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라의 에너지는 내가 만든다

김도현의 'ESG 리포트'(12)

2022-10-25     김도현
김도현 변호사

저는 지난주에 제주도 ‘ESG 워크숍’에 다녀왔습니다. 워크숍이라고 하여 놀다오는 줄 알고 신났는데 바다는 차 안에서만 보고, 풍력발전과 전기자동차에 대한 강의와 현장 실습을 한 뒤 저녁 먹고 쓰러지듯 잠이 들었지요. 그리고 그 다음날에는 생태계 보전과 관련한 현장 실습이 있었고요.

그렇게 또 ESG와 함께 지난주를 보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은 제주도의 재생에너지였습니다. 제주도하면 바람이 많기로 유명한데 바람을 이용한 에너지 만들기, 풍력발전의 역사도 꽤 오래됐더군요. 그리고 적어도 제주도 안에서는 재생에너지만으로 제주도민 모두가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날은 머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내가 사용할 전기는 내가 만든다, 오늘의 주제는 바로 재생에너지 기술과 에너지 안보입니다. 

재생에너지 기술과 에너지 안보 

에너지를 수입할 수는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 적 있나요? 아프리카라든지 미국이라든지 태양이 작렬하는 나라에서 태양광에너지를 수입해오면 굳이 땅덩이도 좁고 규제 천지인 우리나라에서 아등바등 태양광발전소를 만들 필요가 없을 텐데? 풍력발전도 마찬가지, 바람이 많이 부는 나라에서 남는 에너지를 수입해오면 안될까?

그렇다면 이건 어때요? 제가 어렸을 때 본 ‘전원일기’라는 드라마에서 쌀 수입에 대한 농촌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적이 있었는데 기억하시려나요? 어린 나이에 굉장히 충격적이어서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외국에서 낮은 가격으로 쌀을 수입해오면 농민들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니까 쌀농사를 더 이상 짓지 않게 되고, 이를 알게 된 외국에서 갑자기 우리나라에 쌀을 수출하지 않거나 비싸게 쌀을 수출해서 결국 우리나라 사람들은 쌀을 먹지 못해 다 굶어죽는다는 내용이었어요. 충격적이죠? 아직도 그 장면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최불암 아저씨의 진지한 표정, 감이 오시나요?

재생에너지 기술과 에너지 안보의 문제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어떤 나라도 다른 나라에서 에너지를 수입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의존하고 싶지 않다는 표현이 정확하죠. 에너지를 수입하는 나라로서는 수출국에서 전원 스위치를 내려버리는 순간 수입국의 모든 것이 멈춰버릴테니까요. 여러 나라에서 다양하게 수입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일부가 멈춰버릴 수도 있죠. 

휘발유 값보다 경유 값 더 비싼 주유소가 아직도? 

중국과 호주의 분쟁으로 요소수 대란이 일어난 것을 기억하시나요? 호주가 중국에 석탄을 수출하지 않아 석탄에서 추출하는 암모니아가 부족하게 됐고, 이로 인해 암모니아에서 추출하는 요소수가 부족하게 됐습니다. 중국은 자국에 일단 요소수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타국에 요소수를 수출하지 않았고, 가장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은 것은 중국으로부터 요소수의 상당부분을 수입하고 있는 한국이었습니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죠.

경유는 어떤가요. 현재 휘발유 값보다 경유 값이 더 비싼 주유소가 아직도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도 있지만 경유로 인한 환경오염의 이슈로 인해 경유의 사용량은 점차 감소하게 될 것입니다. 경유차, 이제 끌고 다니거나 머리에 이고 다녀야 하는 날이 오게 될 수도 있죠.

더 멀리 가볼게요. 걸프전쟁 기억하시나요? 이번 리포트에서는 전원일기부터 걸프전쟁까지 너무 먼 기억을 소환하게 됩니다.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전쟁이었는데 다국적군이 쿠웨이트 편을 드니까 이라크가 석유수출을 안해버리는 바람에 이라크의 석유에 의존하고 있던 많은 나라들이 발을 동동 구르게 되었었지요. 이러한 계기로 인해 유럽은 이때부터 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현재 유럽의 재생에너지 사용율은 전 세계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이며 기술력도 높고, 무엇보다 국민들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식, 에너지 절약에 대한 의지도 강한 편입니다.

내 나라의 에너지는 내가 만든다! 하지만 한국은 석탄도 석유도 가스도 자국에서 생산한 양으로는 전 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그럼 이제 한국은 에너지로는 망한 것일까요? 삼성전자가 RE100 선언까지 했는데, 망했나요? 

아닙니다. 한강의 기적 아시잖아요. 한국의 기술력과 그 속도는 세계 최고입니다. 하지만 저는 나쁜 말하기 전문가이기 때문에 또 나쁜 말을 하자면 규제도 세계 최고라는 사실도 놓치지 않을래요. 재생에너지의 기업현황을 보면 한국이 망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현대차 체코공장은 올해 말까지 100%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태양광 발전 설비 등을 확대하고 있고, 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할 때는 설계 단계부터 재생에너지 100% 적용 공장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현대모비스도 최근 울산, 대구, 김천, 창원 등 국내 주요 공장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구축했습니다.

현대모비스는 전세계 사업장을 2030년 65%. 2040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계획이고, 현대차그룹은 폐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사용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폐배터리를 재사용해 만든 ‘전기차용 충전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스템’을 충북 오창 공장에 설치하고 실험 중이고, SK산하 배터리 업체 SK온은 폐배터리 중 쓸만한 것을 골라내기 위한 ‘사용 후 배터리 성능 검사’ 방법과 체계를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전기 사용자, 재생에너지 공급사업자와 직접 계약...9월부터 도입

이렇게 기업들은 앞다투어 자신의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요. 특히 재생에너지 중 친환경에너지의 경우 태양이 뜨거울 때는 많은 에너지를, 밤에는 아무런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풍력도 바람이 많이 불 때는 많은 에너지를, 바람이 없을 때는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많이 만들어낼 때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ESS)기술이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배터리마저도 폐배터리를 이용하겠다는 선언과 기술개발은 실로 엄청나다고 하겠습니다. 버릴 것 없이 모조리 다 써버리겠다! 재생에너지를 저 한 문장으로 이해해도 되겠네요. 그 외에도 최근 한국은 전기 사용자가 재생에너지 공급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통해 재생에너지 전기를 공급받는 제도를 도입하였고 올 9월부터 시행됐습니다.

한전을 통하지 않고, 직접 전기를 거래할 수 있는 제도인데요. 이 제도는 재생에너지 분야에만 한정됩니다. 기업의 RE100 캠페인 참여를 지원하는 취지이지만 어찌됐든 새로운 전력 비즈니스 모델이니 여러분도 한 번 도전해보실래요? 재생에너지의 세계, 무궁무진하죠? 

/김도현(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