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밥'이 효자를 낸다
김용근의 지리산 문화대간(88)
지리산에 홀어머니를 모신 나이 든 총각이 살고 있었다. 동네에서는 효자라고 소문이 났는데 그 효행의 처신은 남다른 어머니 보살핌이었다. 그 이야기는 이랬다.
어머니는 연세가 많아지자 기력이 날로 쇠해졌다. 가을이 되었다. 과수원에서는 일손을 구하느라고 정신이 없었고, 총각은 이웃의 과수원으로 품을 팔러갔다. 하루 일을 끝마치면 일당으로 쌀 두홉을 받았다. 그런데 집에 돌아올 때는 그 과수원에서 새들이 쪼아 먹어서 부패 직전에 버린 과일을 한 소쿠리씩 얻어왔다. 그것을 항아리에 넣고 발효시켜서 그 음료를 어머니에게 드리면 기력을 되찾으셨다.
그 방법은 지나가던 노승이 알려준 것이었다. 연로하신 스님들도 기력이 떨어지면 행자스님들이 까치밥 과일 같은 것을 따다가 드시게 하면 기력이 좋아진다고 했다. 그것은 자연의 가장 좋은 기운을 가진 과일 만을 새가 쪼아 먹기 때문에 사람에게도 그 과일 속의 자연 기운을 몸에 들이면 기력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그런 과일 나무 아래 근처에 있는 나물들로 죽을 쑤어 먹으면 기력 회복에 효과를 본다는 것이다. 그 과일 나무가 자란 곳에는 땅 기운과 하늘의 기운 그리고 바람이 몰고 온 삼합 기운이 있기 때문이다. 그 기운을 먹고 자란 과일이나 나물에는 자연과 일치되게 하려는 기가 많은데 그것을 사람의 몸에 들일수 있도록 알려주는 것이 새들이라고 했다.
"옛날 어른들 말씸이 한 개도 틀린 것이 없당개. 사람 눈에 좋게 보인 때깔 좋은 과실은 음식이 되고, 새 눈에 좋게 보인 과실은 약이 된다고 혔는디, 고곳이 무신 말이냐 허먼, 사람이 아무리 잘나고 똑똑헌 것처럼 뵈아도 사람은 새가 쪼사묵은 약과일은 버리는디, 새는 그 약과일을 먹는다는 것이여. 긍개로 사람을 갈켜주는 것은 서당에서 까막눈 띄워주는 스승보다 자연에 더 많다 그 말이당개."
사람 눈에 좋게 보인 과일은 음식이 되고 새 눈에 좋게 보인 과일은 약이 된다는 말의 속살은 '사람은 약을 버리고, 새는 약을 먹는다'는 것이었으니, '자연은 사람의 스승'이라는 가르침이다.
자고로 '지극정성'이란 조물주가 사람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다.
/글·사진: 김용근(지리산문화자원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