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학 개론(1) 스타벅스와 커피 소비문화

1. 들어가며 : 스타벅스, 1999년 이화여대 앞 1호점 개점 이후...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커피만큼 진하다. 몇 걸음만 걸어도 커피 전문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인다. 점심시간이면 길에서 커피 한 잔씩 손에 들고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일상이 됐다.

관세청과 커피 업계 등(2017년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전체가 1년 동안 마신 커피를 잔 수로 따지면 약 265억 잔에 달했다. 한국 인구 5177만 명을 감안할 때 1인당 연간 512잔 꼴로 커피를 마신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지난해 국내 커피시장 규모는 약 11조 7397억 5000만원으로,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해 발간한 ‘커피류 시장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커피 판매 시장 규모는 6조4041억 원으로, 2014년 4조9022억 원에 비해 30.6% 성장했다. 특히 전체 시장에서 커피전문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기준 62.5%(4조원)으로 2014년 2조6000억 원 대비 53.8% 성장해 시장 확대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커피 문화의 대중화, 고급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다양한 커피전문점 브랜드가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림 1> 커피 판매 시장 규모 현황

농림축산식품부(2017.5.24.) ‘커피류 시장 보고서’
농림축산식품부(2017.5.24.) ‘커피류 시장 보고서’

원가 문제와 시장의 포화 상태 등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커피를 즐기는 문화는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커피 전문점의 수가 2017년 3월 말 기준 9만 809개에 달한다고 한다. 커피 전문점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커피 음료를 판매하는 베이커리, 디저트 전문점 등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10만 개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커피 전문점이라고 하면 가장 생각이 떠오르는 곳은 아무래도 스타벅스일 것이다. 과거에는 커피믹스 등 인스턴트커피가 위주였다면,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스타벅스와 커피빈 등 다양한 커피 전문점들이 늘어나며 원두커피 시장이 급성장하였다. 특히 스타벅스는 1999년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내며 국내 시장에 진출하여 커피전문점 시장을 선도하였다. 2016년에는 매출이 30% 가까이 늘었고, 업계 최초로 ‘1조 클럽’에 가입하였다. 국내 진출 17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스타벅스가 진출한 전 세계 75개국 중 매출 규모가 1조원이 넘는 국가는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한국 등 5개국에 뿐이었다. 특히 한국은 상대적으로 인구규모가 작기 때문에 인기가 더 높은 셈이다.

2010년까지만 해도 전국 327개에 불과했던 스타벅스커피 점포 수는 2013년 500호점을 돌파하였고, 지난해에는 1140호점을 넘어섰다. ‘한집 건너 한집이 스타벅스커피’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일본은 스타벅스 매장의 수가 1140개로 인구 11만 명 당 1개꼴로 스타벅스 매장이 있는 셈이어서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림 2> 국내 스타벅스 매장 수 증가 추이

출처: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출처: 스타벅스커피코리아

한국 시장과 비슷한 시기에 진출했던 호주에서는 스타벅스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현지 토종 업체들과의 경쟁에 밀려 결국 2014년에 백기를 들고 호주 시장에서 물러났다. 이미 고급커피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실력 있는 개인 바리스타들이 운영하는 개성 있는 커피 전문점들이 넘쳐나는 호주에서 스타벅스는 ‘대량 생산하는 획일화된 맛의 커피’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 패인으로 꼽힌다. 이와 비슷하게 스타벅스는 ‘에스프레소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시장에는 첫발도 내딛지 못하는 상황에 빠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는 국내 시장에서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수도권이나 도심으로 나가면 횡단보도 건너, 그리고 건물 하나마다 스타벅스의 초록 간판을 확인할 수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커피전문점 시장 상위 6개사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 스타벅스를 제외한 5개 회사(투썸플레이스, 이디야커피, 커피빈, 엔제리너스, 할리스커피) 매출을 모두 합해도 스타벅스 한 곳에 턱없이 못 미쳤다. 스타벅스코리아는 2017년 매출 1조2634억 원을 기록한 데 비해 2-6위 다섯 회사 매출은 모두 합해도 8200억 원에 불과했다. 커피시장이 확대되면서 경쟁사들도 물론 성장하고 있지만 스타벅스가 그보다 훨씬 빨리 성장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6% 늘었고, 영업이익은 34%나 늘어 1144억 원에 달한다.

<그림 3> 커피전문점 상위 6개사 2017년 매출액

출처: 매일경제(2018.04.11.)
출처: 매일경제(2018.04.11.)

스타벅스는 커피 회사가 아니라는 얘기가 있다. 단순히 커피 음료만을 파는 곳이 아니라는 뜻을 의미하는데, 스타벅스가 커피라는 상품을 문화로 승격시켜 판매한다는 것이다. 인스턴트 커피에 익숙했던 우리나라 커피 문화를 스타벅스는 원두커피로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일조했다. 해외에서 원두와 인스턴트 비율이 7대 3이라면 우리나라는 거꾸로 인스턴트 비율이 훨씬 높았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게 사치라고 생각했던 소비자들의 생각을 바꾸어 나갔다. 소비자들은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사면서 단순한 커피 음료 뿐 만 아니라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시간과 공간, 스타벅스라는 브랜드가 주는 자부심을 구매하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국내에서 명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했던 파워는 무엇이었을까. 문화마케팅의 일환으로 ⓵브랜드 고유의 강점을 보여준 브랜드 전략, ⓶고급화 전략, ⓷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공간 전략과 ⓸현지화를 노린 지역 마케팅 전략이 아니었을까 한다. 스타벅스의 네 가지의 전략을 살펴보고, 이 전략들이 어떻게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에 대해 현대 소비문화와 함께 설명하고자 한다.

2. 스타벅스 전략과 소비문화

(1) 브랜드 전략과 과시소비

한국 커피 시장이 포화라는 이야기는 꽤 오래된 이야기이다. 실제로 해외 브랜드는 물론 수십 개의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무수한 중소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는데다가 저가의 커피를 내놓아 승부하는 커피전문점까지 가세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스타벅스는 사람들이 찾는 커피전문점 1위이다. 레드오션인 커피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스타벅스를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치기 가장 쉬운 방법은 광고이다. 기업은 마케팅 활동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전달하고 자사 제품을 브랜딩한다. 가장 보편적인 마케팅 방법이 바로 광고인데, 국내에서 스타벅스에 대하 기업 이미지나 상품 광고를 본 적은 없을 것이다.

실제 국내에서 스타벅스는 그 어떤 광고도 하지 않는다. 방송, 신문, 잡지, 인터넷 등 그 어디에도 스타벅스를 홍보하는 광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스타벅스를 설립한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가 집이나 학교보다 더 자유롭고 편안한 공간, 즉 소비자에게 ‘제 3의 공간’이 되었으면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이런 공간을 광고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 스타벅스는 구전마케팅을 사용하고 있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라는 속담과 일맥상통하는 구전마케팅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 않으면서 소비자에게 빠르게 전파되고 신뢰감마저 가지고 있어 기업의 입장에서는 꽤나 매력적인 마케팅 기법이다. 구전 마케팅은 수용자 1인에게 정보를 유입시켜 집단과 사람에게 확산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구전마케팅의 파급효과는 코카콜라사의 연구를 보면 알 수 있는데, 만족한 고객은 평균 4~5명, 불만족한 고객은 9~10명에게 자신의 체험을 전한다고 한다. 개인 당 최소한 250명에서 300명까지 구전할 수 있는 주변인이 있다고 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보면 그 파급효과는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스타벅스가 광고에 의존하지 않고 구전 마케팅을 선택한 것은 스타벅스 커피를 경험한 사람들의 입소문이 광고 보다 소비자들에게 훨씬 신뢰감 있게 다가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객은 과거와 달리 수동적이지 않고, 정보에 대해 매우 민감할 뿐 아니라 자신이 인지한 정보를 전하기에 주저하지 않는데 스타벅스는 소비자들이 매장에 와서 직접 체험하거나 여러 정보를 인지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전략적으로 채택한 것이다.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의 저자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커피를 향유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명품을 보유하려는 심리와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커피는 다른 음료와는 달리 취향에 대해 ‘촌스럽다’, ‘세련됐다’는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과시욕으로 한국의 커피 문화전체를 설명하기는 힘들다는 이견도 있다. 김경일 아주대 교수는 커피 업체나 매장들이 철저하게 트렌디한 소비를 이끄는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삼고, 결국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해석한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여성층들이 커피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유행으로 자리 잡았고, 이는 다시 남성들을 커피 전문점으로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이와 같은 국내 커피 문화를 잘 이용했고, 구전마케팅의 일환으로 브랜드 전략을 활용했다. 고급커피 시장이 성숙한 이탈리아, 호주와 달리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아직 고급커피 문화가 미성숙기여서 ‘스타벅스=고급커피 대명사’라는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노력했다. 과거 달달한 믹스커피를 마셨던 시대에 스타벅스는 생소하고 쓴 맛의 아메리카노를 선보였다. 한 끼 식사 가격과 비슷한 스타벅스를 마시는 여성을 된장녀라고 불러지면서 꽤나 성장통을 겪었다. 상대적으로 비싼 커피 값과 고급스러운 분이기가 허세의 상징으로 여겨진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오명을 벗고 스타벅스의 커피 문화 역시 국내에 하나의 문화로 스며들었다.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스타벅스는 20~45세 전문직 지식근로자가 많이 모이는 곳에 매장을 세움으로써 브랜드에 세련됨, 여유로움, 진취성 등의 이미지를 입혔다.

스타벅스의 1호점은 이화여대 앞에 처음 문을 열었다. 왜 우리나라 최고의 여대로 손꼽히는 이화여대 앞이었을까? 같은 음식을 소개할 때 소개자의 신분에 따라 수용하는 이가 느끼는 신뢰도는 달라진다. 예를 들면 길가는 행인이 소개하는 음식점보다는 택시기사가 추천하는 식당이 더 믿음이 가는 이유와 같다. 만약 스타벅스 커피가 처음 이화여대 앞이 아닌 육군사관학교 앞에 오픈했다면 그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제품 보다는 그 음식을 소개하는 이의 권위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달라지곤 할 수 있다. 스타벅스의 로고가 박힌 종이컵을 들고 다니는 이화여대생, 다른 20~30대 여성이 보기에는 이화여대생만으로도 부러워하는데 선진문화라 생각하는 미국 스타벅스 로고가 박힌 잘 모르는 아메리카노를 들고 다니면 어쩐지 더 멋있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워드 슐츠의 저서 『Pour Your Heart Into It』을 보면 그는 “고객들은 스타벅스의 커피와 사람들, 그리고 스타벅스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 때문에 스타벅스를 선택 한다”라고 말한다. 그가 말한 것처럼 스타벅스가 주는 고유의 이미지는 강렬하다. 백수여도 스타벅스 매장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을 켜놓고 있으면 커리어 우먼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SNS에서는 별다른 내용 없이 스타벅스 컵을 업로드한 인증샷을 쉽게 보기도 한다.

잡코리아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우리나라 20대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로 ‘스타벅스’가 꼽혔다. 커피가 다른 곳보다 맛이 좋아서가 아니라 친숙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착하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가 메뉴에도 없는 레시피가 떠돌 정도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요즘 20~30대가 집을 고를 때 ‘스세권’을 따질 만큼 스타벅스란 브랜드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는 강남의 한 오피스텔 월세는 그 주변 시세보다 약 10~20만 원 가량 비싸지만 찾는 이들은 오히려 더 많다고 한다. 사람들이 거주지를 선택할 때 교통, 외식 문화 뿐 아니라 브랜드까지도 따져 본다는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스타벅스 음료 때문이 아닌 개인에게 형성되어 있는 브랜드 이미지에 의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맛이나 가격, 서비스, 컨셉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되어 형성된 것으로 이 모든 것을 포괄한 개념이 바로 브랜드이다. 소비자들은 스타벅스 브랜드의 트렌디하고 엣지 있는 이미지를 커피 한 잔과 함께 구매하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최근 젊은 층에서는 커피도 스타벅스와 같은 브랜드 커피를 즐겨 찾는데 이는 소비를 통해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확인하려는 행위로 볼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같은 과시적 소비성향은 브랜드 충성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인데, 스타벅스는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시적 소비성향의 요인을 파악하여 그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여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높였다. 실제 스타벅스는 다른 커피전문점보다 고객 충성도가 높으며 ‘스타벅스 마니아’라는 신조어까지 만든 것을 보면 분명 제품보다 브랜드를 중시하는 브랜드 전략이 시장에 관통했다고 볼 수 있다. 충성스러운 소비자들이 스스로 스타벅스 로고가 박힌 컵을 들고 다니거나 SNS에 게재하면서 스타벅스의 브랜드를 알리고 있기 때문에 스타벅스 자체에서는 자사의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한 광고는 필요 없게 된 것이다. 스타벅스의 소비자가 바로 광고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2) 고급화전략과 스몰럭셔리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커피전문점’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커피전문점’을 찾은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은 커피전문점을 선택할 때 커피의 맛(65.2%, 중복응답)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커피의 맛에 대한 고려도는 여성(남성 60.2%, 여성 69.6%)이 남성보다 높았다.

<그림 4> 커피전문점 이용 시 주요 고려 요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17).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17).

또한 일상적으로 커피를 마시게 되면서, 보다 고급스러운 커피를 원하는 소비자들도 많아졌다. 커피에 대한 자신의 입맛이 점점 고급스럽게 변해가고 있고(14년 40.3%→17년 44.3%), 가끔은 비싼 커피를 마시고 싶다(14년 38.8%→17년 44%)는 소비자가 과거보다 증가하였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고급 커피를 찾는 경향이(남성 38.6%, 여성 50%) 강했으며, 비싼 커피를 원하는 바람(남성 35.2%, 여성 52.8%)도 큰 편이었다. 또한 각각의 커피전문점의 커피 맛을 구분하는 소비자들도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의 66.3%가 커피전문점 브랜드마다 커피 맛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더 나아가 10명 중 4명 정도(37.4%)는 자신이 커피전문점의 커피 맛을 구분한다고 답하였다. 이는 그만큼 확실한 자신만의 커피 취향을 가진 소비자들이 많아 졌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해준다. 역시 고급 커피의 수요가 증가했다고도 이해할 수 있다.

<그림 5> ‘고급 커피’ 수요 및 커피의 맛에 대한 인식 평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2017)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2017)

2017년 4월,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서 한 달간 브랜드 빅데이터 평판을 분석한 결과(그림 6참조), 스타벅스가 1위를 차지했다. 그림 2에서 보듯이 스타벅스가 2위인 엔제리너스에 비해 월등히 브랜드 평판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2배 가까이의 차이를 보여준다. 다른 커피 전문점과 브랜드 평판의 큰 차이의 이유는 스타벅스의 ‘이유 있는 고집’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불황에도 끄떡 없이 스타벅스는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전반적으로 값싼 제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시장에서 고급화를 시도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모험일 수도 있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하워드 슐츠는 과감히 자신의 의지를 고집했다. 기존의 낮은 품질의 커피를 풍미 있는 고급 커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삼고 제품 차별화에 노력을 기울였다. 커피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최고급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 까다로운 원두 선택과 로스팅 과정으로 유명한 스타벅스는 항상 신선한 원두를 공급하기 위해 일주일이 넘은 원두는 사용하지 않는 철저한 품질기준을 지키고 있으며 당일 로스팅한 원두 외에는 사용하지 않고 물 또한 특수 여과장치로 3번을 정수한 물만을 사용 한다.

국내에 스타벅스가 워낙 많다 보니 대부분 스타벅스 매장이 가맹점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지고지순하게 직영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서비스와 맛의 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인데, 스타벅스 직원들에 의해서만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스타벅스의 믿음 때문이기도 하다. 더욱이 최고급 커피를 공급하기 위해 ‘바리스타’라는 커피 전문가를 고용한다. 이들 바리스타들은 짧은 시간 안에 공식 매뉴얼에 따라 고객 맞춤 커피를 만들어낸다.

스타벅스의 이러한 고급화 전략은 밥보다 비쌀 수 있는 커피 값에 사람들로 하여금 수긍하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장기화된 경기 불황으로 인해 큰 소비를 통한 행복보다는 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만족감을 가져다주는 ‘스몰 럭셔리(Small Luxury)’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예를 들면 몇 백 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가방은 못 들더라도 동일 브랜드의 향수 제품을 쓰는 등 자신을 위한 작은 사치를 즐기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설명하면 스몰 럭셔리란 외제차나 고가의 의류, 핸드백 등에 비싼 돈을 쓰기는 어려운 대신 작은 규모의 고급 소비재나 고급 식품을 구매해 비싼 제품을 소비하는 것과 만족감을 얻으려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현상이 트렌드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우선 명품에 열광하는 심리에 있다. 명품은 아무나 가질 수 없다는 관념 때문에 타인과의 차별성을 드러낼 수 있어 소비자들은 명품 소비를 통해 자신이 타인과는 다르다는 쾌감을 같이 얻게 된다. 그래서 작은 물건이라도 명품을 구매하는 것만으로 ‘특별하다’라고 느끼는 것이다.

실제 스타벅스 커피의 가격은 4000원 이상으로 밥값에 맞먹거나 오히려 밥보다 더 비쌀 수도 있다. 커피 값이 비싸더라도 고품질을 맛볼 수 있다면 지갑을 열 용의가 있는 귀족 소비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이들은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를 추구하고 전문화된 커피를 선호하기 때문에 다소 높은 가격이더라도 그다지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을 스타벅스는 간파했다.

스타벅스 커피는 스타벅스 매장 뿐 아니라 마트에서도 구매가 가능하게 냉장컵 형태로 판매되고 잇다. 물론 이 음료도 다른 음료에 비해 가격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스타벅스의 음료를 구매한다. 마트에서 커피를 살 때에도 스타벅스 브랜드를 고름으로써 언제 어디서든 스타벅스를 즐긴다는 이미지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배경으로 보면 이러한 스몰 럭셔리는 경기 불황이 만들어 낸 단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경제가 불안정하면 비싼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는다. 대신 상대적으로 소소한 특정 제품에 사치를 부려 스스로를 위로하고 행복감을 느끼는 소비 방식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점심은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아 편의점 김밥으로 때우지만 스타벅스에서 디저트나 커피로 만 원 이상을 호가하는 스몰 럭셔리족들의 모습이 이제는 흔한 소비 행태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소비 행태는 취업난에 시달리고 늘어난 월세에 허덕이는 요즘 20~30대 젊은 층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다. 2017년 소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인 ‘얼리 힐링족’이 스몰 럭셔리족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보인다. 얼리 힐링족이란 자신의 행복한 삶을 가치관으로 추구하는 30대를 지칭하는 말이다.

스타벅스가 국내에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커피 한잔에 5000원이 말이 되느냐’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제 좋은 원두로 만든 커피라면 만원을 낼 용의가 있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젊은 층은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스스로를 위로하고, 즐기려는 경향이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현재의 만족을 위해 소비하는 성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소비를 통한 찰나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아끼고 저축하던 이전 세대와 차이를 보여준다. 실제로 스타벅스의 소비자 60%가 20~30대 젊은 층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스타벅스의 고급화 전략은 소비자의 성향을 잘 파악한 셈이다.

이에 발맞추어 스타벅스는 고급화 전략의 일환으로 2014년에 ‘스타벅스 리저브’를 출시하였다. 리저브 커피는 단일 원산지에서 극소량만이 재배되어 한정된 기간에만 마실 수 있는 최상급의 커피를 말한다. 이 리저브 매장보다 한 단계 더 고급화를 지향하는 매장인 ‘커피포워드’도 등장하였다. 이는 커피 애호가들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최상급 에스프레소머신도 갖추고 리저브 매장보다 더 다양한 드립커피 메뉴를 갖추고 있다. 국내에 리저브 매장은 60곳, 커피포워드 매장은 9곳이 있다. 경기 불황 여파로 1천 원 대 편의점 저가커피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비슷한 가격대의 저가 커피 전문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스타벅스만 이런 흐름에서 열외 되었다. 이러한 스타벅스 프리미엄 매장은 초기 주로 커피 애호가들이 찾았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비중이 늘었다. 커피 값이 비싸도 자신이 원하는 맛과 향의 커피를 골라 마시겠다는 것이다. 스타벅스 관계자에 따르면 리저브 소비자들 중 30대 젊은 층의 구매 비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이 분석 결과를 본다면 앞서 말한 스몰 럭셔리 소비행태와 연관시킬 수 있다. 스타벅스는 요즘 젊은이들의 소비 행태 트렌드에 대응하여 경쟁업체들과는 달리 ‘가격’이 아닌 ‘질’에 초점을 맞춰 고급커피 수요를 선점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이처럼 고급 커피문화의 대중화된 이미지를 선도하며 하나의 새로운 문화코드로 자리 잡으며 성장하고 있다.

(3) 감성마케팅 전략과 가치소비

커피 전문점들이 길거리에 주로 자리를 차지하면서 원두커피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 문화를 확장시키는 원동력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감성 마케팅’이다. 국내 커피 문화를 처음 생겨나게 한 곳, 감성 마케팅의 대표 주자가 바로 스타벅스이다. 감성마케팅이란 향기, 맛, 기분, 정서, 음악, 색깔, 디자인, 이미지 등을 활용하여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 기법으로 이를 통해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할 수 있다.

“점심값보다 비싼 커피를 왜 이렇게 사람들은 마실까?”라는 질문의 대답으로 앞서 설명한 ‘스몰 럭셔리’ 이외에도 다른 이유를 이야기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공간’에 답이 있다. 이 질문에 대해 한 여대생은 말한다. 커피를 마시는 그 이 상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에 지친 나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일종의 ‘힐링타임’이라고 말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스타벅스를 왜 가냐고 물어본다면 책을 보러 가고, 글을 쓰러 또는 과제를 하러 가거나 사람들과 수다를 떨려고 아니면 시간을 때우러 가기도 하고 심지어 잠을 자러 간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 모두가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의미 있는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편안한 자리를 찾기 마련이다.

제 3의 공간이라는 말이 있다. 학교를 다니는 사람에게 제 1의 공간은 집이고, 제 2의 공간은 학교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제 1의 공간과 제 2의 공간을 쳇바퀴 돌 듯 왔다 갔다 한다. 그래서 어떨 때는 쳇바퀴에 벗어나 나만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 한다. 또 사람들과 어울려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싶어 한다. 제 3의 공간은 사람들이 규칙적으로 찾아가서 스트레스를 풀거나 여유를 찾는 공간을 말한다.

커피숍을 제 3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한 사람이 바로 하워드 슐츠 회장이다.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공간을 파는 곳으로 브랜딩하면서 다른 커피전문점에서는 살 수 없는 것을 제공했고, 이러한 전략은 한국에 그대로 먹혔다. 좁은 원룸에서 사는 대학생, 집 이외의 곳에서 작업하는 작가,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개인), 시끄러운 아이들과 잠깐 떨어져 있고 싶은 주말의 아빠와 같은 사람들이 다들 스타벅스로 모여들었다. 공간이 부족한 한국의 현실에서는 아지트 전략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인간이 살면서 가장 필요한 세 가지는 바로 ‘의식주’이다. 경제성장으로 입고 먹는 것을 전체적으로 해결한 소비자들은 공간으로 관심을 돌렸다. 이에 발 빠르게 공간의 문화를 주도한 것이 바로 스타벅스였다.

스타벅스는 패스트 푸드점과 달리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인테리어를 푸근한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고급스러움과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소파와 원목 테이블을 배치하고, 매장은 천장까지의 높이를 높게 유지하며 샹들리에를 설치하였고, 조명도 밝게 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대화를 하고,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등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학원가나 상권 등과 같이 공부하는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지역에는 1인 좌석, 분리형 좌석을 대폭 늘려 혼자 공부할 때 독립성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배려했다. 반대로 사무실 밀집 지역에 있는 매장에는 여러 명이 둘러 앉을 수 있는 원형 테이블을 많이 만들었다. 또한 통유리를 이용해 매장 안 사람들이 외부 시선에 노출되도록 해놓았는데 이는 남들의 시선을 피해 막혀 있던 기존 카페의 문화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젊은이들의 코드를 대변하는 밝은 인테리어와 통유리 건물은 특히 매장 밖 사람들로 하여금 들어가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한다.

스타벅스는 매장에 흘러나오는 BGM 역시 매우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였다. 스타벅스는 자회사인 히어뮤직에서 음악을 제공받고 스타벅스만의 앨범을 만든다고 한다. 클래식, 뉴에이지, 팝, 재즈 등 엄격하게 선곡을 하여 매월 1장씩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에 발송하고 있다. 그래서 전 세계 모든 스타벅스의 매장에선 모두 같은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특수 제작한 CD이기 때문에 복사도 안 되고 매장 안에서만 재생되고 한 달이 지나면 자동 삭제된다.

또한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무선 인터넷 망도 깔았다. 와이파이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 곳도 스타벅스였다. 국내 스타벅스의 모든 매장은 KT와 손을 잡고 기가와이파이를 제공하면서 가정용보다 3~4배가량 빠른 속도로 이용이 가능한 와이파이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는 많은 커피 전문점에서 일상화된 충전식 적립카드도 스타벅스가 시초였다. 또한 와이파이 뿐 만 아니라 콘센트도 각 자리마다 구비했다. 와이파이와 콘센트가 없으면 고객이 빨리 자리를 떠 회전율은 높아지겠지만 근시안적으로 접근하면 ‘충성스러운 고객’의 확보는 어려울 것이다. 스타벅스는 역발상을 통해 소비자들이 머무는 시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스타벅스는 ‘고객이 머무는 시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법을 알고 있었다.

길을 걷다가 베이커리를 앞을 지나갈 때 구운 빵 냄새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들어간 적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후각과 미각의 관계는 꽤나 긴밀하다. 향기 마케팅이 커피 전문점처럼 잘 맞아 떨어지는 곳도 없을 것이다. 여기서 향기 마케팅이란 매장이 고객에게 자신의 상품과 궁합이 잘 맞는 향을 발산해 상품의 이미지를 오래 각인 시키고 상품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게 하여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킨다는 마케팅 기법이다. 스타벅스 매장에 들어가면 대부분의 경우 커피 향에 매료될 것이다. 이러한 커피 향을 지키기 위해 매장 내에서의 흡연은 금지되어 있다. 향이 강한 요리된 음식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커피향을 지키기 위한 차별화된 노력은 흡연 구역을 없애는 데까지 미쳤다. 스타벅스는 매장에 흡연 구역을 운영하지 않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전 세계 어느 매장에 가더라도 흡연실은 없다. 매장 인근 반경 8미터 이내를 금연 구역으로 설정하는 등 스타벅스 금연정책은 엄격하다. 다른 커피 전문점들이 매장 내 흡연구역을 따로 구분해놓은 것과는 다르다. 흡연 구역이 없는 것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도 있었지만, 커피는 다른 음료와 달리 후각의 영향을 민감하게 끼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집해 오는 정책이다.

이처럼 스타벅스의 소비자들의 감성을 건든 감성마케팅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가치소비로 이어졌다. 자신이 가치를 부여하거나 본인의 만족도가 높은 소비재는 과감히 소비하고, 지향하는 가치의 수준은 낮추지 않는 대신 가격이나 만족도 등을 꼼꼼히 따져 합리적으로 소비하려는 성향을 말한다. 앞서 설명했던 타인을 의식하는 과시소비와는 다르게 실용적이고, 자기만족적인 성격이 강하다. 무조건 저렴한 상품이 아닌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제품에 대해서는 과감한 투자를 행한다. 스타벅스에는 브랜드 마니아들이 많은데 텀블러나 새로 음료가 출시되었을 때 품절은 매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다른 텀블러에 비해 훨씬 가격이 비싸도 말이다. 훨씬 저렴한 테이크아웃 커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커피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스타벅스라는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가기도 한다. 스타벅스는 업무를 보기 위해 찾아 온 소비자에게 와이파이와 언제나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 그리고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한 가지 상품(커피)을 구매하지만 두 개 이상의 만족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스타벅스는 상품의 가격 그 이상의 가치를 느끼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아주 잘 파악했고, 매장 안은 사람들로 항상 붐비게 된 것이다.

소비자 자신을 위한 소비가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은 소비자가 자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소득 수준의 향상으로 중산층이 비약적으로 증가하자 소비자들은 생리적, 안전적 욕구를 충족하게 되었고 자아실현의 욕구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거대한 중산층 소비자 그룹이 제각각 자아추구적 소비를 수행하면서 하나의 소비 트렌드를 형성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가치소비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 소비자를 ‘포미(For Me)족’이라고 한다. ‘건강(For Health)’, ‘싱글족(One)’, ‘여가(Recreation)’, ‘고가(Expensive)’의 알파벳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이다. 과거 고가 제품의 소비 성향이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이른바 ‘보여주기’식이었다면, 포미족에게서 나타나는 가치 소비 트렌드는 개인적이고 자기만족적인 성향이 강하다. 이러한 포미족이 생겨나게 된 원인으로는 아이러니하게도 낮은 경제성장이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생긴 가치소비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포미족은 어려운 상황에서 다들 절약만을 외치고 살다 보니 이 정도는 나를 위해 사용해도 괜찮다는 보상심리로 인해 생겨났다. 과거 허영의 상징인 ‘된장녀’와 달리 소비를 자신에 대한 투자로 생각하고 소비초점을 남과 구별되는 ‘차별화’에 맞춘다. 또 된장녀와는 다르게 합리적인 판단이 전제에 깔려 있다. 포미족에겐 커피 하나도 '작은 사치'에 들어간다. 이들에게 커피는 더 이상 '잠을 깨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원두의 풍미와 맛으로 만족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포미족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4) 현지화 전략과 팬덤 소비

본래 스타벅스가 가진 브랜드 파워는 일관성에서 나온다. 세계 어느 매장에서도 비슷한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원칙을 가지고 명성을 유지했다. 국내 스타벅스는 이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의 차별화를 꾀하려고 했다. 그것이 바로 현지화 전략이다.

스타벅스는 “현지 문화와 맛에 적응하라”라는 지역 마케팅을 실현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서울 인사동에 진입한다는 것은 문화적으로 예민한 부분이었다. 2001년 출점 당시 지역 주민들이 미국 문화의 상징으로 꼽히는 스타벅스의 출점을 반대하였고, 스타벅스는 이에 간판을 한글로 달고 매장을 전통 기와와 창살 무늬로 인테리어 공사를 하도록 허가를 받았다.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 중 자국어를 간판으로 채용한 건 한국 스타벅스가 유일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반대하는 목소리는 크게 줄었고, 현재 인사동 매장은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 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평가 받고 있다. 2012년 문을 연 스타벅스 경주보문호수DT점은 독특하게 좌식 테이블을 갖췄다. 매장 외관도 역사의 도시인 경주의 특성을 잘 살려 한국적 요소를 반영했다.

수도권을 시작하여 다른 지역으로까지 한국식 스타벅스를 지어 한국의 전통성을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커피를 마시는 공간 안에서 한국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러한 지역적 마케팅이 소비자들에게 또 다른 감성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전통문화의 거리에 융화하기 위해 한글 간판을 단 지역화 전략은 외관에만 그치지 않고 로컬 메뉴를 개발하는 데까지 뻗어나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떡 패스트리’이다. 인사동의 특성을 살리고 타 점포화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의 음식을 상징한 떡과 서양의 빵을 조화시킨 퓨전 메뉴이다. 또한 인사동 매장에 오면 호박죽, 단팥죽, 수정과, 식혜 등을 맛볼 수 있다. 다국적 기업의 현지화 전략 치고 국내 인사동 매장은 매우 ‘철저하다’는 느낌을 갖게 해준다. 그 외에도 한국인 입맛에 맞는 메뉴와 서비스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라이스 칩’과 ‘유자 셰이큰티피지오’을 비롯해 우리 농산물을 사용한 ‘옥고감’, ‘한 입에 쏙 고구마’ 등 다양한 자체 개발 음료를 판매하고 있는데, 메뉴가 70여종이 될 정도로 적지 않는 한국만의 맞춤형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현지에 맞는 메뉴는 국내 소비자들로 하여금 친근감을 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스타벅스는 국내 브랜드 론칭 초기에는 미국의 최신 소비문화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가장 큰 매력이었지만 2014년에 로컬메뉴개발팀을 설립하여 끊임없는 현지화 신메뉴 개발과 신상품 출시로 고객들과 접점을 시도한 게 업계 1위 유지 비결로 보인다.

스타벅스는 스타벅스 로고가 들어가 있는 드링크웨어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브랜드를 홍보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드링크웨어는 텀블러, 휴대용 머그, 머그, 컵 뚜껑, 빨대, 텀블러 케이스와 같은 액세서리 등이 있다. 특히 이 중 텀블러와 머그 등은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출시되는 기본 디자인과 국가별, 지역별, 시즌별로 다르게 출시되는 디자인으로 나뉘어져 고객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또한 스타벅스는 드링크웨어 제품을 한정판으로 소량만 제작해 판매하는 희소성 마케팅도 진행하고 있다.

국가별, 지역별로 출시되는 텀블러와 머그는 그 나라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제작된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매년 봄 일본을 대표하는 꽃인 벚꽃을 테마로 한 텀블러가 한정판으로 출시되고 있으며, 대한민국 서울에서는 남산타워 등의 서울 풍경이 그려진 머그와 텀블러가 판매되고 있다.

매 시즌, 새로운 텀블러가 출시되는 날이면 스타벅스 앞에는 사람들이 개점 전부터 새 텀블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을 볼 정도로 인기가 많다. 시즌별로 출시되는 텀블러는 밸런타인데이, 크리스마스와 같은 특정 시즌별로 그 시즌의 특성이 디자인에 반영된다. 예를 들어 밸런타인데이의 경우 ‘하트’모양을 테마로 하거나 크리스마스의 경우 크리스마스트리를 그려 넣는다. 한국에서는 2004년 한글날을 맞아 한 직원의 제안으로 훈민정음이 그려진 텀블러가 디자인되었고, 이후에도 리뉴얼 되어 한국에서만 지속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스타벅스만의 드링크웨어 제품은 시즌별, 지역별로 디자인이 다르고 그 만큼 희소가치가 있어 스타벅스의 팬들은 그만큼만의 소장가치 욕구를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

또한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다양한 디자인의 텀블러나 컵을 수집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 2013년 디자인팀을 따로 만들기도 했다. 스타벅스 해외 지사 가운데 독립된 디자인팀을 갖춘 곳은 본사를 제외하면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적인 디자인은 세계의 고객들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으며 미국 본사 측에서는 오히려 벤치마킹할 정도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2017년 핑크 플래너는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했는데, 스타벅스 본사 측에서는 이를 한국 고객의 컬러 선호도를 수렴한 마케팅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에서만 시행하는 ‘콜 마이 네임’ 서비스 역시 현지화의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해외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직원이 회사 시스템에 등록된 고객 이름을 부르며 커피를 제공한다. ‘톰, 아메리카노 나왔어요’ 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 서비스를 한국에 들여오자 국내 소비자는 ‘커피 한 잔 마시는데 이름까지 알려줘야 하나’라며 불편해했다고 한다. 그래서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본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고객 닉네임을 등록하는 서비스를 마련했다. 음료를 제공할 때 직원이 이를 불러주는 것이다. 이후 대중 사이에서 ‘스타벅스 닉네임 재미있게 붙이기’ 경연이 벌어졌고, 자신의 이름을 ‘라테 시키신 분’으로 등록한 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자 직원이 ‘라테 시키신 분,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라고 했다는 등 후일담이 SNS를 가득 채웠다. 이 과정에서 ‘스타벅스 팬덤’이 더욱 공고해졌음은 물론이다.

한국의 문화 또한 잘 이용한 사례가 있는데, 바로 ‘사이렌 오더’ 서비스 이다. 이 서비스는 앱으로 커피 결제를 하면 GPS 기능을 이용하여 앱 스스로 사용자 주변 500M 반경 이내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을 검색하여 주문부터 결제까지 가능하게 해준다. 소비자는 걸어가면서 주문을 하고 도착해서는 기다리지 않고 바로 음료를 받아 가면 된다. 사이렌 오더는 IT 기술과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정신의 결합이 만들어낸 쾌거다. 2014년 5월에 처음 선보여 사용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또한 스타벅스는 수도권 외곽과 지방에서 매장을 열 때, 차를 타고 커피를 마시려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여 2012년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가장 먼저 도입하였다. 현재 100여개의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가지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은 보통 일반 매장보다 약 20~30% 고객이 많고 그중 40% 정도가 드라이브 스루 고객인 만큼 다른 커피전문점보다 소비자의 니즈 파악을 빠르게 알아냈다는 또 다른 사례이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스타벅스의 현지화 전략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팬덤을 형성하게 하는데 일조했다. 스타벅스의 팬덤 소비는 매년 연말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얻기 위한 팬덤의 움직임을 사례로 들 수 있다. 크리스마스 음료 3잔을 포함해 두 달 안에 음료 스티커 17장을 모아야 받을 수 있는 스타벅스 다이어리는 스타벅스 굿즈 중 최상품으로 꼽힌다. 매 연말마다 마치 게임의 퀘스트를 수행하듯 진행되는 다이어리 받기 미션은 팬들의 덕질 온도를 보다 상승시키는 요소이기도 하다.

스타벅스의 팬덤 유지는 로컬 디자인팀을 적극 활용하여 스타벅스의 아이덴터티를 정확히 표현하고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해 디자인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다양한 트렌드와 전통문화를 반영한 상품 디자인이 국내 현지화 전략과 조화를 이루면서 소비자의 호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3. 결론 : "비결은 단순,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

지금까지 국내에서 스타벅스가 보여줬던 전략과 그에 따른 현대 소비트렌드를 함께 살펴보았다. 단순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보기보다는 스타벅스 전체의 문화적 코드에 대해 살펴보아야 한다.

첫째, 매장의 편안한 분위기이다.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직장이나 집에 대한 걱정은 잊어버리고, 편히 쉬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비공식적인 공공장소가 필요하였다. 스타벅스는 이와 같은 시대의 흐름을 포착했고 단순히 마시는 커피를 판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한 잔의 이미지’를 판다는 목표에 맞게 심벌마크뿐 만 아니라 커피에서 추출해낸 색상과 기조로 한 인테리어 디자인과 음악에 의한 분위기 연출로 집이나 직장과는 다른 차별화된 제 3의 장소로 포지셔닝 하였다.

둘째,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특별하다’는 우월감을 제공한다. 전 세계에서 스타벅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스타벅스 커피를 소비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자신이 고급스러운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한다는 사실을 함축적으로 나타내 주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타벅스는 소비자들을 일회적 소비에 국한시키지 않고 더 나아가 팬덤으로 진화시키기 위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항상 파악하려했고, 지속적인 소통을 노력 했다.

열악하고 불안정한 조건 속에서도 스타벅스의 브랜드 가치는 세계 100위 안에 든다. 이 비결은 무엇일까? 비결은 단순하다.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했던 것이다. 슐츠는 커피 시장이 소득 수준의 향상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른 음식 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간파했다. 그에 따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고 기호에 맞는 새로운 커피 문화를 창조한 것이다. 현대 소비자의 욕구에 맞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에 끊임없이 몰두한 것, 이것이 스타벅스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성공 비결이다.

/이지영(언론학 석사). <사람과 언론> 2018 창간(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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