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길 위에서'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살아갑니다. 남명 선생이 말했습니다.
“내 평생 잘한 것이 있다면, 죽으면 죽었지 구차하게 남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사제지간으로, 부모 형제 혹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또는 동업자라는 이름으로 여러 형태의 만남 속에서 우리들은 그 때 그 때마다 삶을 규정 짓고, 그 나름대로의 규정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렇다며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요?
중요한 것은 우리들 모두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살지만 결국은 혼자라는 사실입니다. 사랑은 하고 공경은 하되 사사로운 이익 때문에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남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간다는 것,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러나 그렇게 살아야지요.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산다는 것은 자신에게 부여된 일을 온전히 하고 타인에게 전가하지 않으며, 그것이 나를 기쁘게 하면서도 타인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산다면 세상이 저절로 평화로워질 것인데.
'세상의 근심을 먼저 근심하고 나의 즐거움은 나중에 누린다.'

범중엄의 '악양루기'와 같이 살지는 못하더라도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라는 그 기본을 망각하고 나와 내 가족만을 생각하는 현실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은 아닐까요.
기쁘면서도 쓸쓸하게 해주는 자연 앞에서.
/글·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
신정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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