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최근 윤석열 정부와 언론 갈등이 커지는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 총회 중 했던 욕설 및 비속어 문제를 보도한 MBC와의 갈등을 시작으로 여러 언론과 갈등은 언론탄압의 조짐을 보인다.
현재의 언론 상황에 대해 의견을 들어 보고자 지난 11월 30일 서울 프레스센터 내의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났다. 다음은 윤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가 민주공화국으로서 유지될 수 있느냐의 문제”
-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언론의 갈등이 있어요. 가장 큰 게 MBC죠. 지금 상황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언론 자유뿐만 아니라 과거 박근혜 정권 탄핵 국면 때 수많은 시민이 요구했던 '더 이상 죽지 않게 해달라'는 요구, 또 그것을 위해서 '사회 공공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들이 있었잖아요. 윤석열 정부 들어서 그 요구들과 반대로 공공성 해체를 시도하는 것 같아요. 공적 영역의 해체를 통해 그런 목표 실현하려는 것 같고 그런 목표들을 실현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게 언론의 견제와 비판과 감시이죠. 그걸 무력화시키기 위해 최근 언론자유의 문제와 관련한 충돌들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조건에서는 저희가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할 수밖에 없죠. 이건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가 민주공화국으로서 유지될 수 있느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론자유는 이념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에 MBC를 겨냥한 전용기 취재 배제 또 추가 징계 요구, 광고 탄압 요구 줄줄이 있었잖아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언론노조를 포함해서 현업 언론인들 대다수가 국민의힘 쪽에서 맨날 친 언론노조라는 말도 안 되는 마타도어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던 사진기자협회, 여성기자협회 그리고 언론노조와 대척점으로 보수언론이 주도하는 신문협회, 또 방송 사용자들의 모임인 방송협회까지 언론자유 위축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했잖아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를 할 거냐 말 거냐에 대한 질문을 모든 언론이 하고 있다는 건 윤석열 정부의 언론관과 국정 철학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는 거라고 봅니다.”
“최고의 공인인 대통령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그런 발언과 말실수 안 했으면 그뿐”
- 이명박 정부 때와 비교해 보면 어떤가요?
“1987년 이후에 언론자유가 계속 확장되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 급격하게 위축됐어요. 그때 이른바 YTN을 시작으로 MBC 해직 사태를 포함한 공영방송 장악 시도 또 KBS 문제 등이 다 엮여 있었잖아요. 그 과정의 핵심을 파고 파고 들어가 보면 결국 권력의 의지에 반한 취재하는 언론은 응징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당시에 이른바 대대적인 탄압 국면이 진행됐었죠. 이번에 여소야대 국면이어서 그 속도가 다소 느릴 뿐이지 벌어지는 상황은 아주 대동소이하고 거의 똑같죠.”
- 여소야대가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세요?
“법 개정이 필요 없는 YTN 민영화 문제 같은 것은 대단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요. 또 국민의힘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서울시 의회에서는 설립 조례 폐지안이 통과가 돼버렸잖아요. TBS 재정 지원을 중단해서 사실상 없애는 거죠. 그러나 MBC, KBS를 포함한 다른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법률 개정이라든지 이사회 장악 같은 것들은 지금 현행법 구조하에서 뽑힌 이사회 구조가 유지가 되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거죠. 그래서 제가 다소 시간이 걸린다고 보는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차적으로 권력의 의지를 갖고 진행하리라고 봐요.”
- 지금 문제의 원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언론관 때문일지 아니면 참모들의 문제일까요?
“둘 다죠. 대통령의 언론관은 지금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너무 편협하다거나 너무 구시대적이라는 것들을 지적하고 있잖아요. 예를 들어서 MBC 전용기 취재 제한 조치라든지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 통해서 MBC를 징계하자고 요구하는 건 대단히 비상식적이죠. 그러니 언론자유 문제에 대해 해외에서도 비난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죠.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씨의 사적 지인을 순방 과정에 대동한다는 보도를 MBC가 했잖아요. 또 미국 순방 과정에서 비속어 및 욕설 파문도 MBC가 먼저 해서 쟤네들이 의도를 갖고 한 거라는 판단을 하는 것 같습니다. 말 안 되는 인식이죠. 150개 가까운 언론사가 다 보도한 사안입니다. MBC를 악의적이라고 비난하기 전에 문제의 근원은 대통령에게 있는 거죠. 최고의 공인인 대통령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그런 발언과 말실수 안 했으면 그뿐인 거예요. 근데 원인을 다 제공해 놓고 ‘너희들 때문에 이렇게 됐어’라고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인 거죠.”
- 윤 대통령은 그런 발언 안 했다는 건데?
“대통령이 직접 이걸 ‘가짜 뉴스’라고 공격했단 말이에요. ‘가짜 뉴스’라는 표현은 트럼프가 비판 언론의 입 막을 때 한 말이에요. 저는 ‘가짜 뉴스’라는 표현을 쓰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사람들 말을 그대로 인용하더라도 그러면 ‘그래 좋다. 가짜 뉴스라고 너희들이 규정을 했으면 진짜 뉴스는 뭐냐?’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그건 또 말을 못 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걸 보도한 언론사는 사실 보도를 안 했다고 주장을 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계속 말이 꼬이고 있어요.
그러면 참모라는 사람들은 쓴소리를 해야 되잖아요. ‘대통령님, 이것은 언론 자유의 문제, 민주주의의 근본과 맞닿아 있는 요인이기 때문에 이렇게 대응하시면 안 됩니다. 털 건 털고 자를 건 자르고 사과할 건 사과하고 다음 스텝으로 나가셔야 됩니다.’라고 진언해야 되는데 그렇게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다 드러난 거예요.”
“대한민국 보수세력, 민영화에 대한 환상...공영방송은 공공성이 훨씬 더 중요”

- 지금 공영방송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지난 4월에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이 있어요. 개정안이 현재 MBC, KBS 현재 이사회 구조가 9명, 11명으로 돼 있는데 이사회를 양당이 다 추천하니까 양당 간의 대립 구도가 공영방송으로 그대로 옮겨와서 서로 장악하는 구도 때문에 갈등이 끊이지 않는 거죠. 그러면 이걸 고쳐야 될 거 아닙니까. ‘정치권이 왜 공영방송 이사 선임의 권한을 국민의 허락도 없이 행사하느냐, 그거 내려놔라’는 지적이 오랫동안 계속돼왔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25명으로 만들고 거기 정치권 비중을 대폭 3분의 1 이하로 줄이는 방식으로 구성했었어요.
근데 이번에 국회 법안소위에서 처리하면서 그걸 21명으로 줄였더라고요. 누구 몫을 뺐나 보니까 정치권 몫을 좀 더 줄이고, 종사자 대표 몫이 있었어요. 종사자 대표라고 하면 통상적으로 공영방송 조직 내에서 교섭권 가진 대표 노조예요. 그게 빠진 거예요. 그 조항을 두고 자꾸 언론노조 장악법이라고 국민의힘이 공격하니까 민주당에서 뺀 것 같아요. 저희는 화나지만 오히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강화하고 시민 참여가 보장되는 방식으로 간다면 그것도 감내하겠다. 감수하겠다고 했죠.”
- 근데 국회에서 법안 처리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소용없는 것 아닌가요?
“저희는 민주당 편들 생각도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았습니다.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가지고 징벌 배상 추진하고 할 때 가장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고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게 언론노조잖아요. 잘 아시잖아요. 지금 법사위원장 하는 김도읍 의원의 경우는 그때 저한테 ‘언론노조 위원장님 손 꼭 잡고 언론자유 지킵시다’라면서 손잡았었습니다. 또 우리 언론중재법 당시 토론회에는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 언론노조에 토론자로 나와서 토론도 했어요. 그런데 이제와서 언론노조 영구 장악법이라고요? 양심들을 좀 갖고 얘기를 하라고 하세요. 이런 양심 불량들이 어디 있습니까?”
- 지금 계속 MBC, YTN 민영화 얘기가 계속 나오잖아요. 특히 국회 과방위 여당 간사(박성중)는 공공연히 ‘MBC는 민주노총에 의한 노영방송이다’라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저는 이 사람들의 오래된 국정 철학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대한민국 보수세력이 민영화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 ‘자유가 확장된다’라고 하는데 그것이 가진 사람들의 자유를 넓힐지는 몰라도 대다수 시민과 노동자들은 그 속에서 오히려 속박당하고 겁박당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거죠. 특히 공영방송과 공영 언론은 언론사라는 특징 때문에 그 공공성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여론 시장을 한번 보세요. 미디어 시장을 보세요. 이미 통신 재벌들 다 들어와 있고 해외 거대 자본들이 OTT를 기반으로 다 들어와 있고 특히 보도 영역에 있어서는 이명박 정부 때 조중동 족벌신문에 방송까지 주어졌지 않습니까. 그래서 여론 시장이 엉망이 됐죠. 그런데 남아 있는 공영방송마저 민영화시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것은 그냥 민영화 논란이 아니라 국민 생존권에 관련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계속 죽어 나가고 있고 일 년에 몇천 명씩 죽고 있는 산업재해가 재앙적 수준입니다. 재벌 언론사, 재벌 방송 생기면 그거 똑바로 보도되겠어요? 이건 심각한 문제죠. 그래서 이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다뤄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MBC 광고주 압박하는 발언, 시대착오적 생각”
- 국민의힘 비대위원인 김상훈 의원은 17일 비대위 회의에서 MBC 광고주를 압박하는 발언을 했는데.
“미친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어디다 광고를 줄지 말지는 기업이 알아서 결정해야지 외부에서 정치적 압력 넣는 행위는 상식을 벗어난 행위죠. 1974년 동아일보 백지 광고 사태 아시죠. 그게 일종의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광고 탄압이었잖아요. 그때부터 우리가 잘 아는 자유 언론 실천 선언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 투쟁에 불이 붙었거든요. 이런 식으로 불붙이면 이게 정말 전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수도 있어요.
이렇게 노골적이고 무식하게 마음에 안 드는 언론사 때려잡겠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죠. 근데 시대착오적일 뿐만 아니라 자신들한테 전혀 도움이 안 돼요. 지금 윤석열 정부 탄압받는 언론사라는 이미지가 MBC에 각인이 되면서 월드컵 시청률이 치솟고 오히려 국민적 주목도를 더 높이고 있어요. 정반대의 역효과를 낳고 정치적으로도 대단히 바보 같은 짓을 하는 거예요.”
- 도어스테핑 중단한 건 어떻게 보세요?
“중단하고 싶었던 상황에서 MBC와의 갈등을 핑계 삼아서 중단했다고 봅니다. 그전부터 사실은 도어스테핑 과정에서 대통령 발언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확대 재생산되고 그것들이 정치적 부담으로 계속 작용했잖아요. 근데 대통령이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핵심적인 이유가 언론과의 소통 강화였단 말이에요. 하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어느 날 정치적 부담이 큰 도어스태핑 중단할 수 없었는데 핑계대서 ‘잘 됐다. 이 기회에 MBC 건도 있고 하니까 그냥 중단하자’라고 한 것 같아요.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으로 ‘뺨 맞았으니까 운다’라는 거죠.”
- 유튜브 매체인 더 탐사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집 앞에 가서 한 게 논란인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언론은 진영의 이익이 아니라 언론 존재 목적 자체를 실현하는 게 목적이어야 해요. 근데 대한민국 사회에서 어느 순간 <가로세로연구소> 같은 사람도 생겨나고, 양산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인터넷 방송해서 코인 모으는 유사 미디어들이 너무 많이 늘어났잖아요. 그래서 권력을 견제하는 날카로운 질문, 또 권력의 이면에 숨겨진 사실들을 추적하는 게 아니라, 음모론에 미세한 조각을 가지고 사실인 것처럼 확대 재생산하는 게 돈벌이가 되는 상황입니다. 그런 것이 각 진영의 지지자들의 확증편향을 강화하고 있기도 합니다.
언론은 사실을 보도해서 권력 견제하는 게 본령인데, 그게 아니라 자신이 지지하는 방향의 정당이나 정치 세력의 정치적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확인되지 않은 사실, 내지는 합리적 추론에 의해서 설명될 수 없는 것까지도 마구 던져도 된다는 인식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것이 더 많은 사람을 끌어모으고 자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런 행태는 저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거는 좌우를 막론하고 해서는 안 될 일이고요.”
"정치적 집단 이익 위해 언론 활용하는 것, 민주주의 후퇴시키는 일"
- 유튜브가 언론 환경을 좋지 않게 하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유튜브 외에도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개인들이 여과 없이 자기 의사 밝힐 수단들이 많아졌잖아요. 그게 일면 모든 사람이 거리낌 없이 발언할 수 있는 측면, 표현의 자유의 확대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지만 질적으로 표현의 자유의 수준을 높이느냐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대목이 많다고 생각해요. 이게 양적으로 확대가 될 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허위 정보의 유통량도 똑같이 늘어났거든요. 그것들이 마리아 레사라는 노벨 평화상 수상한 필리핀 기자도 그랬지만 그런 문화를 기반으로 정치권력이 자기 자신들에 대해서 불편한 취재나 사실들을 폭로하는 언론인들을 겁박하고 협박하는 수단으로 그걸 써요.
군중들을 동원하는 거죠. 트럼프가 그렇게 했잖아요. 미국 의회 점거한 사람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극우 유튜버들의 방송들을 보고 다 뛰어 들어온 거 아닙니까. 저는 한국 사회가 유사하게 가고 있고, 위험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실에 정확하게 뿌리 내린 정론이 중요하고 그래서 언론 자체는 권력과의 대척점에서 어떤 권력이든 자기의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 권력이 들어섰을 때는 그 권력을 냉정하게 감시하고 비판하는 본령을 지켜야 하는 것이고요.
또 하나 기본적으로 권력이 감추고자 하는 이면을 드러내고, 사회적 강자들이 감추고자 하는 이면 드러내고 그런 취지로 활동하면서 사회를 조금씩 진보시키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지 ‘우리는 진보야!’라고 선언하고 혹은 ‘우리는 보수야!’라고 선언하고... 정치적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언론 활용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영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