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령을 앞두고

이화구의 '생각 줍기'

2022-11-04     이화구 객원기자

60년생이라 금년에 만 62세기 되어 지난달 국민연금을 신청하고 연금을 받으려니 군인연금이나 공무원연금에 비하면 반 정도 밖에 안 되지만 만일 앞으로 얼마를 살지 많은 생각이 듭니다.

20년을 받는다면 납부한 금액에 수익이 얼마나 붙었는지는 몰라도 납부한 원금 정도의 수익이 발생했다고 가정하더라도 2억 8,000만원 정도를 더 받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20년을 더 산다면 그 2억 8,000만원은 젊은 세대들이 일해서 세금이나 연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그들의 부담이요, 몫일 겁니다.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을 감안하면 훨씬 더 큰 부담일 겁니다. 노무현 정부 때 연금 개혁을 주도했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연금 구조는 진보·보수를 떠나 ‘나쁜’ 제도다. 후세대를 착취하는 연금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명언이었던 것 같습니다.

만일 내가 74세까지 산다면 얼추 내가 납부한 원금과 이자 정도를 받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연금개혁이라는 말을 꺼냈다가 국민 저항에 부딪치면 다시 슬그머니 없었던 일로 하면서 20여년을 허송세월한 게 이 나라의 현실입니다. 

정치라는 게 국민들이 싫어해도 옳은 방향이면 밀고 나가는 게 정치 지도력이 아니겠습니까? 왜 '머슴'이라고 자처하는 자들은 주인이 싫어하면 안하는 게 머슴의 본분이라고 말씀들 하시나요. 그게 아니고 다음 선거에서 국회의원 배지가 더 중요하지 연금개혁이 중요한 게 아니겠지요. 

나는 60년생, 흔히 말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로 당시 먹고 살기가 어려웠던 시기라는 점은 있었지만 10년 늦게 태어나는 '복' 덕으로 전쟁도 겪지 않아 죽을 일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대학을 나오지 않고 공고나 농고나 상고만 나와도 직장에 들어갈 수 있었고, 전쟁 후 먹고살기 힘든 시대에 태어났다고 정년이 될 쯤에는 정부에서 정년도 연장해 주어 직장에서 천수를 누렸고, 국민연금을 받으면 굶어 죽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초저출산으로 앞으로 경제활동 인구가 800만명 이상 줄어든다는데, 고령화로 노인복지·의료비 등에 투입돼야 할 정부 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젊은이들은 각종 사고로 많은 생명을 잃고 있으며, 유학을 다녀와도 일자리를 얻기 힘들고, 기성세대들이 생전에 누린 각종 연금 빚과 그들이 잔뜩 떠넘긴 국가 채무까지 상환해야 합니다. 

후세대들은 좋은 시절 태어나서 좋은 환경에서 교육을 잘 받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성세대들이 남긴 빚더미를 청산하려면 소득세 말고도 월급의 30%이상을 연금으로 갖다 바쳐야할 것 같습니다. 사고로 죽은 젊은 영혼들은 죽어서 억울하고 살아남은 젊은 친구들은 앞으로 일할 인구는 줄고 부담해야 할 세금만 늘어나니 참으로 고달픈 세대 같습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MZ세대보다 훨씬 복 받은 세대로 살면서 후세대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지 못하는 것 같아 젊은 세대들에게 늘 미안할 따름입니다. 올린 사진은 어제 강가에서 담은 사진들입니다. 

늦가을 오후 햇살 아래 바람에 하늘거리며 서걱서걱 울어대며 고개 숙인 억새들의 모습이 여느 때와는 달리 마치 이태원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젊은 영혼들이 하얀 소복으로 갈아입고 저승으로 가는 길에 “우리는 아무 잘못이 없어요”하며 울부짖는 것 같아 마음이 무척이나 아팠습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글·사진=이화구(CPA 국제공인회계사·임실문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