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12월 22일은 첫 번째 설날 동지(冬至)입니다. 절기상으로 보면 24절기의 스물 두 번째 절기인 동지(冬至)는 겨울의 끝에 이른다는 말이랍니다. 동양에서는 동지를 지나면서부터 해가 길어지기 때문에 한 해의 시작으로 여겨 ‘작은 설’(까치 설날)이란 뜻의 ‘아세(亞歲)’로도 불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동지를 새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팥죽을 먹으면 한 살을 더 먹는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우리 전통에는 네 개의 설날이 있습니다. 그중 첫 번째 설날이 동지가 되는 셈입니다. 동지는 음(陰의) 기운이 양(陽)으로 바뀌는 첫 날이라 음양(陰陽)의 기운으로 볼 때 첫 번째 시작되는 설날인 셈입니다.

그래서 동지가 지나면서부터 해가 길어져 양(陽)의 기운이 다시 강해진다고 하여 예로부터 동짓날엔 양(陽)의 기운으로 음(陰)의 기운인 병마를 쫓길 바라며 붉은빛의 팥이 들어간 음식을 먹는 풍습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설날은 ‘양력 설’이 있습니다. 태양력에 따른 설날로 신정(新正)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양력 설은 전통적인 세시풍속인 음력 설(음력 1월 1일)인 구정(舊正)을 대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1896년에 태양력이 도입되면서 양력 설이 처음 생겨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재 한국에서 양력 설은 일반 국민들이 지내는 설날이라기보다는 공식적으로 1년이 시작되는 날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신년사나 시무식 등이 양력 설인 1월 1일에 기념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설날은 음력으로 쇠는 음력 설로 음력 정월 초하루를 새해 명절로 이르는 말입니다. 음력은 달의 차고 기움을 기준으로 달(月)을 나누고, 계절의 변화를 기준으로 해(年)를 나누는 역법입니다.
음력(陰曆)은 오랫동안 우리네 삶의 질서를 일구어온 시간 체계입니다. 그래서 일할 때와 놀 때, 신에게 제사를 올릴 때를 정하는 시간 체계는 모두 음력이었습니다. 중국을 비롯한 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중국과 인접한 동남아시아 거의 모든 나라들이 음력 설을 쇠고 있습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인류 최초의 문명국가들이 모두 음력을 사용했기 때문에 음력 설이 생겨난 셈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족학자 분들도 설날의 유래를 정확히는 알 수 없다며 삼국사기에 나오는 백제사에서 찾는 것 같습니다.
백제 고이왕 5년(서기 238년) “춘정월(春正月) 천지신명께 제사를 지낸” 내용을 국내 기록으로는 최초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보면 당시에는 정월을 봄(春)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동지가 지났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끝으로 마지막 네 번째 설날은 24절기 중 첫 번째로 시작되는 입춘(立春)을 절기상 설날로 보는 것입니다. 입춘(立春)은 봄이 시작되는 시점인 셈입니다. 사주학(명리학)에서 새해의 시작을 음력 1월 1일인 음력설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사실은 봄이 시작되는 입춘(立春)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 내년 같은 경우 입춘이 시작되는 절기로 들어가는 날이 2월 4일이기 때문에 그때 이후로 태어난 아이부터 검은 토끼띠가 되며, 내년에 태어나더라도 2월 4일 이전에 태어난 아이는 2022년 임인년(壬寅年)의 검은 호랑이띠가 되는 셈입니다.
설날이 네 개나 되어 복잡한 게 아니라 중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사람들이 지혜로웠던 겁니다. 무속 전문가의 말씀에 따르면 고조선 시대에는 동짓날을 원일(元日, 초하루)로 정해서 이날이 개천기원절(開天紀元節)이라고 했다는데, 불가의 기록과 많이 유사한 내용입니다.

원측스님이 저술한 입당구법순례기에는 “오늘은 동지다. 승려와 속인이 서로 하례(賀禮)를 나누었고, 승려들도 서로 절을 하고 동지를 축하하는 말을 하면서 인사했다."라고 기록되었고, 또한 중국의 승려가 외국의 승려를 만나면 ‘오늘은 동지입니다. 스님께서도 만복을 받으시고, 하루빨리 본국으로 돌아가 오랫동안 국사(國師)가 되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라는 구절이 전한다고 하니, 당시 중국사회에서도 동지는 큰 명절임이 분명한 거 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글·사진: 이화구(CPA 국제공인회계사·임실문협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