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터 시선

전주시 옛 대한방직공장 부지 전경
전주시 옛 대한방직공장 부지 전경

'알박기·먹튀 논란의 땅' 

'전주의 마지막 노른자 땅' 

'상업용 전환 시 특혜 논란의 땅' 

2000년대 초반부터 전주시가 야심차게 추진한 서부신시시가지 개발사업에서 제척된 채 지금까지 고스란히 공장부지가 원형으로 유지된 옛 대한방직전주공장 터를 수식하는 표현들이다. 20여년 동안 개발과 보전의 기로에 선 채 노른자 땅이 논란과 특혜의 땅으로 변모했지만 여전히 알박기와 먹튀 논란에 대한 원인과 책임은 베일에 가려진 상태다. 

㈜자광 옛 대한방직공장 철거 착공 행사 요란..."경제 비전 선포식?" 홍보 

이런 가운데 이 땅을 소유한 ㈜자광이 오늘(21일) 오후 요란한 공장 철거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자광은 '공장 철거 착공식'과 함께 '경제 비전 선포식'을 갖는다며 많은 인사들을 초청해 놓은 상태다. 자광은 앞으로 1년 동안 60억원을 들여 공장 등 건물 21채를 모두 해체한다는 계획이다. 

옛 대한방직전주공장은 지난 1975년 가동을 시작해 6만 7,000여㎡의 부지에 21개 동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개 동의 지붕 2만 5,772㎡는 1급 발암물질이 포함된 슬레이트로 시공됐고, 일부 건물은 지붕을 포함한 외벽까지 슬레이트로 덮여 전체 석면 자재 면적이 8만 5,684㎡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공장으로 사용됐던 낡은 건물의 스레트 지붕에서 발생하는 석면가루가 날려 시민들의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게 철거의 주된 이유지만 그동안 오랫동안 방치돼 온 공장이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개발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다. 옛 대한방직공장 부지에서 21일 오후 열리는 두 행사가 주목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철거 착공식, 개발 밀어붙이려는 정치적 의도“...시민단체 반대 회견 ‘주목’ 

옛 대한방직전주공장 부지 개발계획 투시도(사진=㈜자광 제공)
옛 대한방직전주공장 부지 개발계획 투시도(사진=㈜자광 제공)

이 부지의 소유주인 자광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정치인들과 경제인, 지역 언론인 등을 초청해 ’철거 착공식과 경제 비전 선포식‘을 가질 예정이지만 지붕 등의 철거가 한창인 현장에서 이러한 행사를 갖는 데는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철거 착공을 계기로 개발을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주시민회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과 진보당 전북도당은 이날 자광의 '철거 착공과 경제 비전 선포식' 행사에 앞선 오후 4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에 대한 문제점과 추진 과정을 밝히고, 나아갈 방향 등을 제시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앞서 자광은 2018년 11월 옛 대한방직공장 부지 23만 565㎡에 공동주택 3,000세대, 복합쇼핑몰, 430m 높이의 익스트림타워, 호텔, 문화시설 등을 건립하겠다고 제안했다. 

옛 대한방직 터 개발 계획이 특혜 논란에 휩싸인 이유 

이른바 '전주타워복합개발' 제안서를 전주시에 제출했지만 전주시는 장기적 도시개발 계획 등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안서를 반려했다. 용도변경으로 인한 특혜 논란이 제기된 이유이기도 하다. 

공장부지(공업용지)가 대부분인 이곳에 자광이 제안한 복합개발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상업용지로 전환해야 하는데 같은 개발지구 안의 다른 부지들과 형평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천문학적인 특혜가 주어지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해 온 것이다. 

이러한 특헤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자광은 도로와 공원 등 공공용지를 전주시에 기부채납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민선 7기 전주시는 부지 개발 방향 결정에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며 예산을 들여 '공론화위원회'를 처음으로 구성·운영했다. 

3차례 시나리오 워크숍과 장시간 논의 끝에 공론화위원회는 2년 전인 2020년 11월 9일 ▲충분한 미래 성장 동력과 일자리 창출 공간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며 지역상권과 상생하는 복합 문화관광 공간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며 시민의 삶의 질이 여유롭게 조화되는 생태 공간 등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했다. 

'우범기호 전주시' 개발 속도...자광과 손발 '척척?' 

우범기 전주시장(왼쪽)과 전은수 (주)자광 회장(오른쪽)이 8월 17일 공개적으로 만났다.(사진=전주시 제공)
우범기 전주시장(왼쪽)과 전은수 (주)자광 회장(오른쪽)이 8월 17일 공개적으로 만났다.(사진=전주시 제공)

하지만 이러한 시나리오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전주시의회를 거쳐 전북도와 전북도의회 등의 협의·승인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그런데 공업용지의 상업용지 전환이 가장 큰 난제다. 자칫 엄청난 특혜성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전주시는 민선 7기에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다시 민선 8기를 맞았다. 

그런데 민선 8기 출범 후 전주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원점에서 다시 개발을 향해 급시동을 거는 형국이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개발 이익 환수에 대한 명확한 정리, 소상공인 상생 방안, 전주 지역 건설업체 참여 등 세 가지 조건만 충족되면 나머지 절차는 최대한 신속히 처리할 것”이라며 개발·속도를 강조하던 우범기 시장은 출발부터 개발론을 지나칠 정도로 강조했다. 

그러더니 지난 8월 17일 시장실에서 ㈜자광 전은수 회장과 공개 회동을 가진 후 개발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두 사람은 이날 옛 대한방직 부지에 있는 석면 건물부터 철거하기로 하고 바로 작업에 나섰다. 전주시와 자광의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여전히 알박기·먹튀 논란 해소되지 않은 옛 대한방직 터, 왜? 

그러나 지금도 이 땅은 알박기·먹튀 논란이 말끔히 해소되지 못했다. 옛 대한방직공장 부지가 '알박기' 논란에 휩싸이기 시작한 것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일대 서부신시가지 중심에 위치한 옛 대한방직전주공장 부지는 23만㎡에 달하는 넓은 땅이다. 개발 예정 신시가지 한복판에 위치해 있어서 많은 시민들은 당연히 계획 단계부터 전주시가 이 부지를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개발을 서두르는 줄 알았다. 

더욱이 이곳은 전주시가 서부신시가지 개발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많은 기업들이 눈독을 들였던 땅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기업부터 지역 중소 건설사까지 50여개 업체가 전주 최대 노른자 땅 개발을 꿈꿨으나 당시 대한방직은 개발에서 제척 돼 전주시가 ’알박기 특혜‘를 선물로 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신시가지 개발이 완료된 이후 2015년 8월 대한방직은 전주공장 부지를 2,000여억원에 매각한다고 공시했고, 2017년 10월 건설업체인 ㈜자광이 2조 5,000억원에 달하는 개발 계획을 내놓으며 1,980억원에 해당 부지를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대한방직은 이곳에서 많은 시세차익을 남기고 홀연히 떠났다. 개발을 위해 토지를 강제 수용당한 일반 시민들은 억울하고 분통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단지 개발사업에서 제척됐을 뿐인데 현금 차액인 1,600여억원의 개발 이익을 독식하고 떠났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한방직이 당시 전주시가 추진하는 서부신시가지 개발사업지구로 수용됐다면 현금으로 400억원 정도 가치의 땅이었다”며 “대한방직은 알박기로 돈을 벌고 먹튀를 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전북일보의 주식 45%를 매입해 대주주가 된 ㈜자광이 약 2,000억원에 대한방직으로부터 그 땅을 매입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먹튀한 땅에 용도 변경...계산 불가능한 천문학적 특혜 주는 것”

KBS전주총국 8월 17일 뉴스(화면 캡처)
KBS전주총국 8월 17일 뉴스(화면 캡처)

이 부지를 매입한 자광은 470m 전망 타워를 지어 지역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앞세우며 쇼핑센터와 특급 호텔, 아파트 단지 등 복합개발에 2조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정책 제안서를 전주시에 제출했다. 많은 지역 언론들은 자광이 짓겠다는 470m 높이의 전망 타워에 큰 관심을 나타내며 홍보의 전위대가 됐다. 

문제는 공업용지인 이 곳을 상업용지로 토지용도 변경을 요구하면서 특혜성 논란이 가시지 않는다. 만약 토지용도 변경이 이뤄지면 전주시 서부신시가지 상업용지 시세를 기준으로 땅값 상승분 5,000억원과 아파트 등 분양수익 5,000억원 등 약 1조원에 이르는 소득을 쉽게 얻게 되기 때문이다. 전주시민회 등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알박기로 재미를 톡톡히 누린 외지 기업이 먹튀한 땅에 용도 변경으로 계산이 불가능한 천문학적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그러자 전주시는 특혜 시비를 피하기 위한다는 구실로 혈세를 들여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했지만 일시적 회피 수단에 불과했다. 결과가 지난해 연초 전주시에 전달됐지만 어물어물 시간을 끌더니 결국은 시장이 바뀌고 민선 8기로 접어들었다. 

그러더니 민선 8기 '우범기표' 전주시와 자광이 개발 속도에 손발을 맞추는 양태다. 앞선 알박기·먹튀 논란은 차치하고 특혜성 논란을 전주시와 전북도, 해당 지방의회가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 어떤 논리로 시민들을 설득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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