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KBS 1TV ‘시사 직격’ 박병길 PD

지난 10월 15일 새벽 6시경, SPC 계열사에 빵을 공급하는 SPL 평택공장에서 청년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실 SPC 계열회사에서 최근 5년간 일어난 산업재해는 759건으로 일주일에 세 번꼴이다. 이는 다른 제조업에 비해 1.4배 높다. SPC에서는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지난 11일 KBS 1TV <시사 직격>에서는 ‘제빵왕과 어느 청년 노동자의 죽음’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청년 노동자의 사망 사고에 대한 SPC 측 대처의 문제점을 짚고 SPC 제품 불매운동에 대해서도 조명했다. 취재 뒷이야기 듣기 위해 지난 15일 ‘제빵왕과 어느 청년 노동자의 죽음’ 편 연출한 박병길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박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SPC의 안전 경영에 대한 약속 지켜보겠다는 메시지 어느 정도 전달한 것 같아서 보람”

KBS '시사 직격' 박병길 PD(11월 11일 KBS '시사 직격'  화면 캡처)
KBS '시사 직격' 박병길 PD(11월 11일 KBS '시사 직격'  화면 캡처)

- 지난 11일 방송된 KBS 1TV <시사 직격> ‘제빵왕과 어느 청년 노동자의 죽음’ 편 취재하셨잖아요. 방송 끝났는데 소회가 어때요?

“일단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일으켰던 청년 노동자의 사망 사건이었는데 이태원 참사 등으로 묻히는 게 아닌가 했어요. 언론이 잠잠해지면 또 다른 산재 사고들처럼 일선 관계자들의 가벼운 처벌로 끝나버리지 않을까 걱정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가맹점주들이 겪는 불매운동 피해를 또다시 증폭시켜서 소상공인의 피해만 가중시키게 되는 건 아닐지 걱정되었어요. 그래도 방송 이후에 가맹점주들이 회사 대신 겪고 있는 피해에 대해서 공감하는 시청 소감도 많았고 언론이 앞으로도 SPC의 안전 경영에 대한 약속 지켜보겠다는 메시지를 어느 정도 전달한 것 같아서 보람이 있었습니다.”

- PD님은 SPC 문제 취재한 적 있잖아요. 원래 후속을 준비하고 계셨는지 아니면 10월에 사망 사건 나서 취재 시작하셨어요?

“저희가 5월 방송 이후에도 종종 SPC 여러 계열사의 노동자들로부터 다양한 제보를 계속 받고 있었어요. 그래서 후속 방송을 염두에 두고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큰 사고가 터질 거라고 예상 못했었어요. 이번 사망 사고 직후에는 카카오 먹통 사태를 또 저희가 제작하던 중이라서 바로 취재하지는 못했고 카카오 사태 방송 끝나자마자 바로 긴급 방송에 준하는 일정으로 취재 해서 3주 만에 방송하게 되었죠. 그런데 조금 더 일찍 취재 시작했다면이란 아쉬움은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방송에 비해 짧은 제작 기간이었지만 그동안 연락해 오던 사례자들과 지난 방송으로 <시사 직격>의 신뢰를 갖고 자발적으로 제보해 주신 출연자분들이 많아서 목표할 시간 내에 방송을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 사고 소식 처음에 들었을 때 어땠나요?

“저도 카카오톡 방송 준비 중에 알았어요. 그래서 그걸 들었을 때 안 그래도 SPC 저번 방송 때 취재했을 때 느꼈던 안전에 대한 문제라든지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에 대한 문제가 일어났었단 생각에 충격이 컸었습니다.”

- 그러면 처음에 취재는 뭐부터 하셨나요?

“실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더 정확히 알기 위해서 사망자의 유족분들과 공장 생산 라인에서 사고 목격하신 분들 섭외를 시도했었는데 일단은 유족분들은 충격이 크셔서 바로 섭외가 쉽지는 않았고 공장 관계자분들도 워낙에 바로 언론 통제가 회사 측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까 그때 바로 섭외가 쉽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저희가 조금 더 간접적으로 그 문제에 대해서 강력하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던 노조 분들께 먼저 섭외를 요청했었고요. 그래서 노조를 통해서 이야기를 많이 듣고 또 아니면 자발적으로 제보해 주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취재해 나갔습니다.”

- 노조 얘기 들어보셨던데 뭐라고 하나요?

“일단 노조분들은 이미 사망 사고 나기 전에도 계속 그런 사고들이 있다 보니까 공장의 사고 사례를 더 적극적으로 전파를 하고 안전 교육을 더 확실하게 하고 안전 조치도 좀 더 강화해 달라는 요구를 계속해오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회사에서는 일절 응답도 없고 추가적인 조치가 없었다고 주장을 했어요. 그래서 예견된 사고였다는 말이 많았습니다.”

- 노조는 사측이 안전 교육 등한시했다지만 SPC 사측 말은 다르던데 어떤게 맞을까요?

“저희가 노조 주장대로 안전 교육을 실제로 실시했는지 여부에 대해서 모든 제보자에게 다 물었는데 모두 거의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답변했습니다. 예를 들면 안전 수칙들이 자그마한 글씨로 프린트된 문서들을 흔들면서 ‘이게 교육 내용입니다. 보셨죠. 서명하세요.’라고 하거나 아니면 매우 형식적인 구호 한두 문장을 단체로 외치고 끝나는 방식이 안전 교육의 전부라고 말하는 제보자들도 있었고요. SPC에서는 교육의 증거로 몇 장의 사진을 보내왔지만, 제보자들은 이게 신입사원들 입사했을 때 교육 사진이라거나 경험한 적이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습니다.”

“SPC 수사 중이라 답하지 않았지만, 만약 자동 제어 장치가 실제로 설치돼 있었다면...”

- 원래 안전 교육이 있었는데 유급으로 바뀌면서 안 한 거죠?

“노조 측 말로는 교육을 근무 시간보다 30분 일찍 와서 받고 현장에 나가는 것이 원래의 일상이었는데 그것이 무급 교육이다 보니까 ‘이걸 왜 근무 시간에는 포함을 안 시키냐: 30분 일찍 나와서 하는 안전교육도 근무 시간의 일환으로 인정해야 되지 않느냐’고 따졌더니 그다음부터는 교육이 없어졌다고 증언했습니다.”

- 원래 배합기 덮개를 덮어야 하는데 안 덮고 일하다 사고가 난 거잖아요. 빵을 빨리 만들어야니까 그렇겠죠?

“정해진 시간 내에 생산량을 맞추려면 기계를 멈추지 않고 계속 돌려야 가능한 수준이라고 해당 라인 경험자들이 증언했고요. 애초에 가동 중에는 뚜껑을 덮어야 한다는 규정도 공식이든 아니면 선임에게도 들어본 적이 없고, 오랜 기간 당연하게 열어두고 작업을 해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설치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었던 자동 제어 장치의 유무도 SPC는 수사 중이라면서 답을 하지 않았지만, 만약 자동 제어 장치가 실제로 설치돼 있었다면 가동하기 위해 뚜껑을 덮을 수밖에 없었을 거고요. 그상태에서는 노동자가 사고당할 가능성조차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근데 거기 안전한 공장으로 나왔다면서요?

“안전 감독관들이 와서 그런 기계 상태를 볼 때 이걸 전수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랜덤하게 어떤 특정 기계들을 아마 확인하나 봐요. 근데 안전공단의 답변에서는 지난 5월 실사를 했을 때는 자기들이 검사한 기계에는 설치가 돼 있었다고 답변이 돼 있었습니다. 근데 이때 안전공단에서 감독했던 기계에 이번 사고 기계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 사망한 이수영(가명) 씨 카톡을 보면 업무가 많았나 봐요?

“고 이수영 씨의 업무가 일반적으로 여성 혼자 하기에는 벅찬 일이었고 또 그로 인해 실제로 고인이 많이 힘들어했고 부상이 자주 있었음이 지인들의 증언, 문자, 업무수첩 등을 통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방송에서 모두 소개하지 않았지만, 회사는 노동자를 동반 성장해 가는 동료로 여긴다기보다는 생산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공정상의 한 부분처럼만 인식하고 있다는 여러 사람의 증언들이 있었고요. 실제 고 이수영 씨 외에 여러 산재 사고들이 발생 빈도가 높았다는 점에 일부 공정들은 물리적으로도 1인 업무 강도가 높다는 주장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합의에 대해서도 사측 공식 기자회견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진행...합의에 대한 진정성 더 지켜봐야”

11일 KBS 1TV '시사 직격'에서는 ‘제빵왕과 어느 청년 노동자의 죽음’ 편이 방송되었다.(11월 11일 KBS '시사 직격' 화면 캡처)
11일 KBS 1TV '시사 직격'에서는 ‘제빵왕과 어느 청년 노동자의 죽음’ 편이 방송되었다.(11월 11일 KBS '시사 직격' 화면 캡처)

- SPC 노동자 대부분 업무가 많은 건가요?

“저희도 전체 공정이 얼마나 바쁘게 돌아가는지까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일단은 저희가 이번에 사망 사고가 났었던 샌드위치 공장과 주변 공장들의 직원들은 ‘충분히 이게 아주 베테랑 직원들도 하기에 벅찬 일이다. 특히나 이번 사망사고가 있었던 공장 같은 경우는 무거운 소스 통을 기계에 들이붓고 하는 과정들이 있는데 이것이 남자가 가기도 힘들 정도의 어려운 일’이라는 공통적인 증언이 있었습니다.”

- SPC가 장례식에 조문온 사람들 답례품으로 주라고 빵 가져다 놓았잖아요. 직원들 상 당하면 그렇게 하는지 모르지만 빵 만들다 사망한 사람 장례식장에 빵을 놓고 간 의도가 이해 안 되던데.

“저도 가장 공분을 느꼈던 부분이기도 하고 국민들도 가장 공분을 느낀 부분이 이 부분일 것입니다. 그래서 SPC는 일상적인 직원 장례식 지원 용품이었다고 하지만 누가 봐도 비상식적이라 생각할 부분을 왜 회사는 미리 생각하고 신중할 수 없었던 것인지 문제는 언론에 보도되고 이 부분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장례식이 모두 끝난 후까지도 아무도 빵 상자를 치운 회사 관계자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명백하게 SPC가 부적절한 행동을 한 부분이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 유족 만나 보셨는데 어땠어요?

“저희가 취재한 시점이 거의 2주 정도가 지난 시점이었는데도 분노가 남아 있었고요. 특히 대국민 사과라든가 이런 부분들이 정작 가족들에게 먼저 이렇게 진정성 있게 사과하지 않고 언론에만 언론에 나가는 것만 신경을 쓰고 있지 않나라는 하소연이 있었습니다.”

- SPC 계열 제품 불매운동 하는데 피해 보는 건 점주들이고 경영진은 아닌 것 같아요.

“제작진도 이번 방송에서 그 부분을 많이 고민했습니다. 물론 제빵기사들에게 부당한 노동환경을 제공하거나 노동법 위반 소지가 있는 행위로 마찰을 빚고 있는 가맹점들도 분명히 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가맹점주가 회사의 잘못으로 인한 사고 때문에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불매운동 자체가 잘못됐다기보다는 불매운동으로 피해를 받아야 할 대상이 가맹점주들이 아니며 또 이 가맹점주들의 피해 역시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가맹점주들의 고통 부분을 취재하고 그 상당 분량을 방송했던 것입니다.”

- 가맹점주들도 만나보셨던데 뭐라고 하나요?

“모두 예상보다도 심각하게 피해가 체감되는 것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계셨고 하소연했어요. 가맹점주분들이 5월 방송 취재할 때만 해도 일부 노동자들의 주장이라면서 방송 취재를 거부 했었는데 이번에는 일단 이 사고 자체의 문제점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고 또 이번에는 회사가 이것을 책임져야 되는데 회사가 받아야 될 처벌을 자기들이 받는 것은 아닌지 생각했고요. 회사에 좀 더 전향적인 피해 대책 등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 <시사 직격>이 5월 SPC 노동 문제를 방송했는데 그 후에 달라진 게 없나 봐요? 

“후속 취재한 사례자들 모두 체감할 수 있을 만큼의 근본적인 개선 노력은 없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5월 방송에서 단식 투쟁하던 임종린 지회장 등 노조와는 방송 직전 주에 합의를 이뤘다고 하였지만, 그 이전까지 수개월간 대화가 중단된 상태였고요. 또 이번 합의에 대해서도 사측은 공식 기자회견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합의를 진행해서 합의에 대한 진정성은 더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기점”

- 허영인 SPC 회장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 안 받을 수도 있나요?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은 입법 취지와 다르게 법리상으로도 여러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현 정부에서도 처벌 대상 등 완화 움직임을 보였던 만큼 실제로 허영인 회장의 처벌까지 이루어질지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여러 재벌 기업들은 SPC처럼 실제적으로는 총수가 경영의 전반을 컨트롤하지만, 법률적인 책임은 회피할 수 있는 지배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번 허영인 회장의 처벌 여부가 향후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인 만큼 수사와 판결에 보다 신중한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이번 사고에서 분명히 SPC는 지난 5월 방송 때처럼 일부 노조의 일방 주장이라면서 일축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면서 답변을 회피하지는 않았고 이번에는 책임을 통감하며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보내왔습니다. 어느 산업 현장에서나 있을 수 있는 사고라지만 이번 사고에서는 사고 자체보다 그 이후 다른 노동자들과 유족 등에 취했던 후속 조치들에 대한 공분이 더 컸다는 사실을 회사가 환기하면서 단지 공장 안전 이슈 개선뿐만 아니라 직원들에 대한 관리자들의 인식 개선도 뚜렷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

- 취재했는데 못 나간 게 있을 것 같아요.

“저희는 분명히 다 증언을 들었지만, 회사 측에서는 인지조차 되지 않는 사건들이 몇 개 있었어요. 예를 들면 10년 전에 같은 형태의 배합기에서 사고가 있었고 영구 장애 판정을 받은 분의 사연이 있었는데 워낙에 오래된 일이라며 회사에서는 실체를 잘 확인하기 어렵다는 부분이 있었어요.”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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