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공소시효 임박...전북 단체장·교육감 6명 쫒기듯 '송치·기소', 선거 브로커·여론조작·관권선거 수사 ‘미진’
진단
6·1 지방선거와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공소시효 만료 시한이 2주일여 앞으로 임박해 오면서 전북지역 교육감과 자치단체장들에 대한 검·경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너무 짧은 공소시효의 한계와 문제점이 또 다시 제기되고 있다.
전북지역에서는 지방선거 과정에서 허위사실 공표와 금품 선거 등의 혐의로 7명의 시장·군수와 교육감 등 8명이 수사를 받아왔다. 이들 중 단체장 5명과 교육감 1명 등 모두 6명이 검찰에 송치되거나 이미 기소돼 최종 사법 판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선거 브로커·여론조작·자원봉사센터 관권 선거 수사’ 몸통 비껴가...‘졸속’ 비판
그러나 ‘선거 브로커 사건’과 ‘여론조사 조작 사건’, ‘자원봉사센터 관권 선거 의혹 사건’ 등 전북지역에서 발생한 전대미문의 굵직한 사건들이 지난 지방선거 기간에 발생했으나 정작 단체장이나 후보, 업체 대표 등이 수사 핵심에 빠지면서 몸통은 비껴가고 깃털만 건드린 졸속 수사란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6개월의 짧은 공소시효 기간 때문에 수사의 신속성만 내세우다 보니 소위 ‘몸통’들에게 면죄부를 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전주지검과 전북경철청 등에 따르면 6·1 지방선거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전북 단체장은 모두 7명과 교육감 1명 등 8명이 대상이었으나 최종 경찰 수사 결과 단체장 5명과 교육감 1명 등 6명이 검찰에 송치된 가운데 1명은 이미 기소된 상태다.
서거석·우범기·정헌율·이학수·최영일, 검찰 송치...최경식, 기소 이어 또 송치
이들 중에는 서거석 전북교육감이 동료 교수 폭행 의혹과 관련해 방송 토론회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고, 우범기 전주시장, 정헌율 익산시장, 이학수 정읍시장, 최영일 순창군수 역시 방송 토론이나 보도자료 등 선거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 또는 유포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아오다 검찰에 송치됐다.
또한 최경식 남원시장은 학력 허위 기재로 가장 빠르게 기소된데 이어 최근 정당 활동 등의 이력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다시 송치됐다. 이밖에 강임준 군산시장은 금품 선거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아오다 검찰에 송치됐다.
무주·고창군수 불기소·불송치...‘선거법 위반’ 벗어
한편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아 온 황인홍 무주군수는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한 고발인의 이의 제기로 검찰로 사건이 넘어갔으나 불기소 처분을 받았으며,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 온 섭덕섭 고창군수도 앞서 불송치 결정으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짐을 내려놓게 됐다.
따라서 전북지역 14명의 시장·군수들 중 5명이 사법 판단과 법정 공방을 벌일 처지에 놓였으며 서거석 교육감 역시 기소 여부의 기로에 선 상태다. 이들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게 된다.
하지만 전북지역에선 지난 지방선거 과정의 선거 브로커 사건과 전북도 산하 기관인 자원봉사센터의 관권 선거 개입 사건, 여론조사를 이용한 여론 조작 사건 등이 발생했지만 이에 대한 수사 결과는 미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선거사범 수사 공소시효 6개월 ‘쫒기듯 수사’ 한계...”정치인들에 면죄부“
지방선거의 선거사범 공소시효가 20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정작 단체장이나 후보가 수사 대상에서 빠지면서 졸속 처리 논란이 일고 있다. 짧은 공소시효를 이유로 수사의 신속성만 내세우고 정작 정치인 등에게 면죄부를 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8개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7월 5일 지방선거 기간 내내 지역사회를 충격에 휩싸이게 했던 선거 브로커 사건과 관련해 브로커로 지목된 당사자 2명과 건설(개발)업체 3곳을 경찰에 고발했지만 이에 대한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민주당 간부, 시민사회단체 전 대표, 지역 언론인 등 토호세력들로 구성된 선거 브로커들은 민주당 전주시장 경선 과정에 개입해 조직과 자금을 미끼로 전주시 토목건축직 인사권과 개발 관련 인허가권을 요구했고 그 배후에는 특혜를 요구하는 건설업체와 정치인들이 있었다"며 "지역사회에서 소위 ‘권력자’들의 민낯이 아닐 수 없으며,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만으로도 충격적이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 드러났을 뿐이다"고 강조하면서 철저한 몸통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해당 건설업체들과 현역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는 미진한 채 유야무야 마무리돼가는 상황이다. 또한 여론조사를 이용한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도 최훈식 장수군수와 장영수 전 장수군수 측 모두 조직적으로 여론조사를 조작한 정황이 확인돼 공직선거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37명이 검찰에 송치됐지만 전·현직 단체장은 제외됐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여론조사 안심번호 추출이 통신사 우편 청구서 주소지를 기준으로 이뤄지는 점을 악용, 장수군에 살지 않으면서도 특정 후보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허위 응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체장 측근들만 줄줄이 수사·송치...‘봐주기’ 의혹
경찰은 이번 조작 행위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휴대전화를 213개로 특정했다. 선거를 앞두고 신규 개통됐거나, 장수로 요금 청구지가 변경되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된 사례들이다. 하지만 경찰은 여론조사 조작이 최 군수나 장 전 군수와는 상관없는 일로 결론지었다. 아예 수사 방향이 초기부터 이들을 비껴갔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전북도 산하 자원봉사센터의 선거 동원 의혹 수사도 많은 의구심이 남는다. 송하진 전 도지사의 3선을 위해 가족(부인) 등 측근 공무원들이 모집책을 둬 당원을 끌어모은 뒤, 자원봉사센터에서 만명 넘는 명단을 불법으로 관리해온 것으로 확인됐지만 경찰은 정작 이해 당사자인 송 전 지사로까지는 수사를 넓히지 않은 채 사건을 마무리하고 검찰에 넘겼다.
전북경찰청은 지난 10월 2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송 전 지사의 부인 오모 씨와 송 전 지사 재임 시절 비서실장 등 측근이었던 고모 전 비서실장, 송모 전 비서실장, 장모 전 비서실장, 한모 전 과장을 비롯해 이 사건에 가담한 전·현직 공무원 12명과 일반인 18명 등 총 30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송 전 지사는 소한조사 한 차례 없이 송치돼 많은 의구심을 받고 있다. 경찰은 ”범행에 개입했다고 볼 구체적 증거가 없었다“고 밝혔지만 전·현직 단체장 등 몸통들이 수사 대상에서 빠진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처음부터 조사조차 하지 않은 건 '봐주기' 또는 '부실 수사'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개입했는지, 아니면 범행을 알고도 묵인했는지 직접 따져볼 법도 하지만 주변 진술에만 의존해 윗선(몸통)까지는 수사력이 미치지 못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독일 등 많은 나라 선거사범 공소시효 없어...우리는 국회 논의조차 안해
이러한 배경에는 선거사범에 대한 짧은 공소시효가 큰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와 관련 KBS전주총국은 10일 ‘‘쫓기듯’ 선거사범 수사…공소시효 6개월 ‘한계’‘란 제목의 기사에서 ”선거사범 공소시효는 선거 다음 날부터 6개월이지만 공소시효가 짧아 제대로 된 수사가 어렵다“며 ”경찰 수사와 송치, 검찰 사건 검토와 기소에 이르기까지 선거 범죄의 실체를 밝히기에 6개월은 촉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6월 지방선거 관련 전북경찰이 수사한 선거범죄는 170여 건이며, 모두 160여 명이 혐의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지만 대부분 공소시효를 한 달 남짓 남기고 이뤄졌다“는 기사는 ”허위사실 공표 등으로 고소·고발 돼 본인 출석이 불가피한 수사를 빼면 단체장이나 후보를 소환하는 것조차 엄두를 못 내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따라서 ”결국 꼬리자르기식 수사에 선거사범으로부터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은 단체장이나 후보는 법망을 피해 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기사는 ”짧은 공소시효가 정치인에게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라고 짚었다.
특히 기사는 ”일본은 1962년 선거법을 손봐 단기 공소시효를 없앴고, 독일과 미국 등 대다수 국가는 애초 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는데 반해 우리의 경우 중앙선관위가 2011년 매수죄에 한해 시효를 2년으로 연장하자는 의견을 낸 적 있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신 국회는 공무원의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를 10년으로 늘렸으나 공무원 범위에 선출직 공직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지방선거 기간의 선거사범 수사 공소시효가 2주일여 남은 상황에서 경찰과 검찰의 압수수색 등이 막판에 쫒기듯 잇따라 이뤄지고 있지만 과연 제대로 된 수사와 기소가 이뤄질지 우려와 불신이 커져만 가고 있다. 지난 6·1 지방선거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기소 여부 시한은 오는 12월 1일까지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