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는 우리의 것“...군산 경계하는 신안·인천, 왜?
다른 지역, 다른 언론-볼만한 뉴스(23)
서남해의 ’보배 어종‘으로 자리해 온 홍어가 기후변화로 서해 전역에서 잡히면서 주산지를 놓고 지역 간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전남 신안에서 전북 군산과 인천 옹진군 등으로 주산지가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서해에 난류성 어종 자원량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2010년대 초반부터 군산과 인천의 홍어 어획량이 신안의 어획량을 넘기 시작했다. 따라서 총허용어획량 제도(TAC, total allowable catch)를 놓고 지역 간 형평성 문제 등이 야기되고 있다.
언론들도 이 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문제는 홍어 주도권을 놓고 자칫 지역 간 갈등이 커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다른 지역 주요 언론들이 내놓은 홍어 관련 의제들을 톺아본다.
TAC, 총허용어획량 제도는 개별 어종(단일 어종)에 대한 연간 어획량을 정하여 그 한도 내에서만 어획을 허용하는 자원관리제도로, 유엔해양법협약 발효에 따른 연안국의 어업자원에 대한 관할권 강화 및 전통적 어업관리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1999년에 도입한 제도다.
그런데 최근 전남 신안군 흑산도와 전북 군산시, 인천시 옹진군 등이 홍어의 총 허용어획량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모양새다. 지난해부터 흑산도가 홍어 어획량 1위 자리를 내준 원인에 대해 지역 언론들의 보도가 다양하게 나왔다.
[광주·전남] ”‘흑산 홍어’ 명성 흔들린다...TAC 제도 개선 해수부에 건의“
광주일보는 11일 ’‘흑산 홍어’ 명성 흔들린다‘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수백년 동안 ‘흑산 홍어’는 ‘영광 굴비’와 함께 생산지와 어종이 결합된 고유 명사였다“며 ”이 같은 홍어 주산지 흑산도의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흑산도가 홍어 어획량 1위 자리를 군산에 내주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홍어(참홍어) 주산지가 신안 흑산도에서 군산으로 바뀌고 있다. 국산인 참홍어 총허용어획량규제를 받는 서해안 지정해역에서 전북과 충남이 제외돼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 기사는 ”회유 어종인 참홍어가 전북·충남에서 남획되면서 ‘흑산 홍어’의 어획량이 상대적으로 감소, 그 명성까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사는 ”이 외에도 TAC 대상인 전남도 해역의 키조개·개조개·오징어·참조기에 대한 규제 역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전남도는 10일 참홍어 등에 대한 총허용어획량 제도가 어획량을 과도하게 제한해 어업인 생존권을 위협하면서 민원이 잇따라 제기돼 TAC 제도 개선을 해양수산부에 최근 건의했다“고 밝혔다.
”전남도는 서해안 전역에 참홍어가 서식·분포하고 있는 만큼 전남의 흑산도부터 전북 군산, 충남, 경기, 인천해역 등까지를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전남 어업인들의 주장“이라고 덧붙인 기사는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전남의 참홍어 생산량은 663톤으로 전체(1287톤)의 51.5%를 차지했으나 2021년에는 1004톤으로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3121톤)의 32.2%로 비중이 급감했다“고 전했다.
이어 기사는 ”2019년 224톤(17.4%)에 불과했던 전북의 생산량이 2021년 1417톤(45.4%)으로 전남보다 40% 이상 많을 정도로 증가한 것이 그 원인“이라며 ”생산량에서 전북이 전남을 앞선 것은 2021년이 처음이다. 2019년 홍어 생산량은 전남이 989톤, 전북이 637톤이었다“고 강조했다.
”흑산 홍어가 사라진다···주산지 위치 흔들“
무등일보는 앞서 7일 ‘흑산 홍어가 사라진다···주산지 위치 흔들’이란 제목의 인터넷판 기사에서 ”신안군은 TAC에 따라 어획 물량을 조절, 2017년 217톤, 2018년 193톤 2019년 280.9톤 2020년 330톤 2021년 505톤을 획득했지만, 올해는 7월 16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65톤을 잡는데 그쳤다“며 ”이처럼 올해 흑산 홍어 어획량이 줄어든 것은 수온 상승 때문“으로 분석했다.
”2019년 이후 서해안 바닷물 온도가 1.5도 정도 올라 홍어를 비롯해 오징어, 고등어 등 난류성 어종의 서식지가 북상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기사는”이에 흑산 어민들은 '2019년 이전에는 TAC 제한으로 홍어가 바다에 넘쳐나도 잡을 수 없다'고 안타까워 했지만, 이제는 홍어가 사라져 흉년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며 ”군산 어민들이 무분별하게 홍어를 어획할 수 있는 데는 TAC가 신안군과 인천 옹진군에만 적용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사는 ”신안군은 홍어 자원량 유지와 흑산도 홍어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에 홍어 TAC의 전국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미에서 강조했다.
[인천] ”홍어 주산지 인천과 군산으로...어획량 규제 요구“
인천투데이는 7일 ‘홍어 주산지 인천과 군산...신안 “어획량 규제” 요구’의 기사에서 “서남해의 보배 어종 홍어가 기후변화로 서해 전역에서 잡히면서 주산지도 전남 신안이 아니라 전북 군산과 인천 옹진군이 대체하고 있다”며 “다만 인천의 경우 홍어를 삭히는 기술이 덜 발달하고, 삭힌 홍어를 먹는 음식문화가 호남보다 덜해 인천에서 잡은 홍어 대부분은 전남으로 내려간다”고 보도했다.
이어 “흑산도가 홍어의 주산지라는 말은 옛말이 돼버렸다”는 기사는 “인천 대청도의 홍어 어획량도 상당하다. 인천은 군산이 등장하기 전까지 국내 홍어의 절반 이상을 잡기도 했다. 현재 군산이 국내 홍어 어획량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혀 역시 군산을 경계하는 듯했다.
그러면서 “홍어가 잡히는 곳이 이처럼 군산과 대청도까지 확대된 배경에 바닷물 온도가 상승이라는 이유가 있다”는 기사는 “때문에서 전남 신안군에선 어민들이 어획량 규제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며 “현재 인천 대청도와 신안 흑산도 해역에만 적용되는 ‘참홍어’에 대한 어획량 규제를 확대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 어획량 규제는 해양수산부 규정이다. 해수부는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국내 주요 어종 17개에 대해 지역별 어획량 상한선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남 신안군과 어민들은 지역 특산품 흑산도 ‘홍어’의 명성 유지와 어족자원 보호, 지역 간 형평성 차원에서 어획량 규제를 전국으로 확대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동해도 수온의 변화로 어획량 규제 개선 목소리가 높다. 경북도의회는 ‘참다랑어 총허용어획량 및 정치망 배정 어획량 상향 건의문’을 의결하고 해수부에 제출한 상태다.
[서울] “홍어는 우리의 것…흑산도·군산 총성 없는 전쟁”
이와 관련 중앙일보는 10월 30일 ‘"홍어는 우리의 것이다"…총성 없는 전쟁 치르는 흑산도·군산’의 기사에서 “전남 신안군 흑산도와 전북 군산시가 홍어 주도권을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며 “여전히 '홍어=흑산도' 공식이 대세지만, 기후 변화로 군산 앞바다에서 잡히는 홍어가 국내 생산량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면서 두 지역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어 주도권을 지역 간 전쟁에 비유한 기사는 “전북도·군산시·군산시수협 등은 흑산도 홍어 명성을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군산시는 지역 특색이 담긴 브랜드와 신상품을 개발하고 위판장과 수산물 저장 시설 등을 현대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반면 “흑산도 어민들은 군산 홍어를 견제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또한 신문은 이상수 흑산도 홍어연승협회장의 말을 인용해 "흑산도 주민의 70~80%가 홍어 덕분에 먹고 산다"며 "홍어는 다른 어종보다 산란 양이 턱없이 적어 TAC 적용을 받지 않는 지역에서 마구잡이 조업을 하면 씨가 마를 수 있다"고 해당 기사에서 전했다.
이어 기사는 "군산 어민만 아무 제약 없이 홍어를 잡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TAC 적용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애용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흑산도를 중심으로 TAC 확대 요구가 커지자 정부도 검토에 들어갔다“는 기사는 해수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현재까지 홍어 자원이 느는 추세여서 자원 관리 시급성은 없지만, TAC에 참여하는 어민들이 피해가 있다고 해 TAC 확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TAC 대상 수역을 넓히면 흑산도 홍어라는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 고민 중"이라고 전달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