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매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신정일의 '길 위에서'

2022-10-25     신정일 객원기자

'기대하지 않은 시간이 오는 것을 감사로 맞이하라.' 

가끔씩 가슴을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 독일의 작가인 '프란츠 카프카'다.그는 무심코 있는 나를 흔들어 깨우기도 하고 호되게 질책하기도 한다. "너 뭐하고 있는 중이지?" 우리 할아버지께서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인생이란 놀랍게도 짧구나.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렇게 한마디로 말 할 수 있겠는걸. 예를 들자면 한 젊은이가 우연히 만난 횡액(橫厄)이야 젖혀 놓더라도, 별 탈 없이 흘러간 평범한 나날조차도 기왕지사 그런 나들이를 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점을 두려워하지 않고서 어떻게 옆 마을로 말을 타고 나설 작정을 할 수 있었는지 나는 이해하기 힘들다.' 

프란츠 카프카의 <옆 마을>이라는 우화 한 편이다. 뒤돌아보면 정말로 너무 빠르게 인생이 흘러갔음을 느낄 수 있다. 흘러간다는 의식조차 하지 않는데, 강물보다 더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 그 세월 속에서 문득 나를 직시할 때가 있다. 

“어찌하여 이렇게도 짧은 생애에 우리는 그렇게 많은 기도를 하는가?“

'호라티우스'의 말과 같이 이게 아닌데 하며 보내는 나날, 나는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가? 아니면 무엇인가 올 것을 기다리고 있는가?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아래의 말이다.

“금세 현재는 사라지고 다시는 올 수 없으리라.”는 '루크레티우스'의 말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죽든 그것이 한창 일하는 도중이었으면”라고 말했던 '오비디우스'의 말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것, 그 일이 내게는 길을 걷다가 쓰러지는 것이 아닐까? 

"또 하나 바람이 있다면 매일 매일이 그대에게는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라. 기대하지 않은 시간이 오는 것을 감사로 맞이하라.“

이렇게 노래한 '호라티우스'처럼 살고 싶다. 그렇게 사는 것이 복된 삶일 것인데, 가능한 일일까? 

/글·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