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매각’ 추진해 온 푸르밀, ‘법인 청산’ 쪽으로 기울어...다음주 운명 결정, 1천여명 ‘불안’
'푸르밀 사태' 속보
‘사업 종료’ 선언 이후 매각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던 푸르밀이 ‘법인 청산’ 쪽으로 기울면서 집단 해고와 낙농가들의 줄도산 우려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5일 푸르밀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이번 달 30일 사업 종료 및 전 직원 해고를 통보해 논란을 빚은 푸르밀이 지난달 31일 열린 노조와의 2차 교섭에 이어 4일 열린 3차 교섭도 사실상 결렬됐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푸르밀 본사에서 3시간 넘게 노사가 교섭을 진행했지만 경영권 재매각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청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사측 재매각 조건으로 직원 50% 구조조정 제시 ‘청산’ 무게...노조 “내주 초 운명 결정”
김성곤 노조위원장 등 노조 측 5명과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 등 사측 3명이 만나 진행한 이날 교섭에서 사측은 재매각 조건으로 직원 50%의 구조조정안을 제시하면서 노조 측이 내건 30% 구조조정안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
이에 노조 측은 "구조조정 규모를 줄이거나, 법인을 청산할지를 다음 주 초까지 결정하라고 사측에 최종 통보했다"며 "만약 사측이 청산 절차를 밟으면 모든 노조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일방적인 정리해고 통보에 대한 책임은 경영진에게 묻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날 김성곤 노조위원장은 "사측이 50%를 구조조정한다는 제시안은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과 같다"며 “매각도 안 되고 아무 결론이 안 나오면 청산할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청산 얘기는 사측에서 먼저 꺼냈다"고 밝혔다.
재매각 여부에 대해 김 위원장은 "사측은 재매각을 추진 중이라면서도 2차 교섭 때와 마찬가지로 어느 업체와 추진 중인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또 "단체협약 제21조를 위반했기 때문에 청산 절차가 들어간다면 정확히 옳고 그름을 따질 것”이라며 "법인 청산을 하게하면 전 직원이 희망퇴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노조 측은 또 사측이 법인 청산을 선택할 경우 자산 매각 등 수익 분배를 요구할 방침이다. 아울러 노조는 신동환 대표 등 사측을 향한 법적 대응도 진행할 예정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노동자 과반을 대표하는 근로자 대표나 노조와 50일 전까지 통보·협의해야 하지만 노조는 이를 어겼다고 보고 있다.
푸르밀 전주공장 직원·낙농가·대리점·화물 기사 등 1,000여명 피해 불가피
앞서 푸르밀은 지난달 17일 영업 적자를 명목으로 350여명의 전 직원에게 메일을 통해 "11월 30일 자로 사업을 종료하겠다"고 밝히며 정리 해고를 통보하면서 거센 반발과 저항에 직면했다.
더구나 경영권 재매각 추진을 놓고 3번째로 열린 노사 간 교섭이 파행으로 이어지면서 푸르밀은 청산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이처럼 푸르밀 사태가 막판 갈림길에 선 가운데 법인을 청산하면 집단 해고와 지역 낙농가 도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임실군 신평면에 소재한 푸르밀 전주공장에서 일하는 150여명은 일자리를 잃게 되고 이 지역 낙농가 25곳도 원유 납품 권리와 시설비 등 200억원이 넘는 손해를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500곳이 넘는 전국 대리점과 화물차 기사 140여명 등 모도 1,000여명의 생계도 막막해지게 된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