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워싱’이 나타나는 이유?...그건 바로 소비자와 투자자 마음이 변했기 때문
김도현의 'ESG 리포트'(9)
연휴 중 이틀은 비가 내렸습니다. 비가 온 후에 시원하기는커녕 괘 묵직한 더운 기운이 남아있네요. 낮에 천변 달리기를 하면서 오늘 리포트에 대한 고민을 해서인지 땀이 더 주르륵 흐른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을 받았다는 사실은 비밀이 아닙니다.
오늘은 지난번에 잠깐 언급한 ‘워싱(Washing) 시리즈’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저도 ESG 공부를 하면서 '워싱'의 종류가 이렇게나 많다니, 놀랐는데요.
‘ESG 워싱’의 문제? ‘ESG 경영 선언하고 이행하겠다’고 말은 하면서 기존 경영방식 그대로 고수
먼저 워싱의 개념을 쉽게 풀어보면, 워싱이 세탁이니까 많이 들어보셨을 돈세탁을 예로 들어볼게요. 암흑 세계에서 벌어들인 돈을 법의 테두리안에서 정당하게 벌어들인 것처럼 하는 행동을 ‘돈세탁’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ESG 워싱’은요? 기업이 실제로 ESG 경영을 하고 있지 않으면서 마치 외부에 ESG 경영을 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ESG 워싱’이라고 합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ESG 워싱’은 유행입니다. 모든 기업이 또는 모든 국가가 ESG 경영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기도 하고, 자금도 부족한 경우가 있다보니 일단 ‘ESG 경영을 선언하고 이행하겠다’고 말은 하면서 기존의 경영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 것, 바로 ‘ESG 워싱’의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왜 ‘ESG 워싱’이 나타나는 것일까요? 기업은 오로지 이익을 위해서 존재하고, 사회적 가치 또는 환경보호는 기업의 주목적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기업이 ESG 경영을 선언하는 것은 소비자와 투자자의 마음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착한소비를 하겠다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투자자들도 착한기업에서 성과가 나온다는 지표를 신뢰하고 있기에 기업은 자신의 제품을 더 많은 소비자에게 판매하여 이익을 얻고, 투자도 원활하게 받기 위해 ESG 평가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하지만 ESG 경영은 단기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닙니다. 재무제표나 손익계산서처럼 매년 눈에 띄는 성과를 지표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겉으로 티내는 식의 워싱이 성행하는 것이지요.
“RE100 가입 한국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률 2%에 불과”
그럼 조금 구체적으로 ‘ESG 워싱’의 종류를 살펴볼까요? E(환경)에 대한 워싱은 ‘그린 워싱Green Washing·위장 환경주의)’으로 나타납니다. 친환경 활동을 부풀리거나 속이는 행위인데요. 2022년 CDP에서 1월에 발간된 RE100 연례보고서 <RE100 annual disclosure report 2021>에 따르면 전체 RE100 가입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평균 45%로 전년도보다 41% 증가했지만 RE100에 가입한 한국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2%에 불과합니다. RE100에 가입했다면서 대대적으로 홍보와 마케팅에는 열심이지만 실상 재생에너지 사용은 0%에서 2%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S(사회)에 대한 워싱의 종류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워크 워싱(Woke Washing)’이 대표적입니다. ‘워크 워싱’은 사회적 문제에 깨어있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거나 오히려 사회적 문제에 깊이 개입하고 있는 행동을 말합니다. 나이키의 경우 미국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생겼을 때 적극적으로 BLM(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캠페인을 하였으나 평등고용위원회(EEOC)가 100대 기업에 임직원 인종 다양성 자료제출을 요구했을 때 응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100대 기업 중 71개의 기업은 위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인종차별문제에 대한 캠페인의 규모에 비해서 인종 다양성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나이키의 행동, 바로 ‘워크 워싱’입니다.
“ESG위원회 구성과 활동 제대로 공시하고 평가받아야 할 것”
G(지배구조)로 넘어가 볼까요? <매일경제>는 2021년 7월 25일 10대 그룹 ESG 위원회를 분석한 기사를 냈는데, 10대 그룹 상장사 99개 중 68개가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설치했습니다. 이 중 50개사는 위원장까지 선임했는데 50명 중 26명이 교수이고, 국세청이나 검찰 등 국가기관 출신 6명, 기업인 출신 6명, 장차관급 5명, 변호사 4명 순이고, 교수 중에는 전공별로 경영경재학과 11명, 로스쿨 6명, 행정정치외교가 4명, 인문학 2명, 공학 2명, 의학 1명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동안 한국의 기업이나 정치권에서 위원회를 구성하면서 과연 얼마나 많은 전문가들을 위원으로 선정했는지, 그 선정 과정은 어떠하였는지, 선정결과 위원회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지 우리가 알 수 있었는지 생각해볼 때입니다. 지배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공시’인데요. ESG위원회의 성격에 맞게 ESG 위원회의 구성과 활동을 제대로 공시하고 평가받아야 할 것입니다.
ESG 위원회만 만들어놓고 위원회로서의 역할을 전혀 않는데다가 그 활동마저도 공시하지 않는다면 역시 ‘ESG 워싱’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 기업이 지배구조 면에서 얼마나 변화가 있을지 걱정입니다.
그 외에도 사회영역과 관련된 ‘블루 워싱’, 인권 관련 ‘화이트 워싱’, 기업이 사실 이익이 나고 있는데 이익이 나고 있지 않는 척하는 ‘브라운 워싱’ 등 워싱의 종류는 무궁무진합니다.
문득 든 생각인데, 개인의 삶에서도 워싱을 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ESG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스완(Swan) 시리즈’까지는 욕심이었나 봅니다. ‘스완’은 다음주에 만나요.(계속)
/김도현(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