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방생한다는 '지리산 일등집' 이야기

김용근의 지리산 문화대간(86)

2022-10-23     김용근 객원기자

지리산 고을에 노래도 일등, 춤도 일등, 음식도 일등, 잠자리도 일등이라는 집이 있었다 그 이야기는 이렇다. 한 나절을 걸어야 사람 사는 세상을 만나게 된다는 깊은 산골이지만 새로 부임하는 원님이 가장 먼저 찾아갔던 일등집이 지리산에 있었다. 

어제 전화를 해오신 팔순의 어르신은 그 마을에서 태어나셨다며 일등집 이야기
를 들려주셨다. 사람들이 물고기를 강이나 바다에 방생하는 것처럼 산을 방생하는 집이 있었는데 그집은 모든것이 일등었다고 하셨다. 착한 마음도 일등, 노래도 일등, 춤도 일등, 음식도 일등, 잠자리도 일등이었다는 그집 이야기 한토막은 이랬다. 

집 주변이 온통 산으로 둘러쌓여 있으니 해와 달 말고는 날마다 찾아오는 이가 드물었다 한다. 그런데 빠지지 않은 방문객이 있었으니 새로 부임하는 원님이었다고 한다.

원님이 부임하면 가장 먼저 그 집을 찾아갔는데 그것은 그집에서 나온 선한 향기가 온 고을로 퍼져 백성들에게 착한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 집에 들러 하룻밤 묵어 가게 된 사람은 무슨 모습을 보여 주던지 "당신은 일등입니다"라는 주인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글씨를 쓰면 글씨를, 노래를 한자리 부르면 노래를 일등, 춤을 추어 보이면 춤이 일등이라고 해주었다고 한다.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주인집 잠자리도, 음식도 일등이라고 화답해 주었다고 한다. 

그 소문이 고을에 널리 퍼지자 백성들은 그 집주인이 주위의 산을 방생해서 그런 착한 마음을 얻어 태어났을 것이라고 했다. 산중에서 갇혀 사는 집 주변의 산을 방생하여 자유를 얻게 해준 덕이 그 집 주인을 착하게 살수 있게 해준 것이라고 말이다. 

실제로 일제 강점기에 유명했던 소리꾼 한 사람은 그 집 주변에서 살 때 "당신이 부르는 소리가 일등"이라는 말에 격려를 받아 노력하여 명창이 되었다고 한다. 부임 첫날 그 집을 방문했던 고을 원님은 그 집 주인으로부터 들었던 "원님은 원님 중에 일등 원님입니다" 라는 말에 임기 내내 백성을 공심으로 몸바쳐 살폈다고 한다. 

산을 방생하려는 마음은 존재로 부처다. 

/글·사진: 김용근(지리산문화자원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