야 한다"며 "서로 ‘핑퐁 게임’하듯 입장 주고받기로 상황을 장기화시킬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말미에서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책임지는 자세로 해명하고 재발 방지 위해 노력해야“

한겨레는 21일 ‘‘경제외교’ 덮은 ‘이란 실언’ 후폭풍, 대통령 재발방지 노력을‘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역시 윤 대통령이 책임지는 자세로 해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사설은 먼저 ”21일 귀국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이 ‘이란 실언 후폭풍’에 뒤덮인 채 끝났다“고 운을 뗐다. 

이어 ”101개 기업 대표들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간 이번 순방에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경제 외교’ 성과를 내세우려 했지만 윤 대통령의 경솔한 발언으로 벌어진 이란과의 외교 공방전은 제대로 수습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사설은 특히 ”이번 순방을 상징하게 된 것은 윤 대통령의 말 한마디였다“면서 지난 15일 아랍에미리트에 파병된 아크부대 장병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한 대통령 발언을 상기시켰다. 이처럼 문제가 심각함에도 ”대통령실은 19일 ‘다소 이란 쪽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원인을 이란 쪽으로 돌리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사설은 ”‘바이든-날리면’ 비속어 파문 때처럼, 여권 정치인들은 대통령이 ‘무오류의 지도자’라도 되는 듯 옹호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나서 책임지는 자세로 해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해법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계속 키우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아...대통령 발언 더 신중하고 절제돼야“

중앙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문제를 지적할 정도다. ‘대통령의 ‘이란 설화’ 외교적으로 잘 매듭지어야‘란 제목의 사설은 ”윤 대통령 발언을 빌미 삼아 이란이 계속 감정적으로 대응하며 문제를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한국 외교부는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 이번 사안을 매끄럽게 속히 매듭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설은 ”아크부대를 방문하기 전에 알나하얀 UAE 대통령이 한국에 300억 달러(약 37조원) 투자를 약속한 상황이어서 윤 대통령은 매우 흡족했는지 UAE를 지칭하며 장병들에게 ’여기가 바로 여러분들의 조국‘이라는 말까지 했다“며 ”하지만 양자관계를 강조하려고 그 나라와 긴장 관계인 제3국을 끌어들인 화법은 외교적으로 적절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았고 자칫 당초 의도와 달리 득보다 실이 클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계속 키우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는 사설은 ”다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당사자가 있는 외교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더 신중하고 절제돼야 한다는 교훈을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깊이 새겨야 한다“며 ”말 한마디 때문에 세일즈 외교 성과가 퇴색한다면 국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국가와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대통령 되지 않기를... 

그러나 윤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인해 심각한 외교적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일부 언론들은 '대통령 순방의 외교적 성과'만 부추기는 흔적이 엿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 이후 해당 국가인 이란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6일 “외교적으로 부적절한 한국 대통령의 발언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 한국 외교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한국 외교부 등 정부 관계자들은 “이란과의 관계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으며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실은 19일 한국과 이란의 외교 갈등이 빚어진데 대해 “다소 이란 쪽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원인을 이란 쪽으로 돌리는 태도를 보였다. 여기에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통령 옹호 경쟁을 벌이고 나설 정도다. 

외교적인 문제를 야기한 대통령 발언이란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대통령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이번 외교 참사를 신속하게 수습하기 바란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국가와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대통령이 되지 않기를 많은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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