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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27일 발표한 성명
참여연대가 27일 발표한 성명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을 앞두고 취임 이후 두 번째 특별사면을 단행할 방침이지만 ‘정파적 이익을 위한 사면권 남용’, ‘법치주의 파괴’란 비난이 거세다.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막는 사면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눈 주장도 제기됐다. 

특히 횡령·뇌물 등 혐의로 징역 17년 형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근 건강 문제로 형집행정지 상태였다가 다시 사면 복권 대상에 포함된 대신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복권 없이 남은 형만 면제하는 등 여야 정치인과 박근혜 정부 당시 주요 고위 공직자가 대거 이름을 올려 더욱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명박, 사면으로 15년 잔여 형기뿐 아니라 내지 않은 벌금 82억원도 면제...“지나친 특혜”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이 포함된 1,373명의 특별사면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 광복절 특사 이후 두 번째 사면이다. 

이들 중 여권 인사로는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최경환 전 국회의원이 사면대상에 올랐고 보수단체를 불법 지원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의혹에 연루돼 징역 1년형이 확정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정치 공작에 연루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국정원 특활비 상납의혹에 연루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원장 등도 이날 사면심사 대상에 포함됐다. 

야권 인사로는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전병헌 전 의원이 사면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 강운태 전 광주시장, 신계륜 전 의원도 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경우 미납 추징금을 면제해 주는 사면안이 예상됐으나 이날 심사 대상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사면에 포함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94억원의 뇌물수수와 252억원의 횡령 혐의 등으로 징역 17년과 벌금 180억원·추징금 35억원을 확정받았는데 1년 8개월 동안 복역한 그는 건강 문제로 형 집행이 정지돼 치료를 받다가 이번 특사 대상자가 됐다는 점에서 특혜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번 사면으로 그는 15년의 잔여 형기뿐 아니라 아직 내지 않은 벌금 82억원도 면제받는다. 그러나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이 확정돼 복역 중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경우 가석방 불원서 등을 공개하며 사면에 반대했지만 복권 없는 사면이 이뤄져 형평성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지난해 말 문재인 정부의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돼 벌금 150억여원을 내지 않은 상태에서 형과 벌금이 모두 사면됐다. 

"유권무죄 무권유죄,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행 

윤 대통령과 정부는 이번 사면을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특혜·형평성 시비는 물론 ‘유권무죄 무권유죄’,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이 다시 유행할 정도다. 

게다가 이번 사면에는 윤 대통령이 과거 지검장 시절 수사했던 인물들이 다수 포함돼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사면 대상에 포함된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외교안보라인의 실세로 불렸던 인물인 데다 지난 10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지 불과 두 달 만에 형선고가 실효됐다. 

더욱이 형선고 실효는 선고 자체의 효력이 없어져서 사면 이후에 선거권이나 피선거권 제한이 없어 공직을 맡는데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다. 김 차장은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기획관을 사임하면서 국가정보원과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됐다. 그런데 김 차장이 연루된 당시 사건의 수사팀이 있던 서울중앙지검의 지검장이 윤 대통령이었다는 점에서 시선이 곱지 않다. 

윤 대통령 과거 지검장 시절 수사했던 인물들 사면...“내맘대로 사면, 국론 분열 사면” 비판 

또한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MB 청와대를 대대적으로 수사했으나 이번 사면에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비롯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안봉근·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 등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들이 많이 포함됐다.

당시 국정농단 사건의 수사를 맡았던 박영수 특검 아래에서 수사팀장으로 맹활약했던 윤 대통령은 바로 그 공로를 인정받아 문재인 정부의 첫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고 이후 검찰총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런데 검사 시절 스스로 수사한 피의자들을 대통령이 된 이후 다시 풀어준 것이나 다름없게 돼 민주당 등 야권이나 시민단체에서 강도 높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이번 사면과 관련해 "이명박 부패세력과 박근혜 적폐세력을 풀어준 묻지마 대방출 사면”이라며 “특히 국민 정서는 안중에도 없는 내맘대로 사면이자 국민 통합을 저해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사면"이라고 성토했다. 

”대통령 사면권 제한하고 남용 막는 사면법 개정 필요“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27일 ‘이명박 사면은 법치주의 파괴다’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명박을 결국 특별사면했다. 또한 김기춘, 우병우 등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국기문란 범죄를 저지르고 국정 농단을 서슴지 않았던 인사들까지 대거 사면복권됐다“면서 "이번 사면은 국민이 대통령에 위임한 사면권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악용한 것으로, 민주질서를 훼손한 범죄자를 사면함으로서 법치주의를 파괴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참여연대는 “제왕적 권력 행사의 상징이 된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해야 할 필요성이 또다시 확인됐다”며 “뇌물 등 권력형 범죄와 배임, 횡령 등 기업범죄를 사면대상 범죄에서 제외하는 등 특별사면의 범위와 대상을 엄격히 제한하고, 사면심사위원회의 구성을 다양화하며 투명성을 강화해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막는 사면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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