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장기 애물단지 전락’ 우려...정치 논리 휘둘리지 말고 '정체성' 확고히 해야
긴급 진단-새만금 국정감사 정치 쟁점, 무엇이 문제②
올해 국정감사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부상한 곳 중 하나는 바로 새만금 사업지구다. 수십 년간 ‘개발’과 ‘투자’를 미끼로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의 ‘민심 낚시터’로 활용돼 온 새만금이 올 국정감사에서는 시작부터 의혹과 불신의 논란 중심에 세워졌다.
특히 국민의힘 의원들은 새만금 해상풍력사업과 관련한 전북대 S모 교수의 수천 배에 달하는 수익과 외국계 지분 논란을 들고 나서 국감 내내 정치적 쟁점으로 이끌었다. 심지어 ‘새만금 대장동’, ‘새만금 게이트’란 표현과 함께 새만금을 또 다른 정치적 공세로 활용하는 바람에 애꿎은 새만금 투자 기업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높다.
게다가 그동안 새만금에 투자협약을 맺거나 투자협약 의향을 내비친 기업들 중에는 상당수가 이미 투자를 철회한 것으로 국정감사에서 드러나 그동안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 지역 정치권이 새만금의 기업 유치 및 투자 실적을 부풀려 홍보하며 치적으로 자랑해 왔음이 들통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북도민들의 실망과 불안감이 이번 국감을 계기로 더욱 켜져만 가는 형국이다. 이에 올 국정감사 기간 내내 이어진 새만금 사업의 정치 쟁점, 실태와 문제점 등을 두 차례에 결쳐 긴급 진단해 본다. 다음은 두 번째 편이다. -편집자 주-
불확실성 커진 투자 협약...새만금 투자 줄줄이 '철회'
전북도의회와 군산시 등에 따르면 새만금 산업단지와 군산 산업단지에 투자를 약속한 기업들 가운데 30%가량은 이미 투자를 포기해 약속했던 투자금은 물론 계획했던 신규 일자리가 모두 물거품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전북도와 군산시, 새만금개발청은 군색한 변명을 늘어 놓는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을 투자 철회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지만 앞으로 더 큰 문제들이 닥쳐올 전망이다.
물가·환율·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과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에 이어 최근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새만금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 등이 이른바 '탈 새만금'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지적이 높다.
전북CBS·노컷뉴스가 21일 보도한 ‘새만금산단 장기임대용지 사용료 미납 줄 이어’란 제목의 기사에 따르면 최근 새만금 장기임대용지 입주업체인 세미, 참플랜트, 네모이엔지, 에디슨모터스, 대창모터스 등이 사용료를 내지 않아 새만금개발청이 납부를 독촉할 정도다.
“새만금개발청은 보증증권 등을 통해 아직 내지 않은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기사는 “200만㎡(60만평)에 달하는 새만금 장기 임대용지는 3.3㎡(1평)당 연간 5,000원 미만의 임차료로 100년간 사용할 수 있어서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해 기업 유치에 큰 보탬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사는 “565억원을 들여 새만금에 특장센터를 건립하겠다고 약속했던 ㈜GS글로벌은 투자 파트너인 중국 기업과의 협상 지연을 이유로 투자를 포기했다”며 “투자협약에 이어 입주계약까지 맺었던 ㈜청운글로벌팜스도 지난 7월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이 외에도 새만금 산업단지는 국내외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임대료 미납 사례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전북도·새만금개발청 기업유치 전략 주먹구구식” 비판
KBS전주총국과 연합뉴스도 앞서 이와 관련한 보도에서 심각성을 전했다. 9월 30일과 이달 5일 각각 보도한 두 언론의 기사를 종합하면 새만금에 투자를 약속한 기업 10곳 중 3곳 꼴로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새만금 산업단지와 군산 산업단지에 투자하겠다던 기업 70곳 가운데 31%인 22곳이 이를 포기했으며, 이로 인해 이들 기업이 약속한 투자금 5,700억원과 신규 일자리 4,200개가 없던 일이 됐다.
연합뉴스는 해당 기사에서 “이 때문에 투자 유치 실적에만 급급하기보다는 실제 입주할 기업을 끌어올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갖추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란 점을 부각시켰다. KBS전주총국도 해당 기사에서 “기업 유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막는데, 지역 사회와 정치권이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그러나 이 외에도 새만금 개발에 대한 기대 심리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전북도와 군산시, 새만금개발청 등이 기업유치 전략을 주먹구구식으로 추진한다는 비판이 높다. 특히 기반시설들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섣부른 기업유치에 나서 투자가 철회되거나 망신을 당하는 경우가 많아 따가운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새만금 불신·투자 철회 누증, 장기간 '애물단지' 방치 우려...정치적 이용 끝내야
그 대표적인 사례로 새만금에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려던 계획이 한국전력의 송·변전설비 구축 지연으로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2조 1,000억원 규모를 투자하겠다던 SK컨소시엄은 “원활한 전력계통 연계가 어렵다면 투자 철회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는 입장을 지난해 전했음에도 전북도·새만금청과 한전·한수원의 미온적인 태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
SK컨소시엄의 대규모 새만금 데이터 센터 구축은 SK E&S의 수상 태양광 200MW 발전사업과 패키지로 추진되는 사업임에도 전력계통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철회 위기에 직면했다.
게다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까지 잇따라 구설에 오른 새만금은 사업 전반에 대한 불신과 투자 철회가 누증되면서 장기간 애물단지로 방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전북 정치권은 물론 전북도와 군산시 등 해당 자치단체들은 더 이상 새만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부와 국회, 여야 정치권에 휘둘리지 말고 올바른 방향의 사업 추진, 확고한 정체성 논리를 펼쳐 줄 것을 많은 도민들이 기대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