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터 시선
윤석열 대통령의 '선택·편향적 언론관'이 신년 벽두부터 실망과 불안을 안겨주고 있다. 윤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조선일보와 단독 인터뷰로 대체하면서 비판이 거세다.
특히 지난해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로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비난과 비웃음을 샀던 윤 대통령이 연초부터 특정 매체를 선택해 신년 인터뷰를 실시한데 대한 언론계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가장 보수적인 성향의 매체로 학계 등에 널리 알려진 언론이 대통령과 가장 우호적인 관계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어스테핑' 중단 후 한달여 만에 조선일보와 인터뷰..."편향적 언론관" 비판

조선일보는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2시간 가량 진행한 인터뷰를 2일 1면 등 많은 지면을 할애해 '대통령 신년 특집 인터뷰'로 내보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11월부터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중단한지 한 달여 만이다. 새해 신년사를 출입기자들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데 이어 신년 기자회견을 대체하는 성격으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함으로써 선택·편향적 언론관을 또 다시 드러냈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신년 기자회견 대신 조선일보라는 특정 매체의 질문만 받은데 대해 비판이 언론계 내부에서 비등하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 중 일부는 이날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대신 특정 언론사와 인터뷰를 사전에 진행하여 국정 방향과 소신 등을 밝힌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조선일보가 묻고 싶은 질문과 답변만 이뤄져 편향적이고 편협한 부분만 밝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5월 11일 첫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문답)을 시작해 주목을 끌었지만 6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전격 중단하면서 이러한 논란과 파장은 예고됐다. 국민을 대신한 기자들의 질문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비쳐지기에 충분했다.
이에 대해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11월 21일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기자들과의 도어스테핑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것과 관련해 성명을 통해 “도어스테핑 중단의 책임을 MBC에 떠넘기려는 태도”라며 “기자들 간 갈등 조장을 중단하고 MBC에 당장 사과하라”고 반발했다. 야권은 '언론탄압'이라고 비판하며 대통령실의 도어스테핑 중단 조치를 두고 여러 해석을 내놨다.
더욱이 비영리 국제 기구인 '국경없는기자회(RSF)'는 대통령 전용기에 MBC 취재진 탑승 배제 조치와 대통령 도어스테핑 중단 등 관련 상황에 유감을 나타냈다. 단체는 "가장 최고위 선출직이라 해도 자신에 대해 보도할 수 있는 언론을 직접 정하거나, 어떤 질문이 적절한지 결정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1985년 설립돼 세계 언론자유 보호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비정부기구이다.
MBC "언론 자유 헌법적 가치 훼손, 헌법소원 신청"...주목

앞서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 과정에서 MBC의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데 이어 순방 과정에서도 선택적 언론관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순방지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서 특정 언론사 기자 2명을 따로 불러 면담해 논란이 불거졌다.
"개인적인 일이고 취재에 응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대통령과 출입기자단 사이 관례화된 전용기 내에서의 순방 성과 관련 기자간담회는 열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적 대화를 미뤄두고 특정 언론 두 곳을 불러 사담을 나누는 데 치중했단 비판이 나왔다.
이러한 논란은 헌법소원으로도 이어졌다. 대통령실이 MBC 기자들에 전용기 탑승 배제를 통보한데 대해 MBC가 지난달 26일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금지 조치가 '언론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그 결과가 주목받지 않을 수 없다.
검찰식 통치·언론 플레이...멀어지는 국민의 눈과 귀
대통령의 이러한 선택적이고 편향적인 언론관은 오랜 검사 생활에 이은 검찰총장 출신이란 점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지난달 19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주최로 열린 ‘권력과 언론의 충돌 원인과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이날 권태호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권위적이고 위계질서가 엄격한 조직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채택은 고사하고 발언 자체가 힘들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대통령실이 출입기자단에 MBC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등 비상식적인 조처가 단행되는 배경에는 이런 경직된 문화가 작용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날 참석자들 사이에선 현 정부 검찰의 ‘언론플레이’가 점점 노골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무엇보다 '상명하복'을 중시하며 엄격한 조직문화에 익숙한 검찰식 통치와 언론 플레이라는 점에서 더욱 걱정과 불안이 크다. 검사가 수사와 기소라는 수단을 이용해 일종의 ‘언론 행위’를 하듯 최고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통치권을 이용해 선택적이고 편향적인 '언론 행위'를 한다면 국민의 눈과 귀는 점점 어두워지게 될 테니 말이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