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도소 민낯과 인종차별의 뿌리
백승종의 서평
'아메리칸 프리즌-미국 교도소 산업의 민낯과 인종차별의 뿌리'의 저자 셰인 바우어는 기자이다. 그런데 미국 내에서 성업중인 민영교도소의 실제 모습을 알아내려고 4개월 동안 교도관으로 ‘위장 취업’했다. 물론 이 책은 기자의 직접 경험만을 기록한 것은 아니다. 미국 역사 속의 노예제 및 교도소의 역사를 바우어 기자의 경험과 교직(交織)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좀 낯선 일이나, 미국에는 민영교도소(CCA)란 것이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한 기업체인 셈이다. 수감자의 노동력을 동원해 이윤을 창출하는 사업이다. 결과적으로 교도관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수감자들의 관리는 엉망이다. 아직도 우리 시민 대다수가 세계 제일의 국가라고 떠받드는 미국 사회의 끔찍한 실상이다.
저자가 말하듯, 민영교도소의 기원은 남북전쟁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흑인 노예가 해방되자 기업가 중에는 사회적 약자인 아프리카 계통의 미국인을 감금하고 그 노동력을 착취한 역사가 있다. 그것은 인종차별이라는 미국의 근원적인 문제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미국의 역사는 인종 문제와 감금 그리고 이윤추구라는 악덕이 근저에 자리 잡고 있다. 사실은 노예제도부터가 부당한 이윤추구를 위해서였다.
민영교도소란 겉으로 보면 제법 합리적인 제도처럼 여겨진다. 국비를 절약하려는 일종의 '아웃소싱'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상은 어떠한가. 업체는 최대의 수익을 낼 방법만 찾을 뿐이고, 죄수들의 인권은 배려하지 않는다. 미국 헌법에 근원적인 문제가 있어서 그렇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수정헌법> 제13조는 ‘범죄의 징계’를 혹독하게 규정하였다. 그래서 루이지애나주에서는 죄수들을 기업가에게 임대했다. 기업가는 죄수를 노예처럼 공짜로 부릴 수 있다는 뜻이다. 민영교도소는 바로 그 전통 위에 서 있다.
미국에서 교도소가 처음 민영화되기는 이미 1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업가를 위한 수익형 교도소였다. 죄수 또는 수감자의 생활여건은 시간이 갈수록 공영교도소보다 열악해졌다. 2016년 현재 연방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민영교도소는 공영교도소에 비해 재소자들 간의 폭력이 약 30퍼센트나 많았다. 민영교도소 재소자들의 불법 무기 소지 비율도 공영교도소보다 2배나 많았다. 민영교도소는 치안도 엉망이고, 인권도 바닥이며, 제공되는 식사라든가 수형 여건이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 이런 점을 전문가들이 모를 리가 없는데도 미국에서는 민영교도소가 줄어들지 않는다. 왜, 그런가?
미국은 본디 그런 나라이기 때문이다. 기업가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수감자의 고통이나 처지 따위는 별로 문제 될 것이 없다. 더구나 그들이 백인도 아니라면 누가 관심을 가지겠는가. 이 책만 잘 읽어보아도 미국 사회의 진실을 꽤 잘 알게 될 것 같다. 화장을 지워도 예쁜 얼굴이야말로 진짜 미인이다.
/백승종(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