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인상의 슬픈 사연, 그 많은 돈 어디로 갔나?
윤희만(전주시 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센터장)
그 많은 돈은 어디로 갔나?
1인당 GDP가 3만2천 달러, 원화로 3,600만 원 정도, 4인가족 기준 1억4천4백만 원이다. 우리나라 국민 평균수입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내년도 중위소득 4인 가구 기준금액은 461만3,536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 8,350원으로 4인 가족 중위소득을 벌기 위해서는 한 달에 552시간을 일해야 한다. 부부가 함께 일한다고 해도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라면 한명 당 월 276시간을 일해야 하고 주당 69시간을 일해야 한다. 주당 69시간은 주5일근무시 하루에 13시간을 일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받거나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 300만에서 500만 명이고 이들 노동자는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고 자녀를 교육시키기 위해서는 중위소득의 임금을 벌어야 하는데 최저임금을 받는 부부라면 각각 주당 69시간이라는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한다.
1인당 평균소득이 3,600만원이라는데, 4인 가족이면 1억4천4백만 원을 벌수 있다는 건데, 현실에서는 2000만 전체 노동자 중 4분의1은 부부가 함께 주당 69시간의 가혹한 노동을 해도 년 5000만 원을 간신히 벌 수 있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 부부가 연간 5000만을 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내년도 4인 가족 GDP를 1억 5000만 원이라고 하면, 최저임금 노동자 부부의 5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1억은 어디로 간 것일까?
최저임금 인상 누가 책임져야 하나?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불복종 선언을 했다. 동맹휴업까지 이야기하기도 했다. 노동계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을 저버렸다고 비판한다. 내년도 2019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확정되면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은 실현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2020년에 1만원이 되려면 19.76%를 올려야 하는데 그만큼 한 번에 올리는 것은 어떤 경우로도 어렵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 노동계와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대립이 격렬하다. 다들 ‘을’과 ‘을’이 싸운다고 안타까워한다. ‘을’ 끼리도 알고 있다 우리끼리 싸우는 것이 별 의미 없는 행위라는 것을 하지만 싸울 수밖에 없다.
소상공인들은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에 대해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최저임금 불복종을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즉 이 말은 정부가 대책을 내놓으면 최저임금 인상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최저임금 1만원 대통령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이 정부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살펴보자. 우선 가장 먼저 한 일은, 놀라지 마시라!
최저임금 포함 범위를 넓혀 최저임금 인상률을 실제 인상률보다 높게 포장 할 수 있도록 했다. 노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에 복리수당, 상여금을 포함한 것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저임금 포함 범위를 넓히는 꼼수부터 시행했다.
노동계를 무시하고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국회에서 밀어붙였다. 그럼 원래 계획대로 15%인상을 했어야 한다. 그러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한 꼼수에 대한 최소한의 용서는 가능하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하게 10.9%인상이었다.
최저임금 인상률도 원래 계획 15.2%에 한참 못 미치는데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실질 최저임금 인상은 10%에도 한참 못 미치게 되었다.
<오마이뉴스>가 7월 14일 내보낸 "최저임금 3년내 시급 1만원 공약 폐기에 조의"란 제목의 기사는 최저임금 실질 인상률에 대해 이렇게 보도했다.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김성희 교수에 의하면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률은 작게는 2.74% 많게는 7.7% 삭감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를 적용할 경우 10.9% 인상은 실질인상률이 3.2%에 불과하거나 많이 잡아도 8.2%에 불과하다. 단순 산술평균으로도 5%~6% 인상수준에 불과해 최악의 인상률이다"는 것이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실현할 의지가 있었다면 작년부터 치밀하게 준비했어야 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대로 3년 내 1만원으로 만들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들, 사실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다. 카드수수료 인하, 가임대차 보호법을 추진한다던가, 프랜차이즈 가맹점 확대 규제, 대형유통업체 골목상권 진출 제한 조치 등을 했어야 한다. 이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무엇을 한 것인가?
소상공인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정부가 밀어붙인 것은 최저임금 인상범위 확대라는 꼼수이고, 정작 해야 하는 대기업 갑질로부터 소상공인 보호는 시늉만 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누가 이 정부를 신뢰하겠는가?
최저임금 인상이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은?
전북경제는 5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사업장중 98.9%에 이르며, 종사자수는 478,439명으로 70.8%이며, 300인 이상 사업장이 조사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30여개 업체정도 이다.
전북경제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실패한 최저임금 정책으로 소상공인도, 중소영세기업도, 저임금노동자도 모두 힘들어졌다. 정부의 무기력한 최저임금 정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중소상공인이 근간을 이루는 지방이다. 전북경제이다.
지방경제를 표현하라고 하면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경제구조에 하부를 이루를 수직적 틀에 갇혀있고, 대기업의 하청업체이거나 종속적인 중소영세기업이 다수를 이루는 대기업중심의 하부구조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지방에서 원래부터 터를 잡아온 기업이 아니라면, 지방에서 기업을 운영할 필요가 있는 경우는 세 가지 정도가 있겠다.
수도권보다 싼 인건비이거나 노사관계에서 사측이 일방적으로 운영이 가능한 경우, 아니면 지방정부가 세금으로 온갖 특혜를 주는 경우이겠다. 그러나 싼 인건비는 중국이나 동남아가 훨씬 경쟁력이 있고, 노사관계는 민주주의를 향해 가는 대한민국에서 보다 수평적인 노사관계로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다수의 국민이 원하고 있다.
그리고 지자체가 예산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고용창출이나 지역경제발전에 지원만큼의 효과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도 점차 확인되고 있다.
결국 전북경제는 이런 상황에서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전북의 장기적 발전 전망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에 종속되지 않는, 대기업의 갑질로부터 보호받는 중소 영세기업, 소상공인 중심의 경제시스템을 전북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에서 정착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만이 전북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길이다.
튼튼하고 독립적인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많아진다는 것은 동시에 노동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적정한 수준의 임금이 지급된다는 것이고, 이는 노사갈등비용을 감소시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최저임금은 대통령의 약속대로 인상되어야 했다. 그리고 거기에 맞게 중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되었어야 했다. 저임금노동자가 살고, 중소상공인이 살고, 지역경제가 사는 유일이 길이기 때문이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을 슬프다. 노동자에게 중소상공인에게 전북도민에게 우리 모두에게.
/윤희만/<사람과 언론> 제2호(2018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