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라냐?” "10·29 참사로 부르기로"...다시 거리로 나온 촛불, 지역마다 “새 재난유형 대비해야”
다른 지역, 다른 언론-볼만한 뉴스(22)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악의 끔찍한 압사 참사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했다. 젊은 청년들을 위시한 우리 국민 156명이 죽고 197명이 부상한 대형 참사가 일어난 지 꼭 일주일, 정부가 정한 애도 기간이 끝났지만 트라우마는 끝나지 않았다.
156명의 목숨이 국가의 부재 속에 스러졌는데도 지금껏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정부와 여당의 주요 인사들 중 한 명도 없다. 참사 직후 재난 안전 총괄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이상민 장관은 경찰·소방인력 배치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고 했고, 윤희근 경찰청장은 사고 당일 보고도 늦게 받고, 지휘도 늦게 하는 바람에 컨트롤 타워 부재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안전 대책에 손 놓고 있던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사고 당시 유럽 출장 중이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 예방 대책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수사가 시작되고 자연스럽게 책임 소재가 밝혀질 것이다”며 거리를 둬 역시 공분을 자아냈다.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참사 발생 후 일주일 동안 다른 지역 주요 언론들이 내놓은 이태원 참사 관련 의제들을 톺아본다.
[서울] “국민들이 죽어간다, 이게 나라냐?” “총체적 무능·부실 밝히려면 국정조사 불가피”
#<MBC>"이태원 참사가 아니라 10·29 참사로 쓰겠다"
“MBC는 ‘이태원 참사'가 아닌 '10·29 참사'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MBC가 국민 156명이 죽고 197명이 부상한 서울 이태원 대형 참사가 일어난 지 꼭 일주일 만이자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던 5일 "이태원 참사'로 부르지 않겠다. 오늘부터 10·29 참사로 부르기로 했다“고 밝혀 시선을 끌었다.
이날 MBC는 8시 메인 뉴스인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이태원이란 특정 지역의 이름을 참사와 연결지어 위험한 지역으로 낙인 찍는 부작용을 막고, 해당 지역 주민과 상인들에게 또 다른 고통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MBC는 이어 "한국심리학회도 이런 명칭 변경을 제안한 바 있고, 과거에도 '진도 여객선 침몰'을 '세월호 참사'로, '뉴욕 쌍둥이빌딩 붕괴'를 '9·11 테러'로 바꿔 쓴 전례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이날 서울시청 앞에는 10·29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애도하는 인파가 수만 명이 몰려 '참사의 주범이 윤석열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 > ”서울시청 앞에 모인 추모 물결…전국 각지에서 열려“
서울지역 주요 일간지들은 5일 인터넷판에 서울 도심에서 열린 ‘이태원 핼러윈 참사’ 피해자를 추모하고 정부의 책임을 묻는 대규모 집회 소식을 잇따라 내보냈다.
경향신문은 이날 ‘서울시청 앞에 모인 추모 물결…“연이은 참사, 참을 수 없어 나왔다”’란 제목과 함께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 피해자를 추모한다’ ‘국민들이 죽어간다, 이게 나라냐’라고 적힌 손팻말과 함께 촛불을 들었다”며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5일 오후 5시부터 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인근에서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매주 토요일 집회를 열고 있는 촛불승리전환행동 주최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주최 측은 세종대로에 모인 시민들 수를 집계한 결과 오후 7시30분까지 6만명이 모였다고 밝혔다”는 기사는 “집회 참석자들 중에는 대다수 참사 희생자들과 또래인 20~30대도 많이 보였다”며 “이날 이태원 핼러윈 참사 추모 집회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오후 4시에는 전북 군산시에서 집회가 개최됐고, 오후 5시 이후에는 부산, 대구, 광주, 제주, 수원, 춘천 등에서도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집회가 열렸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이게 나라냐?...다시 거리로 나온 촛불 추모 물결”
세계일보도 이날 ‘“국민들이 죽어간다. 이게 나라냐?”...다시 거리로 나온 촛불 추모 물결'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집회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가 진행됐지만 정부를 향한 격한 비판이 터져나오기도 했다”며 “일부 참석자들은 촛불과 손팻말을 들어올리며 '윤석열은 퇴진하라' '국들들이 죽어간다' '이게 나라냐?'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전했다. 기사는 이어 ”이날 집회에는 오후 7시 30분 기준 주최측 추산 6만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한겨레> ”총체적 무능·부실’ 밝히려면 국정조사 불가피“
앞서 한겨레는 4일 ‘‘총체적 무능·부실’ 밝히려면 국정조사 불가피하다‘의 제목의 사설에서 ”경찰이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서울소방재난본부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셀프 수사’라는 불신을 떨치기 힘들다“며 ”정치권에서는 국정조사 요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고, 총체적인 진상 규명이 가능한 조사·수사 주체를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또 ”기본마저 내팽개친 경찰의 대처가 참사를 막지 못한 직접적 요인의 하나인 만큼, 우선 진상을 밝혀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경찰 수뇌부와 직결된 ‘지휘 실패’ 문제를 경찰 수사로 제대로 규명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면서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만 봐도 국정조사 필요성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말미에서 ”더 철저한 조사를 위해 전문가와 피해자 등이 참여하는 독립적인 조사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며 ”책임자 처벌을 위한 수사는 특검을 통해 진행하고, 근본적인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을 위해 별도의 진상조사를 병행하는 게 바람직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부산] “이태원 참사 국가가 책임져라"…부산 도심서도 촛불집회
‘이태원 참사’ 이후 첫 주말을 맞은 5일 부산 도심에서도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참사 부실 대응 논란을 빚는 정부를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부산일보는 인터넷판에 ‘“이태원 참사 국가가 책임져라”…부산 도심서 촛불집회 열려’란 제목의 기사에서 도심 촛불집회 소식을 상세히 전달했다.
“부산을 바꾸는 시민의힘 민들레, 부산경남주권연대 등 부산 지역 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부산촛불행동’은 5일 오후 5시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옆 하트 조형물 앞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를 열었다”는 기사는 “이날 촛불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학생부터 직장인, 자영업자, 아이의 손을 잡고 온 부모 등 많은 시민이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기사는 이어 “이들은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한편, 부실 대응이 드러난 정부에 책임을 강하게 물으며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요구했다”며 “‘부산촛불행동’은 이날 촛불 집회가 열렸던 부산진구 서면 하트조형물 앞에서 다음 주 토요일 오후 5시에도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각 지역에서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 29일 경찰-소방-행정안전부로 이어지는 긴급상황 대응 지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자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주문하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부산일보> ”’이게 과연 나라냐‘라는 말이 나오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부산일보는 앞서 3일 ’경찰-소방-행안부 지휘 체계 무너진 이태원 참사‘란 사설에서 ”분초를 다투는 긴급상황에 무엇보다 먼저 가동되어야 할 정부의 핫라인 체계가 불통됐다는 것인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그저 아연실색할 따름“이라며 컨트롤 타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설은 ”2일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의 발표를 종합하면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은 112신고 이후 4시간도 더 지나서야 참사 사실을 처음 접수했다“며 ”서울경찰청장은 참사 1시간 21분이 흐른 뒤 이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 경찰-소방-행안부 간 공조 체계는 완전히 실종됐다. 듣고서도 선뜻 믿기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사람이 쓰러져 죽어 가는데도 국가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국민들 입에서 또다시 '이게 과연 나라냐'라는 말이 나오더라도 이상하지 않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한 사회’는 모든 국가 과제 중 단연 최우선 사항이다. 국가의 대응 체계 역시 크게 나아진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를 겪으면서 이런 믿음은 또 깨졌다. 국민이 분노하는 지점이다. 이를 만회하는 길은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외엔 없다“고 직격했다.
[전남] ”지자체도 새 재난유형 적극 대비해야“
다른 지역들도 지역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재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전남일보는 3일 사설 ’지자체도 새 재난유형 적극 대비해야‘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군중 밀집사고다. 그러나 정부, 서울시, 관할구청, 경찰은 '주최자 없는 행사'라는 법 규정에 얽매여 안전 관리는 손을 놓은 무책임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며 "생활 환경 변화에 따라 인파가 많이 몰리는 지역 공연이나 축제에서 압사나 깔림사고를 후진국형 사고로 분류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시대적 생활환경 변화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사고를 후진국형 딱지를 붙여 오히려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이 짙어 인식 개선이 중요할 때”라고 강조한 사설은 “특히 지자체의 시대에 맞는 안전 관리 대책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경찰과 협력사례에서 보듯 행사와 축제에 있어서도 안전을 책임지는 유관기관과의 유기적 소통으로 대응시스템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와 국회는 미흡한 재난안전 관련 법령 재정비에도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강원] “주최자 없는 행사, 안전관리 지침 마련 당연하다”
강원일보도 ’'주최자 없는 행사' 안전관리 지침 마련, 당연하다‘는 2일 사설에서 “156명의 사망자를 낸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만원 지하철이나 각종 축제 현장 등 가는 곳마다 인구밀집도가 높은 한국 특유의 ‘과밀 문화’를 돌아보고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면서 “주최자가 없는 행사뿐만 아니라 자치단체 행사에도 많은 인파가 몰려들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한 안전관리 매뉴얼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설은 “강원도 내에서 순간 최대 관람객 1,000명, 수만명 이상의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는 축제와 공연 등은 매년 18개가량 개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역에서는 이번 이태원 참사와 같은 ‘다중밀집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그래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사설은 또 “행사 기간 순간적으로 1,000명 이상 모이거나 수만명의 인파가 몰리는 지역축제는 강릉커피축제(총 관람객 35만명), 횡성한우축제(30만명),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30만명) 등 18개로 추산되고 있다”며 "원주한지축제(33만명), 양양연어축제(15만명)와 전국 최대 규모의 겨울철 축제인 화천산천어축제, 인제빙어축제 등도 여기에 속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설은 말미에서 ”자치단체도 다중밀집 행사의 선제적 안전관리를 위한 조례 제정 등 대책 마련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경각심을 불어 넣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