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이 포퓰리즘이라니?"...타는 농심에 기름 부은 '정치 발언'
[뉴스 큐레이션] 2022년 10월 4일
쌀값 폭락으로 타들어가는 농심을 정치인들이 더욱 자극시키는 모양새다. 특히 과잉 생산된 쌀의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 정치권 공방이 과열·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농촌마다 들녘에 짙은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2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하지만 앞서 여야 간사는 양곡관리법 처리와 관련해 협의를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 ‘7대 핵심 추진과제’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포함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이에 반발하며 정쟁으로 번져 양당 간극은 더욱 벌어지는 형국이다.
양곡관리법, 포퓰리즘 연계 발언...타들어가는 농심 더욱 자극
쌀이 초과 생산량 전부를 정부 예산으로 구매하는 것을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핵심은 쌀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매입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에서 ‘매입해야 한다’는 강제 규정으로 바꾸는 데 있다. 따라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를 놓고 농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양곡관리법을 포퓰리즘적 법안으로 치부하면서 타들어가는 농심을 자극시키는 양태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5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야당은 다수 의석을 앞세워서 다분히 포퓰리즘적이고 선동적인 양곡관리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발언하면서 포퓰리즘 논란의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여기에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3일 "야당이 주장하는 입법 중에는 포퓰리즘으로 재정 파탄을 불러온 내용들이 적지 않다"며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포퓰리즘 논란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김 실장은 이날 오후 열린 제5차 고위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내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 야당의 공세가 그 어느 때보다 심할 것으로 생각이 된다"며 이같이 말했지만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뿔난 농민들, 포퓰리즘 발언 이후 양곡관리법 개정 목소리 더욱 거세
국민의힘은 물론 정부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부담을 가지고 있음을 동시에 드러낸 상황에서 뿔난 농민들의 양곡관리법 개정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쌀값이 45년 전 가격으로 폭락한 가운데 전국 농촌마다 농민들은 수확해야 할 논을 갈아 엎는 등 나락을 적재한 채 쌀값 안정 대책을 요구하며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등 전북지역 농민단체들은 지난 8월 20일 김제시 봉남면을 시작으로 고창, 정읍, 익산, 전주, 무주, 진안, 장수지역 농촌에서 논 갈아엎기 투쟁을 진행 중이다.
농민단체들은 쌀값 폭락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를 규탄하며 정부의 시장격리 의무화를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농민들은 “단기적인 미봉책에 그치지 말고 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쌀값 25% 하락 생산비 30% 상승, 생존권 위협...투쟁 멈추지 않을 것”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은 지난달 14일과 26일 잇따라 성명을 내고 “농민들의 잇단 항의 투쟁으로 정부가 쌀 시장격리라는 대책을 내놓았으나 이는 임시 수습책일 뿐”이라며 “남는 쌀 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과 수입쌀 물량 재협상, 생산비 급등에 따른 대책 등이 마련돼야 쌀값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5일 ‘시장 격리를 통해 올해 안에 지난해 쌀을 포함해 모두 45만 톤을 매수하겠다’는 쌀값 안정화 대책을 내놨지만 농민단체들은 “급한 불을 끄는 식이 아니라 쌀값 폭락을 사전에 막을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한발 더 나아가는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 입장을 밝혔다.
"양곡관리법, 이번 정기국회에서 꼭 통과돼야"
특히 전북지역 농민단체들은 “지난해 수확기 10월 이후부터 쌀값이 올 9월까지 1년 사이 약 25%나 떨어졌다”며 “정부 통계가 시작된 1977년 이후 최대 폭락이었는데 이 기간 생산비는 최소 30% 이상 상승해 농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곡관리법의 포퓰리즘 주장에 대해 농민단체들은 “정부의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꼭 통과돼야 한다”면서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모든 농업단체, 농촌 현장의 모든 농민들과 함께 투쟁의 깃발을 본격적으로 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회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와 정부의 쌀값 안정 대책이 지지부진한 채 장기화될 경우 농민들의 저항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