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전북 남원에서 나고 자란 김 전 회장은 전형적인 기업 사냥꾼이라는 비판을 들어왔다.“ 

”20대 때 전주를 거점으로 성장한 뒤 수도권과 호남 지역에서 불법도박 PC방을 운영하다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 변호사와 김 전 회장은 ‘전북 전주’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조사 받기도 전 출신 지역·성장 과정 지나치게 '부각'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주요 국내 언론들의 조명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의혹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그는 그러나 범죄 사실 여부와는 상관 없이 출신 지역이 지나치게 강조되거나 자극적으로 포장돼 보도되고 있어 우려가 높다. 

태어나서 성장하는 과정 등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표현되는 이른바 ‘낙인찍기 저널리즘’이 되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들이다. 특히 서울의 일부 언론들은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모습과 함께 ‘8개월간 도피’, ‘입국 후 압송’ 등의 제목 외에 ‘조폭 출신’, ‘전북 출신’, ‘남원 출신’ 등을 기사 외에 제목에서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사법당국의 본격적인 조사를 받기도 전에 이미 '범죄자'로 낙인을 찍어 보도한 언론들은 출신 지역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해당 지역에 대한 반감을 자극시키는 모양새다. 

세계일보 1월 17일 인터넷판 기사(홈이지 갈무리)
세계일보 1월 17일 인터넷판 기사(홈이지 갈무리)

세계일보는 이날 ‘입국 후 압송까지 혼란스러운 현장…김성태는 누구?’의 인터넷판 기사에서 ”이날 입국으로 8개월간의 해외 도피를 끝낸 김 전 회장은 지난 10일 태국 빠툼타니의 한 골프장에서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과 함께 현지 이민국에 붙잡혔다. 그의 입국은 검거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면서 ”전북 남원에서 나고 자란 김 전 회장은 전형적인 기업 사냥꾼이라는 비판을 들어왔다“고 전했다. 

또한 기사는 ”20대 때 전주를 거점으로 성장한 뒤 ‘바다이야기’를 비롯한 사행성 게임이 유행하던 2000년대 중반부터 수도권과 호남 지역에서 불법도박 PC방을 운영하다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며 ”김 전 회장의 기업 인수는 무자본 인수 합병 방식으로 이뤄졌다. 쌍방울 인수 직전에는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까지 알려지면서 주홍 글씨가 새겨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남원에서 자라 전주에서 성장?...주홍글씨“ 지역 거부·혐오감 부추기는 언론들

그러나 이 기사 중 ‘남원에서 나고 자랐다’는 점과 ‘전주를 거점으로 성장했다’는 표현은 앞뒤 맥락과 전혀 관련성이 없는 대목임에도 강조하거나 말미의 ‘주홍 글씨’와도 연계시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문화일보 1월 17일 인터넷판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문화일보 1월 17일 인터넷판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이날 문화일보도 ‘김성태, 조폭 출신으로 쌍방울 인수… 정·관·법에 문어발 인맥’의 인터넷판 기사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기업 회장직’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알려져 있다“며 ”그의 인생 대부분은 불법과 맞닿아 있으나 사업가로 변신한 뒤에는 정치·법조계 등으로 인맥을 확대해 왔다“고 보도했다. 

이어 기사는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북 남원 출신인 김 전 회장은 2000년대 전주 지역 조폭인 ‘전주 나이트파’에서 활동했다고 한다“면서 ”이후 상경한 김 전 회장은 서울 강남 지역에서 불법 대부업으로 돈을 모았는데, 5년간 대출액만 32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사는 ”그는 2010년 자금난을 겪던 쌍방울을 인수하며 사업가로 옷을 갈아입었다. 뒤로는 가장매매, 고가매수 등 시세 조종으로 347억 원대 불법 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기사도 과거 전력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보이지만 ‘남원 출신’과 ‘전주지역 조폭 활동’을 부각시킴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범죄 사실과는 달리 해당 지역에 대한 혐오감부터 갖도록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전북 전주 공통 분모', '전주고 출신', '군산 새만금 활동' 강조 

중앙일보 1월 17일 인터넷판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중앙일보 1월 17일 인터넷판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중앙일보는 이날 ‘김성태 변호인 '특수통' 유재만…KH 배상윤은 '친윤' 박찬호’의 단독 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의혹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배상윤 KH그룹 회장이 변호인단을 선임했다“면서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최근 법무법인 광장의 유재만(사법연수원 16기) 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 등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기사는 ”유 변호사는 2002년 대선 불법 정치자금 사건과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등을 수사한 이름난 ‘특수통’이다“며 ”유 변호사와 김 전 회장은 ‘전북 전주’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기사는 ”검찰은 김 전 회장이 과거 조직폭력배 집단 ‘전주 나이트파’에서 활동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유 변호사는 전주고를 졸업했다“고 강조했다.  

김 전 회장과 변호인이 ‘전북 전주라는 공통 분모'에 방점을 찍은 것도 모자라 ‘전주 나이트파’와 ‘전주고’를 중간에 연결시켜 보도한 것은 전형적인 ‘낙인찍기 저널리즘’을 연상케 할 정도다. 

YTN은 이날 저녁 ‘불법대부업에서 쌍방울 회장까지...김성태는 누구?’의 기사에서 ”'폭력조직', '불법도박', '불법 대부업', 그리고 '쌍방울'까지 모두 김성태 전 회장과 관련된 말들“이란 앵커 발언과 함께 ”김 전 회장이 어떻게 중견 기업인으로 급성장할 수 있었을까요?“라는 물음을 던진 뒤 기자의 리포트가 이어졌다. 

기사는 ”지난 2019년, 전북 군산에서 열린 새만금 시설 관련 준공식 옆으로 길게 서 있는 사람들 사이에 유독 키가 큰 한 남성이 박수를 치는 모습이 눈에 띈다“면서 ” 이 남성은 해외에서 도피 생활을 하다 최근 8개월여 만에 덜미가 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라고 당시 군산의 새만금 행사 장면을 부각시키면서 그를 소개했다. 

낙인찍기 저널리즘...'검찰공화국 언론'

YTN 1월 17일 뉴스 화면(캡처)
YTN 1월 17일 뉴스 화면(캡처)

이어 기사는 ”전북 남원에서 나고 자란 김 전 회장은 20대 때 전주의 한 폭력 조직에 몸을 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김 전 회장은 수도권과 호남 지역에서 불법도박 PC방을 운영하다 적발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많은 신문과 방송 등 주요 언론들은 김성태 전 회장을 언급거나 표현하는 과정에서 ‘폭력 조직’, ‘남원 출신’, 전주 성장‘, ’군산 활동‘ 등의 수식어를 달아 아직 수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낙인을 찍어 범죄자 취급을 하거나 특정 지역에 대한 거부·혐오감을 경쟁적으로 조장함으로써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검찰발 '낙인찍기'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는 '검찰공화국 대한민국 언론'의 웃픈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검찰, 남의 속 꿰뚫어 보는 ‘관심법’으로 죄 묻고 철퇴 내려치던 궁예인가“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17일 귀국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재명 대표를 모른다고 주장한 데 대해 “김 전 회장과 이 대표는 서로 알지 못한다고 이미 밝혔고, 대신 수임료를 받았다는 변호사 역시 의혹은 소설이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검찰은 김 전 회장의 다른 혐의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를 대신 내줬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해 수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허위 자작이란 것을 증명하는 진술서까지 있다”며 “대한민국 검찰이 언제부터 남의 속을 꿰뚫어 본다는 ‘관심법’으로 죄를 묻고 철퇴를 내려치던 궁예가 된 거냐”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검찰은 제거하려는 표적에 대해서는 증거도 필요 없이 관심법으로 수사하면서 보호할 대상에 대해서는 수사에 손 놓는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며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이름만 나오면 관심법으로 수사하고 어떻게든 짜맞춰 기소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고 검찰을 향해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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