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癸卯年) 새해 단상

지리산 정령치 아래 '삼산마을'에서 마주한 일출 장면.
지리산 정령치 아래 '삼산마을'에서 마주한 일출 장면.

2023년 새해가 밝았다. 계묘년(癸卯年)인 올해는 '검은 토끼의 해'다. 지혜와 평화, 다산을 상징하는 토끼는 절체절명의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특유의 기지를 발휘하여 목숨을 건지는 똑똑한 동물로 각인돼 왔기에 새해를 맞는 의미가 더욱 새롭다. 

하지만 금리 인상에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물가 등으로 어려운 경제와 불안한 안보 상황까지 에워쌓인 형국에서 맞는 새해다. 토끼의 지혜를 발휘해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한해가 되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소망한다. 

검찰공화국...진실·정의 살아있다고 보기 어려워 

되돌아보면 지난해 정권이 교체됐지만 여전히 '검찰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떨구지 못하고 있다. 시시때때로 불의와 거짓이 정의와 진실을 억누르며 불안과 갈등, 심지어 공포를 안겨주기도 했다.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 한복판에서 159명이 이유도 모르고 죽었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유족들을 오히려 모욕하고 있는 현실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정부가 그 책임과 의무를 방기함으로써 일어나서는 안 될 끔찍한 참사가 발생했음에도 주무 부처 장관은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일관하며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진정 진실과 정의가 살아있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연말, 한해를 정리하는 순간에도 뜻하지 않은 불안한 상황을 국민들은 목격하며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북한의 무인기 침공과 대통령이 강조한 '응징과 보복'은 공격과 도발 억제가 아니라 자칫 한반도를 무력 충돌로 이어질 '위험'으로 내몰았다. 

무엇보다 필요 이상의 무력 대응이 확전으로 번진 불행한 사례는 역사에서 수없이 많이 보아왔다. 올해는 토끼의 지혜를 빌려 좀 더 신중하고 절제된 언행과 대응으로 더 이상 불안과 공포 속으로 내몰지 않기를 많은 국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어둠 이겨낸 자만이 아침을...진실이 어둠 밝히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길  

전주시 건지산 정상에서 바라본 일출 모습.
전주시 건지산 정상에서 바라본 일출 모습.

어느 원로 역사학자는 절망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역사는 거대한 강물과도 같고, 그 흐름이 때로는 사필귀정으로, 때로는 새옹지마와도 같다"고 위로했다.  어둠을 이겨낸 자만이 아침을 맞는다고 했다. 결코 포기하지 말고 함께 의지하며 고난을 헤쳐나가면 밝은 세상, 희망의 세상을 다시 맞을 수 있으리라. 

돌이켜보면 '코로나 팬데믹'은 순식간에 일상의 작은 안녕과 평화를 깨트리고 말았다. 그로 인해 지구촌 전체가 낯선 세상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맸다. 다시 생각해봐도 아뜩하고 험난했다. 집밖을 나설 때마다 마스크를 쓰고, 사람을 피해야만 했고, 격리된 장소에 머물며 거의 모든 사회 활동이 '비대면'의 틀 속에 갇히지 않았던가. 

그러나 우리는 한 번도 겪지 못한 팬데믹의 위험한 상황과 위기의 재난 속에서도 잘 견디며 힘들게 걸어왔다. 안보 위기와 경기 침체 등으로 국민들 삶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토끼의 지혜를 발휘해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는 2023년 한해가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하자. 무엇보다 진실이 어둠을 밝히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올 한해가 되길 진정으로 소망한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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