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똑같은 게 여러 개면 의심해야...조작 조장하거나 보험처럼 다 같이 쓰는 경우 많아”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정인선 한겨레신문 기자

2022-10-26     이영광 기자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인터넷에서 상품 구매할 때 리뷰를 읽는 게 최근의 소비 패턴이다. 업체에서 상품에 대해 설명을 잘해도 구매자가 상품 구매 후 쓴 리뷰는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리뷰를 조작한다는 보도가 있다. 어떻게 된 걸까?

10월 초부터 한겨레신문에서 ‘플랫폼 리뷰 조작단’이란 기획 보도를 하고 있다. 리뷰가 어떻게 조작되는지 취재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지난 19일 서울 프레스센터 내의 커피숍에서 이 문제를 취재한 정인선 한겨레신문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정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판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500개 만들어 오라는 건 사실상 조작해서 리뷰하는 게 아니면 불가능”

"다른 리뷰와 비슷한 특징을 너무 자세히 언급했다면 일단 한번 의심을 해봐야 한다"고 말하는 정인선 한겨레신문 기자.

- 이번 달 초 ‘플랫폼 리뷰 조작단’이란 기획 기사를 쓰셨잖아요. 2주가량 지났는데 기사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보도하고 사나흘 정도 뒤에 국회에서 국정감사가 시작됐거든요.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 하는 날에 이영 장관이 이 사건 언급하면서 개선을 약속했어요. 어쨌든 정부 차원에서 이게 큰 문제라고 공감했고 바꾸겠다고 한 거여서 그게 제일 저희는 보람이 있다고 느껴요. 근데 아직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하겠다고 계획이 나온 거는 없어서 계속 지켜봐야 될 것 같아요.”

- 리뷰 조작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민주당 김용민 의원실로 소상공인 한 분이 제보한 거예요. 본인이 쿠팡에 그 물건을 판매하려고 입점하신 지 얼마 안 돼서 쿠팡 관계자한테 어떻게 해야 상품을 잘 판매할 수 있는지 문의했대요. 그랬더니 담당자가 (하는 말이) ‘상품평이 최소 500개 정도는 있어야 상위에 노출되기 쉽다’라고 안내했대요. 근데 이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판매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500개 만들어 오라는 건 사실상 조작해서 리뷰하는 게 아니면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거고 이건 쿠팡이라는 플랫폼이 조작 리뷰를 조장하는 게 아니냐라고 의원실로 제보 주셨고 그걸 이제 저희가 실제로 취재하게 된 거예요.”

- 기자님은 리뷰 많이 보세요?

“저는 진짜 많이 봐요. 특히 쿠팡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은 되게 자잘한 생활용품들이 많잖아요. 근데 그런 건 디자인 같은 게 조금만 이음새가 안 맞아도 사용하기 불편하잖아요. 그래서 실제로 이걸 사용해 본 사람들이 편하다고 느꼈는지가 저한테는 중요한 기준이 돼서 많이 보는 편이에요. 그런 데 알고 봤더니 실제 사용한 사람들이 아니라 돈을 받고 했거나 심지어 마치 물건을 써본 것처럼 가장해서 리뷰를 달기도 하거든요. 때문에 신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 리뷰 문제는 몇 번 나오지 않았나요?

“나왔어요. 저희 한겨레에서도 몇 달 전에 실제로 리뷰 아르바이트해보고 체험기를 쓴 기자분도 있었어요. 근데 저희가 이번에 확보한 자료가 그전에 보도들과 달랐던 건 저희가 해당 업체에 ‘크몽’ 등의 재능 거래 플랫폼들이 있는데 거기에 자신들이 마케팅 전문이고 리뷰를 많이 달아줄 수 있다고 홍보한 업체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래서 거기에 접근해서 ‘우리도 리뷰 달고 싶은데 가격이 어떻게 되냐’나 또 ‘실제로 너희가 돈만 받고 리뷰 안 달아주면 어떡하냐’라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엑셀 파일을 하나 줬어요. 그 안을 열어보니까 쿠팡에 입점해 있는 상품 한 5가지 종류에 대해서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2주 동안 실제로 어떤 이름 그리고 어떤 쿠팡 아이디를 가진 이용자들이 어떤 상품에 어떤 리뷰를 달았고 그 대가로 어떤 은행 계좌로 돈을 환급받았는지 다 정리해 놓은 리스트더라고요. 그만큼 자기네가 실제로 그 일을 하고 있다고 저희한테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이런 업체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까지 확보한 건 제가 기억하기로 저희가 처음이었거든요.” 

“어떤 앞치마 상품, 전체 리뷰 200여 개 달려...그 중 최소 90개 해당 엑셀 파일 내용과 일치” 

정인선 한겨레신문 기자.

- 처음에 취재는 무엇부터 시작했나요? 

“실제로 저희가 190여 개 리뷰 작성 내역과 대금 환급한 내역을 확보했어요. 그래서 실제 그 상품들 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이름으로 달린 리뷰들이 있는지를 일일이 확인을 해봤어요. 그랬더니 정말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저희가 기사에도 썼지만 어떤 앞치마 상품 같은 경우 전체 리뷰가 한 200여 개가 달려 있었거든요. 근데 그중에 최소 90개는 해당 엑셀 파일 속에 있는 거랑 일치하더라고요. 그리고 저희가 또 했던 게 일치하는지 우선 확인하고 그 리뷰들의 공통점이 뭔지 파악 해봤어요.”

- 공통점이 있나요?

“우선 사진이 되게 많고 사진을 찍은 것도 구도들이 다 비슷해요. 예를 들어 앞치마라면 전체 샷이 하나가 있고 착용 샷도 있고 그다음에 목에 거는 크기나 아니면 앞치마 주머니를 가까이서 찍은 식으로 사진 찍는 방식도 일치하고요. 상품평을 읽어보아도 거기에 언급된 특징들도 다 비슷한 거를 언급을 해놨더라고요. 그래서 알아봤더니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대요.

첫 번째는 소상공인들이 먼저 ‘우리 상품에서 이걸를 강조하고 싶으니까 이런 식으로 리뷰 달게끔 해달라’라고 마케팅 회사에 요청하기도 하고 아니면 거꾸로 마케팅 회사들이 예를 들어서. 폼 클렌징이라면 ‘폼 클렌징에는 이런 리뷰들이 들어가면 좋습니다’라고 먼저 제안해주기도 한 대요. 어쨌든 누가 됐든 꼭 들어가야 되는 특징들을 정리한 다음에 그걸 댓글 다는 알바생들한테 넘기면 그 알바생들이 그 내용이 반드시 포함되게 하지만 너무 티 나지는 않게 자기들 말로 바꿔서 리뷰한다는 거더라고요.”

- 그럼 알바생들은 물건 만져보고 쓰는지 아니면 글만 올리나요?

“그것도 2가지가 있어요. 물건을 받아보고 쓰는 경우도 있지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빈 박스만 받아보고 쓰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경우 업체 입장에서 돈을 아낄 수가 있는 거죠.”

- 물건 받아보고 쓰는 경우가 낫지 않나요?

“그렇죠. 근데 사실 물건을 공짜로 제공받고 쓴 경우에 표기 광고법에 따르면 그 사실을 반드시 표기 하도록 돼 있어요. 근데 그걸 안 한 거죠. 저희 보도가 나가고 난 뒤에 다시 그 리뷰들을 찾아봤더니 ‘이 리뷰는 제품을 업체로부터 제공받고 쓴 리뷰입니다라고 한 줄씩 붙여놨더라고요. 그러니까 법 위반 소지를 피해 가려고 한 거죠.”

- 리뷰 대행 업체가 많나요?

“그게 저희가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았는데 예를 들어서 크롱이라는 재능 거래 플랫폼이 있거든요. 거기에 들어가서 웹 트래픽이랑 스토어 마케팅 이런 카테고리에 들어가서 찾아봤더니 한 183개 업체가 등록돼 있었고 그중에 한 절반 가까이 되는 90여 개 업체가 그 검색 트래픽이나 그리고 상품평을 달아서 매출을 올려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었어요.”

- 대행업체 부장이 “쿠팡에서 검색했을 때 10페이지밖에 노출되는 상품을 1페이지까지 끌어올리는 데 대략 보름 정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단기 속성’으로도 가능하지만, 너무 빨리 순위를 끌어올려 ‘작전’으로 의심받지 않으려면 시간을 두고 작업하는 게 안전하다”라고 했다던데 10페이지 밖에 있는 상품을 1페이지로 끌어올리는데 보통 보름이 걸린다는 거 같아요. 근데 일부러 업체에 맡기는 건 좀 더 빨리 올리려고 하는 것 아닌가요?

“그것도 빨리하면 무조건 좋은 게 아닌 게 너무 단시간에 너무 많은 리뷰가 집중해서 달리면 마찬가지로 이 쿠팡 알고리즘이 신빙성 떨어진다고 인식해서 판매 자격을 일시 중지시키기도 하나 봐요. 그래서 그거를 피해 가려고 약간 긴 텀을 두고 리뷰 다는 거죠.”

- 업체에 접근했다고 하셨잖아요. 어떻게 접근했고 업체는 어떻게 반응했나요?

“접근은 되게 쉬웠던 게 얘네가 순위 올려줄 수 있다고 워낙 광고 많이 해놨기 때문에 거기에 전화하니까 친절하게 답이 왔고요. 그리고 그런 게 대부분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이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에 판매하려고 하는 데 도와달라라고 하면 상담받기는 어렵지 않았어요.” 

“다른 리뷰와 비슷한 특징 너무 자세히 언급했다면 일단 한번 의심해봐야” 

- 쿠팡이 알바들의 놀이터라고 나오던데 다른 플랫폼에 비해 쿠팡이 많은 건가요?

“네이버에 비해서 많죠. 저희가 취재해 본 소상공인들 말을 종합해보면 네이버는 그래도 쿠팡에 비해서 훨씬 엄격하게 걸러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금 가짜 리뷰라고 부를 만한 게 덜하다고 해요.”

- 쿠팡은 왜 그런가요?

“아무래도 네이버 같은 경우 검색을 통해서 들어가기도 하고 되게 점유율도 크잖아요. 근데 쿠팡은 상대적으로 더 뒤따라 가야 되는 사업자이다 보니까 일단 이용자를 많이 모으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을 하는 것 같습니다.”

- 같이 취재한 옥기원 기자님 인터뷰 보니 리뷰 조작이 불법이지만 소비자 책임으로 넘기는 거 같아요. 그럼 지금까지 처벌받은 사람은 없는 건가요?

“아직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이게 입증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 거 같아요.”

- 소상공인들 만나보면 뭐라고 하나요? 

“남들도 다 쓰니까 안 쓰면 자기네만 리뷰가 적죠. 그러면 순위에서 밀려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약간 보험처럼 다 같이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이야기들 많이 합니다.”

- 진짜 리뷰인지 구별할 방법 있을까요?

“우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다른 리뷰와 비슷한 특징을 너무 자세히 언급했다면 일단 한번 의심을 해봐야 되는 것 같아요. 근데 그게 정말 딱 보면 티가 나기는 하거든요. 똑같은 게 너무 많다면 진짜 일단 의심을 해봐야 되는 거 같아요.” 

“자기를 드러내서 말하려는 피해자가 많이 없었다는 게 어렵고 아쉬웠다” 

- 취재하며 특별히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재능 거래 플랫폼들도 저희가 취재했을 때 뭐라고 반응했냐면 자기네들은 어쨌든 전문가의 재능 필요로 하는 판매업자들을 연결해 줬을 뿐이지 자기가 직접 불법 행위에 개입한 건 없다면서 ‘만약에 불법 행위를 우리 플랫폼에서 저지르는 거를 목격했다면 그걸 제보해달라 그러면 자기네가 제재하겠다.’라고 말하는 거예요. 책임을 피해 가는 거잖아요.”

- 그럼 그들은 리뷰 조작할 의도가 아니라고 하는 건지 아니면 말만 그렇게 하는 걸까요?

“둘 다일 것 같은데 어쨌든 플랫폼이라는 것 자체가 장터를 열어주는 거잖아요. 때문에 그 위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책임은 나 몰라라 할 수 있는 구조인 거죠. 근데 그걸 그렇게 방치해도 되는지에 대해서 이번 보도를 계기로 이야기 해봤으면 좋겠어요.”

- 법 개정이 필요할까요?

“그게 꼭 법이 아니더라도 공정위 같은 데서는 자율 규제로 그걸 해결해 보겠다는 게 일단 이번 정부의 전반적인 입장이긴 한데 그것 한계가 있다는 게 드러난 거잖아요. 그래서 법제화까지 돼야 될지 저도 확실히 말씀드리기가 어렵지만 어쨌든 논의는 활발히 시작됐으면 좋겠어요.”

"좀 더 기다려주시면 다음 얘기를 준비 잘해서 내보겠다"는 정인선 기자.

- 취재할 때 어려운 건 뭐였어요?

“소상공인들이 제보는 해도 직접 나서기를 되게 어려워하시더라고요. 왜냐면 쿠팡에서 괜히 퇴출될까 봐 두려운 마음들이 있으신 것 같아요. 쿠팡에서 퇴출되면 사실상 온라인 판매를 못 한다는 의미나 마찬가지거든요. 그게 독과점 플랫폼들이 무서운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자기를 드러내서 말하려는 피해자가 많이 없었다는 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 

- 취재했는데 기사에 담지 못한 게 있을까요? 

“사실 원래는 이번 주와 지난 주에 후속 취재를 더 해서 기사를 낼 계획이었는데 갑자기 카카오 이슈가 생기면서 지금 손을 못 대고 있거든요. 좀 더 기다려주시면 다음 얘기를 준비 잘해서 내보겠습니다.”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