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벌어진 예대금리 차이...전북은행 '착시' 주장은 고객 대하는 잘못된 자세
이화구의 '생각 줍기'
지난 8월 전국은행연합회가 은행들의 예대금리 차이를 공개한 이후 3개월이 지나자 이제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진 것 같아 지난 3개월 예대금리 차이를 다시 한번 들여다봤습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2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5%에서 올 6월 1.75%로 1.25%p가 오르는 1년 반 동안에 5대 시중은행의 예대금리 차이는 1.84%에서 1.49%로 소폭 줄었습니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올 6월 1.75%에서 10월 3.0%로 4개월이란 짧은 기간 동안 1.25%p가 급등하는 바람에 대부분 은행들의 예대금리 차이가 더 커졌습니다. 올 10월 자료가 은행연합회에 올라와 있지 않아서 정확히는 알 수는 없으나 지난 10월에 0.5%의 기준금리 인상이 있었으니 당연히 금리 차이가 더 벌어졌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픽스 상승으로 대출금리 자동적으로 인상
지난 8월 은행들의 예대금리 차이를 공개하면서 금융감독원에서 은행장들을 호출하여 금리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을 하였으나 오히려 예대금리 차이가 더 벌어진 셈입니다. 은행의 주택담보 대출의 경우 금리 구조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상승하여 대출금 변동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 자금조달 비용 지수)가 상승하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거의 자동적으로 오릅니다.
따라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을 막지 못하면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을 막을 수 없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입니다. 그런가 하면 정치권은 민생은 내팽겨치고 당리당략에 휩싸여 정쟁만 일삼으면서 한국은행 총재를 국회로 불러 금리인상을 계속하는 게 제대로 된 올바른 정책인지 한번 따져 묻지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주 미국은 연방준비은행에서 금리를 다시 0.75%를 올려 기준금리가 4.0%에 이르러 한국의 기준금리 3.0%와 1.0%p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달 말 한국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다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금리를 저렇게 올려도 고객들의 불만이 없는 이유는 미국인들이 이용하는 모기지론(주택담보 대출)의 경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98% 이상으로 대출신청 시 금리가 확정되었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올라도 기존 대출고객들에게 영향은 없습니다.
"정책 기조 맞게 중금리 대출 해주다 보니 생겨난 착시효과" 해명
그리고 신규로 모기지론을 받고자 하는 고객의 경우 자신이 인상된 금리를 감당할 수 없으면 집을 사지 않으면 되고 대출도 신청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은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한국의 경우는 주택담보 대출이나 전세자금 대출 고객의 95% 이상이 변동금리를 선택하였기 때문에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시중은행 대출금리도 따라 오르는 구조라 대출고객에게 바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게 한국과 미국의 차이입니다.
지난 8월 은행들의 예대금리 차이를 공개한 이후 전북은행의 경우 높은 예대금리 차이로 인하여 많은 전북도민과 고객들로부터 불만이 제기되자 가계대출 가운데 80% 이상이 신용도가 낮은 중서민 대출이고, 정부 정책 기조에 맞게 중금리 대출을 해주다 보니 생겨난 착시효과라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은행연합회에서 공시하는 자료는 해당 월에 신규 취급한 대출과 저축성수신의 금리입니다. 그리고 은행연합회에서 제공하는 금리는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기준에 따라 작성된 자료입니다. 즉, 각 은행이 해당 월 중 신규로 취급한 수신 및 대출에 적용한 금리를 신규 취급액으로 가중평균한 통계로서 최근의 금리 동향을 잘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또한 전북은행에서는 정부 정책 기조에 맞게 중금리 대출을 해주다 보니 생겨난 착시효과라고 하는데, 은행연합회에서 가계대출 금리 산출시 금리가 높은 정책서민금융은 통계상 금리 왜곡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고 별도로 공시한 금리 자료가 있는데 여기서도 전북은행은 타 은행 대비 월등히 높습니다.
"착시...숫자를 생명으로 하는 금융기관의 고객 대하는 자세 아니다"
그리고 '착시효과'란 특정한 사물의 크기, 방향, 각도, 길이 등이 실제와 다르게 보이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지 금액이라는 숫자를 입력하여 계산기로 산출한 결과를 착시라고 하는 것은 숫자를 생명으로 하는 금융기관으로서 고객을 대하는 자세가 아닙니다. 또한 숫자에 착시효과가 발생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금융거래를 포함한 모든 상거래를 신뢰를 바탕으로 할 수가 있겠습니까?
단지 통화가 서로 다른 외국과의 교역에서는 환율(換率)이란 환리스크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도 역시 착시효과는 아닙니다. 그리고 전북은행의 경우 가계대출 금리만 높은 게 아니라 기업대출 금리 자체도 금융기관 중 최고 수준입니다.
가계대출 가운데 80% 이상이 신용도가 낮은 중서민 대출로 운용하는 건 비록 저신용 고객의 부실화 위험이 높지만 돈벌이가 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은행에서 저신용자 고객을 타깃으로 삼아 영업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하여 전북은행이 고금리 대출을 파는 은행이라는 부정적인 평판 리스크(Reputation Risk)는 은행이 부담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거짓말도 반복하면 진실이 되고, 전설도 사람들이 믿으면 역사가 되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이치입니다. 아무리 은행에서 착시라고 계속 주장을 해도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진실로 인식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이화구(CPA 국제공인회계사·임실문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