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로 전국 대부분 지역 학교들이 존폐 위기에 서 있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교육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부재한 상황이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전북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학생 수 감소로 인해 폐교 위기에 내몰린 초등학교들이 해마다 급증하면서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학생 수 감소, 더 나아가 지역 소멸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파급 양태를 보이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9일 전북도교육청 및 일선 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올해 전북지역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1만 2,792명으로 1년 새 1,200여 명이 줄어 거의 10%가 감소한 가운데 이 추세대로라면 3년 뒤인 2026년에는 신입생 수가 9,401명으로 사상 처음 1만명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전북 ‘신입생 0명’ 초등학교 4곳...10명 미만 초등학교도 215곳 

JTV 1월 8일 뉴스 화면(캡처)
JTV 1월 8일 뉴스 화면(캡처)

이 바람에 해마다 2월이면 학교에서 졸업식이 열리고 3월엔 입학식이 진행돼 오던 연례행사마저 사라지는 학교가 늘고 있다.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2023학년도 신입생이 1명도 없어 입학식이 사라진 학교는 군산 어청도초, 신시도초 야미도분교, 임실 신덕초, 위도초 식도분교 등 4곳이다. 

이 중 신시도초 야미분교를 제외한 3개교는 이미 전교생 수가 0명으로 휴교 중이고, 신시도초 야미분교도 조만간 휴교가 될 예정이다. 졸업식이 없는 초등학교도 10곳에 이른다. 

군산지역의 선유도초, 신시도초 야미분교, 개야도초, 어청도초와 부안지역의 계화초, 장신초, 위도초 식도분교가 이에 해당되며 임실 신덕초와 운암초, 익산 왕궁남초 등도 올해 졸업식이 없다. 주로 섬 지역이 많고 농어촌 학교가 주를 이루고 있으나 도심 지역들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인 조출생률이 3.8명으로 전국 최하위인 전북은 7년 전부터 사망자가 신생아 수를 앞질러 지난해는 그 수가 2배를 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북지역 초등학교들 중 올해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임실 신덕초와 군산 어청도초 등 4곳 외에 신입생 수가 10명이 안 되는 초등학교 수는 무려 215개 학교로 전체의 50%를 넘어섰다.

“농촌 유학 통해 학행 수 늘리겠다?”...도심 학교들도 절반 이상 학생 확보 어려움 

전주MBC 1월 2일 뉴스 화면(캡처)
전주MBC 1월 2일 뉴스 화면(캡처)

출생률 감소는 곧 '학교 소멸'로 이어지고 이는 곧 '지역 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각 지역마다 학교와 해당 교육청은 다양한 학생 유치 방법을 고민하고 있지만 당장 마땅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농촌 유학을 통해서 학생 수 유입과 농산어촌 학교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힐 뿐, 그 이상의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전북지역 초등학교의 절반 이상이 학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존폐 위기에 몰렸다. 도심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로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2023학년도 전북지역 초등학교 가운데 신입생이 10명 미만인 215곳은 전체 학교(422개교)의 50.9%에 달하며, 이는 지난 2018년 신입생 10명 미만인 학교 170곳에 비해 5년 사이에 45곳이 증가한 수치다. 

또한 전교생이 60명 이하인 초등학교는 208개교로 전체의 48.8%에 달한다. 이 같은 초등학교 신입생 기근 현상은 비단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주시 6개교, 군산시 21개교, 익산시 25개교 등 전북의 대표 도시들도 이에 해당돼 초등학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도심 지역도 마찬가지다. 

지역 소멸 부추기는 학교 붕괴...통폐합만이 답일까? 

그러나 이러한 초등학교 붕괴 현상은 지역 소멸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이어진다. 학생이 적어 학교가 문을 닫으면 주민들이 교육을 위해 인근 도시나 수도권으로 이주하게 되고, 이는 곧 지역 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인구 이동 등에 따른 도내 인구 감소로 중학교 역시 상황은 초등학교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전북지역 중학교 중 전교생이 60명 이하인 학교는 211개교 중 85개교로 전체 40.3%에 이른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학교 존폐는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재학생들의 단체생활을 통한 교육과정 부재 역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북도교육청은 학생 수가 적은 학교들의 통폐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과밀지역 학교 신설과 구도심 통합운영 등 학령인구 대응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교육과 미래를 위해서 어떤 결정이 더 좋은지 머리를 맞대고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통폐합만이 해법이 아니란 얘기다. 전국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거시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교육통계자료에 따르면 1970년에 574만명이던 국내 초등학교 학생 수는 2000년에 401만명으로 감소했고, 2012년에는 295만명으로 300만명 선이 무너졌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266만명으로 감소했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초등학생 수가 절반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 지역마다 교육당국이 대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학생수 감소에 초·중, 중·고 통합 ‘이음학교' 공모 주목

연합뉴스TV 1월 4일 뉴스 화면(캡처)
연합뉴스TV 1월 4일 뉴스 화면(캡처)

학생 수 감소에 대응해 서울시교육청은 연초부터 초·중학교, 중·고등학교, 초·중·고등학교 등 급이 다른 학교를 통합하는 서울형 통합운영학교 '이음학교'를 공모해 주목을 끈다. 서울시교육청은 사립 중·고이음학교 1곳, 공립 초·중이음학교 1곳 등 2곳을 이음학교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사립 중·고이음학교는 공모를 통해, 공립 초·중이음학교는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학교 의견수렴을 거쳐 지정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지정되는 이음학교는 오는 9월 또는 2024년 3월부터 운영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음학교가 학교급별 교육자원의 통합과 공유, 현재와 미래의 연결, 학교와 마을을 연결하는 새로운 학교 유형으로 자리매김해 발전할 수 있도록 운영 모델의 개선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어느 지역이든 학교 통폐합에 반발...특색있는 교육과정으로 작은 학교 운영” 

그러나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다른 지역들은 고육지책으로 통폐합을 시도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다. 대부분 학교의 학생·졸업생, 학부모, 인근 지역주민 등이 통폐합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전북지역과 마찬가지로 학생 수 감소로 통폐합을 고민하는 대전시교육청도 담당 관계자는 “학교가 단순한 교육시설 기능을 넘어 그 지역의 구심점 역할 등 상징적인 의미를 갖다 보니 어느 지역이든 학교 통폐합에 대한 반발 여론이 있다”며 “아무리 외곽 지역의 작은 학교라도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에 임의대로 통폐합을 추진할 순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 당장 학교를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할 경우 종합적으로 통폐합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령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는 경북지역도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KBS대구총국 12월 28일 뉴스 화면(캡처)
KBS대구총국 12월 28일 뉴스 화면(캡처)

경북교육청은 학구 구분을 없앤 자유학구제를 통해 최소한의 학교 규모를 유지하면서 각 학교의 지리적, 문화적 장점을 살린 자생력 있는 학교를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당장 '지역 어르신을 마을 교사로 위촉하는 등의 지역과 협업을 늘리는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여 작은 학교에 가도 아이들이 충분히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잘 된다는 신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이처럼 점차 현실화하는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각 지역마다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대책들을 마련하느라 비상인 상황이다. 학교와 교육당국의 문제가 아닌 전 사회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국가와 지자체들도 적극적인 관심과 대책 마련에 동참해야 할 때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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