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공공의대 설립 법안' 여야 논의 또 '불발'...좌초 위기, 누가 발목 잡나?
[뉴스 큐레이션] 2022년 11월 15일
지난 2018년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한 남원 공공보건의료대학원(공공의대) 설립 법안이 수년째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터덕거리며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해 지역민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특히 올해는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지역 국회의원들의 약속과 달리 남원 공공의대 설립 법안에 대해 국민의힘이 협조를 거부하는 등 다른 지역들의 공공의대 관련 법안들이 줄줄이 늘면서 좌초 위기에 빠졌다.
국회 보건복지위, 남원 공공의대 논의 ‘불발’
15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남원 공공의대 설립 법안을 심의하고 있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당초 이날 법안 심사소위를 열고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강기윤 의원(경남 창원시 성산구)을 중심으로 국민의힘이 합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논의 자체가 불발됐다.
여야 보건복지위 간사는 15일과 16일 예정됐던 법안소위 개최를 연기하는 등 여야가 법안소의 논의 안건에 합의하지 못했다. 이는 ‘남원 공공의대에 관한 안건'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일정도 녹록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 같은 국회 내부의 부정적 기류 때문에 전북지역 국회의원들이 난감한 상황에 내몰렸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합의처리가 안 될 경우 강행처리 의사를 밝힌 바 있었지만 논의 과정조차 불발되면서 다시 난항에 빠졌다. 특히 법안이 처리되더라도 보건복지부의 실행 여부가 미지수여서 강행 처리만이 능사가 아니란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합의 처리에 집중한다는 쪽으로 다시 민주당 입장이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지역 정치권과 일부 지역 언론들은 “보건복지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이 국립창원대 의과대 설치에 관한 특별법을 지난 2020년 8월 발의한 상태여서 더욱 상황이 어렵게 됐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남원 공공의대' 발목 잡히는 사이 발의된 의대 신설 관련 법안만 11건
게다가 남원 공공의대 설립 법안은 의대 정원 증원이 아닌 지난 2018년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하는 법안임에도 너무 오랫동안 지체되면서 다른 지역들과 경쟁하는 처지가 됐다.
현재 국회에는 전남 목포·순천·여수, 경남 창원, 경북 안동·포항, 충남 공주, 부산 기장, 인천 등이 의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각 지자체는 ‘낙후된 의료 인프라 개선’을 명분으로 삼고 있고, 현재 국회에 발의된 의대 신설 관련 법안만 11건이다.
[해당 기사]
남원공공의대 국회서 잠자는 사이 관련 법안 11건 '발목'..."서남대 폐교 시 약속 이행하라"
이 중 6건은 특정 대학이나 지역을 명시하고 있고, 여야 할 것 없이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이 직접 나섰다. 지난 5월 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목포의대 설치 특별법’을 발의한 데 이어 지난달엔 ‘전라남도 내 의대 설치 특별법(민주당 소병철 의원)’, ‘공주의대 설치 특별법(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잇따라 발의됐다.
이밖에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창원의대 설치 특별법’,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 등 부산 지역 의원 10명은 ‘한국방사선의대 설립법’을,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 등은 ‘안동의대’ 설치에 관한 법안 발의를 했다. 법안들은 주로 공공의대 설치 예산 등을 국가가 지원하고, 의사 면허 취득 후 10년간 지역 의료기관 등에서 의무 복무하는 조건으로 큰 차이가 없다.
보건의료 노동계 "지역 의대 정원 확대하고 남원 공공의대 조속히 설립하라"
이런 상황에서 전북 보건의료 노동계가 부족한 지역 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의대 정원 확대와 남원 공공의대 설립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을 끌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북본부는 지난 8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대·원광대 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남원공공의대를 즉각 설립하라"고 촉구했다.
전북보건의료노조가 최근 실시한 의사인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북대병원과 군산의료원, 남원의료원, 진안군의료원의 전문의 정원은 385명이지만 현재 350명으로 35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진안군의료원은 전문의 정원 9명에 현재 4명으로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역보건의료노조는 "의사 부족 문제가 심각한 국민 건강의 위협 요인으로 더욱 커져가고 있음에도 의사 증원 논의가 현재까지도 답보 상태"라며 "정부는 의사인력 확충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고, 지역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해 남원 공공의대를 조속히 설립하라"고 요구했다.
남원시의원들, 보건복지위 여당 간사에 ‘공공의대 설립 법안 통과’ 촉구...‘냉랭’
앞서 남원시의회 의원들도 지난 8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기윤 의원을 만나 남원 공공의대 설립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남원시의회 오동환 운영위원장과 강인식·김길수 의원 등은 지난 8월 24일 강 의원을 면담하고 공공의대 관련 법안이 빠른 시일 내 통과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구했다.
특히 이날 시의원들은 ‘국립창원대학교 의과대학 설치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한 강 의원과의 면담에서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의대 정원은 기존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 의사 정원 확대와는 별개”라고 강조했다.
남원시의원들은 8월 22일부터 일주일여 동안 국회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와 함께 공공의대법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을 차례로 찾아다니면서 개별 면담을 실시하며 '공공의대 설치법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그러나 3개월이 흐른 지금 공공의대와 관련해 여야는 여전히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자신의 지역구만 바라보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