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시장 추진 계획 8개월 만에 바꾼 '우범기표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안'...시민 공론 배제·예산 낭비 '논란'
[뉴스 큐레이션] 2022년 11월 11일
20여년 동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도심 애물단지로 전락해 온 전주종합경기장이 민선 8기 들어 또다시 개발 계획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갈등과 마찰의 기로에 놓였다.
특히 우범기 전주시장은 김승수 전 시장이 올 상반기 지방선거 전까지 역점적으로 추진해 왔던 전주종합경기장의 '시민의 숲' 재생사업 대신 '대규모 전시컨벤션'으로 개발 방향을 바꾸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시컨벤션 면적이 기존의 2배로 확대되고 쇼핑몰과 호텔 규모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동안 집행된 예산 낭비와 더불어 시민 공론이 배제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주시, 올 연말까지 27억원 들여 ‘정원의 숲’을 조성한다며 8개월 전 착공식...또 변경?
전주시는 6·1 지방선거 직전인 지난 3월 전주종합경기장 부지에 '정원의 숲' 사업을 위한 착공식을 갖고 사업에 돌입했다. 전주 시민들의 추억 공간인 종합경기장을 '시민의 숲'으로 일구고 일부에만 전시컨벤션과 호텔을 추진한다는 계획의 첫 삽이었다.
전주시는 3월 30일 전주종합경기장 내 야구장 옆 청소차량 차고지와 양궁장 이전부지 약 8,000㎡에 '정원의 숲' 조성사업 착공식을 개최하고 올해 연말까지 총 사업비 27억원을 들여 △풍경 담은 정원 △초화언덕 숲 △마당 품은 길 등 3개의 테마로 된 ‘정원의 숲’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주시는 이날 첫 삽을 뜬 ‘정원의 숲’ 외에도 ‘예술의 숲’과 '마이스의 숲'을 조성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이행 중이라고 밝히면서 야구장 본부석 자리에 들어설 한국문화원형 콘텐츠 체험전시관과 전주시립미술관의 경우 자체 타당성조사를 추진 중이고, 종합경기장 우측(북동측)에 들어설 전시컨벤션센터와 호텔은 한국지방행정연구원 타당성조사를 완료하고 행정안전부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조건부로 통과했다고 홍보했다.
이날 착공식에서 전주페이퍼는 1억원의 헌수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데 불과 8개월 만에 개발의 방향이 바뀌었다. 전주시는 이 곳에 광주시의 ‘김대중컨벤션센터’와 비슷한 2만㎡로 키우는 등 전시컨벤션 부지 면적을 기존 계획의 2배인 5만㎡로 확대하기로 했다.
“재생 중심 사업 계획, 마이스 산업으로 전환하라” 지시
10일 전주시는 지난 2005년 전북도와 전주시의 부지 무상양여 절차로 시작된 종합경기장 부지개발(MICE 인프라 구축)의 추진을 위해 야구장과 종합경기장 철거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우선 전주종합경기장 부지의 절반 정도인 5만㎡를 전시컨벤션센터 부지로 설정한 뒤 호텔과 백화점 부지 등을 집적화 시킬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전주시의 이 같은 새로운 구상은 우범기 시장이 재생 중심의 사업 계획을 MICE(마이스) 산업으로 전환하라고 지시한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후속조치로 오는 12월 중 야구장 철거를 시작해 내년 6월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전주시의회의 승인을 거쳐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야구장 철거를 위한 추가 경정예산 17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주시는 올해 안에 롯데쇼핑과 개발의 세부 계획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민선 7기 시절에 예산을 들여 추진했던 시민공론화위원회와 시의회 협의 등 재생중심의 개발계획을 전면 수정하면서 시의회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 시장 재임 시절에 많은 행정력과 예산 등을 투입해 공들여 온 개발계획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시민들의 우려가 크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개발과 보존을 놓고 20여년 동안 논란을 지속해 오다 결국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그동안의 논의 과정을 배제하고 수익만을 쫓는 대형 외지 개발업체의 입장에 치우치게 되면 시민과 소상공인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며 “더욱이 이번 전주시의 방침에 시민들의 공론 과정도 생략됐다”고 비판을 제기하고 나섰다.
“롯데에게 주도권 주게 돼...여러 문제점들 예상”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 활동가는 이와 관련 10일 전주MBC와의 인터뷰에서 "(사실상) 민선 8기에는 롯데에게 다시 양여하는 방식으로 추진이 되는 것“이라며 ”롯데에게 주도권을 쥐어주게 되는 것이어서 소상공인의 피해라든지 여러 문제점들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전주종합경기장 개발 문제가 나올 때마다 대기업인 '롯데'는 빠지지 않고 단골 메뉴로 등장해왔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한 때문이다.
[해당 기사]
"전주 심장을 롯데에게?"...전주시, 종합경기장 개발 강행 '논란'
"전주시, 종합경기장·옛 대한방직 터 개발 무원칙 20년...다음 시장은 헛수고 반복하지 말기를“
'전주 심장' 종합경기장 개발, 행안부 조건부 통과...롯데에 다시 끌려가나?
한편 최근 한옥마을 규제 완화를 추진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우범기 전주시장이 이제는 전주종합경기장 개발 계획을 전면 수정·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선 8기 전주시가 이 같은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키며 시민 공감을 이끌어 나갈지 주목 받는 이유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