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순방 과정, 한국말 하는 트럼프 보는 것 같아”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정대진 한평정책연구소 평화센터장

2022-10-03     이영광 기자

지난 18일부터 24일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 미국, 캐나다 등 순방을 다녀왔다. 보통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마치면 성과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하지만 이번엔 대통령의 욕설과 비속어가 논란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성과가 적지 않았다며 성과를 봐달라고 한다.

이번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대해 평가를 해 보고자 지난 28일 서울 국회의사당역 커피숍에서 정대진 한평정책연구소 평화센터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정 센터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성과 안 나올 수가 없는 게 정상회담, 그런데...”

정대진 한평정책연구소 평화센터장(사진=정대진 제공)

- 지난 18일부터 24일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 미국, 캐나다 등 순방을 다녀왔어요. 순방 중 유엔총회 첫 연설도 있었고요. 이번 순방의 총평을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이 웬만하면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나라잖아요. 근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본 순방인 것 같아요. 뭐냐하면 정상회담이라고 하는 게 바튼업으로 밑에서부터 위로 다 준비가 되면서 여러 검토 과정 거치는 거죠. 그게 대한민국 정부 정도면 정해진 프로토콜과 프로세스가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게 정말 제대로 잘 작동했는지가 의심스러워 보이는 순간들이 있었죠. 그래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시스템이 외교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이 드는 순방이었던 것 같아요.”

- 왜 그럴까요?

“윤 대통령 지난번 순방 과정을 보면 한마디로 한국말 하는 트럼프 보는 것 같았어요. 미국이라고 하는 나라가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잘 제도화돼 있다고 우리가 모두 믿고 있는데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트럼프가 많은 질서를 흐트러뜨려 놨잖아요. 이번 순방 기간에 그런 모습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나 하죠.”

- 그러나 대통령은 바뀌어도 외교부 직원은 그대로 아닌가요?

“외교부 직원 외교관들 그대로 있는 거죠. 원래 하던 정상회담과 다자회담과 의전과 절차에 따라서 많은 준비를 했을 건데 이번에 여러 가지로 드러난 양상을 보면 조문이나 양자 정상회담 한다고 했는데 그게 제대로 조율이 된 건지 그리고 또 결과 면으로 봤을 때도 정상급에서 마지막 남아 있는 것들을 정리해주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주는 만큼의 성과들이 있었는지 의문이 많이 남죠. 다자 회담 속의 양자 회담은 사실 되게 어려운 거예요. 그런데 누군가 대통령한테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 다 된다고 잘못 보고하지 않는 이상 이렇게 정상회담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그걸 또 발표하고 가서 약식으로 간담회 정도로 끝나는 게 정말 맞는 일이었을까 의문이죠.”

- 대통령실에서는 성과가 많았다고 하던데 교수님 보기엔 어떠세요?

“성과 없다고는 할 수 없어요. 그리고 정상회담은 실패하는 회담이 아니거든요. 정상회담은 그만큼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하고 정상회담에 임하는 양측의 관료들이나 이해 당사자들은 정상회담이라는 최고위급의 회담을 준비하기 위해서 자기 일처럼 뛴단 말이에요. 그래서 성과가 안 나올 수가 없는 게 정상회담이에요.”

“다른 나라 정상들처럼 왜 현장에서는 판단하고 건의하지 못했는가...의문”

- 근데 예를 들어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은 성과가 없었죠.

“그게 실패한 외교 참사가 되는 거죠. 통상적인 정상회담은 실패하지 않는다고 하는 건데 이번에는 통상적이지 않은 예들이 보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하노이 회담 때처럼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여지를 정상들한테 너무 남겨주고 만나게 되는 거죠. 그리고 또 누구를 어떻게 만날 것인가에 대해서 정확하게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로 현장 상황에 의존하게 되는 형식과 절차 면에서 미흡해 보이는 것들이 보여서 국민들이 보기에는 이게 때로는 굴욕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이해가 되지 않는 면으로 보이니 야당에서는 외교 참사라고 부르고 있는 거고 많은 사람도 의문을 가지고 있는 거죠.

성과라고 하는 게 왜 없어요? 가서 여러 디지털 포럼도 하고 기본적으로 한국과 캐나다가 계속 얘기하고 있었던 광물 관련 이야기들이나 기술적인 문제 경제 발전 문제들에 대해서 계속 논의하고 있는 것들 논의가 계속되는 거예요. 그건 정상외교가 있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외교가 계속 원래 하던 것들이고 그걸 확인하는 과정이 이번에 성과가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고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성과가 제로라고 볼 수는 없겠죠. 근데 정상외교 자체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거나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하기에는 인색할 수밖에 없죠.”

- 가장 먼저 논란이었던 게 엘리자베스 2세 조문 못 한 거죠. 대통령실은 애초 조문하러 간다고 했지만 조문 못 하고 장례식만 참석했죠. 어떻게 보셨어요?

“조문하러 간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조문을 못 한 거잖아요. 그 상황이 예측 안 됐을까라는 거예요. 지금 얘기 나오는 게 비행기를 2시간 일찍 갔으면 조문이 가능했을 것이다나 아니면 내렸을 때 교통 사정이 안 좋으면 대통령한테 지금 걸어서 조문하셔야 된다는 옵션을 건의하는 현장 참모가 있었느냐죠. 그리고 만약에 아무도 건의를 하지 못했다고 하면 그건 윤 대통령 스스로의 문제예요. 현장 가서 물론 교통 사정이 안 좋아질 수도 있어요. 그러면 찰스 3세 리셉션을 갔다가 다른 나라 정상들처럼 조문하는 걸 왜 현장에서는 판단하고 건의하지 못했는가 이제 이런 것들이 계속 의문이 남는 거죠.”

- 대통령실 입장은 조문을 못했어도 장례식 참석했으니 문제없다는 것 같던데.

“이거 상주인 찰스 3세가 내가 문 대통령의 위로와 조문을 받았다고 하면 문제 아무것도 안 되는 거죠. 사실 개인들 간의 장례식에 있어서도 너무 바빠 실제 상주 조문은 못 해도 발인식만 가는 경우도 가끔 있을 수 있잖아요. 상주가 그걸 고맙게 생각하고 위로받으면 조문한 거죠. 개인 대 개인의 관계에서 물어보고 확인할 수가 있는 건데 이건 국가 정상이 조문을 가는 거잖아요. 그리고 많은 사람이 조문을 간다라고 하는 거의 의미를 어쨌든 웨스트민스터 홀에 있는 관 앞에 가서 추모의 뜻을 밝히고 또 장례 예배도 참석하는 걸 다 패키지로 아마 생각을 했던 거잖아요. 근데 그중에 절반이 지금 빠진 거에 대해서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거죠.”

- 유엔 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을 아예 언급 안 했죠. 대신 자유에 대한 얘기만 했는데 이건 적절했을까요?

“전 세계 외교관들과 다른 나라 정부 수장들이 대한민국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건 남북관계와 북한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거기에 대해서 우리가 ‘남북 관계가 이렇고 우리 정부가 생각하는 대북 정책은 이렇고 한반도 평화의 미래는 이렇게 가야 한다’라는 걸 밝혀주는 게 국제무대에서의 우리의 통상적인 외교 행위였죠. 그런데 이번에 새로운 전례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마치 가해자가 피해자한테 합의하자고 가는 모양...국민들 자존심 상한 이유” 

- 왜 안 했을까요?

“무시하는 거죠. 국제관계 보편성 차원에서 이야기하고 북한 문제는 우리가 특수하게 놓고 풀어갈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을 한 것 같아요. 그리고 국제무대에서는 국제무대 관련된 이야기만 한다고 하는 걸로 맥락을 정하고 이야기한 것 같아요.”

- 한일 정상이 30분간 만났죠. 양국 간 성격 규정이 다른 것 같아요. 한국은 정상회담이었다고 하지만 일본은 간담이라고 해요. 왜 다를까요?

“일본은 의미를 축소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일본 내부의 정치적 사정 특히 기시다의 정치적 사정이 복잡한 것 같아요. 뭐냐면 기시다와 하야시 외상 같은 경우 한일 관계를 풀어야 된다는 입장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자민당 내에 강경 세력들은 한일 관계를 지금 이렇게 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리고 아베의 유산이 남아 있잖아요. 그게 남아 있는 상황에서 기시다가 나서서 어물쩍 한일관계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일본 내부에서 보여줄 수가 없는 거죠. 그러니 거기는 정상회담이라는 용어 자체를 피하죠.”

- 윤석열 정부 주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한일관계가 망가졌는데 그나마 만난 거도 의미 있다는 것 같은데.

“풀어나가야 하는 쪽에서 만난 건 의미가 있기는 하죠. 과거 한일 관계 같은 경우 우리가 피해자고 일본이 가해자였잖아요. 근데 지금 국제사회가 그렇게 인식하지 않아요. 우리가 국제법의 원칙을 어긴 가해자처럼 지금 되어 있어요. 그러다 보니 일본이 오히려 피해자고 우리가 가해자처럼 지금 돼 있단 말이에요. 강제징용 배상에 대한 법원 결정 있잖아요. 그게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는 한국, 거기에 피해를 입은 일본과 일본 기업으로 지금 국제사회에서는 인식이 되는 거기 때문에 프레임을 얼른 바꾸긴 바꿔야 되죠. 그러면 일본 정부도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만나서 풀어나간다고 하는 원칙상에서 봤을 때는 만남 자체가 의미가 있는 거죠. 그런데 국민 정서가 지금 이걸 허락하지 않는 거예요.

중간 장소에서 만나거나 서로 약속이 조율이 됐거나 일본 내부 사정이 잘 정리가 되도록 미리 사전 정지 작업이 잘 돼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갑자기 약속이 잘 안된 상황에서 찾아가 만나는 것이잖아요, 마치 가해자가 피해자한테 합의하자고 가는 모양새처럼 국민들이 인식을 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자존심이 상한 것 같아요.”

- 이번 순방에서 기대가 컸던 게 한미 정상회담이었어요,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회담 확정적으로 발표했죠. 하지만 열리지 못하고 48초 만났죠. 이에 대통령실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할 얘기는 다 했다며 중요한 건 시간이 아니라 내용이라고 하는데.

“다자 회담장 가서 정상회담 하는 거는 어렵죠, 특히 미국 대통령은 어느 나라 정상이 다 만나려고 하는 거기 때문에 약속을 못 잡아요. 문제는 뭐냐면 한미 정상회담을 할 거라고 공언 안 하고 갔으면 괜찮아요. 할 것처럼 당연히 하는 것처럼 해놓고 지금 갔잖아요. 그러고 나서는 안 되니까 정상회담이라고 하는 형식보다 실무급에서 지속적인 논의 계속 내용이 발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사후 변명처럼 얘기가 나온 거란 말이에요. 그게 국민들이 지금 이해가 잘 안되는 거죠.

못 만날 수 있죠. 그리고 48초 만나서 지금 우리 현안이 이렇다고 얘기하는 건 충분한 시간이에요. 근데 마치 한미 정상회담 열고 그 문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조성한 거거든요. 이건 대통령이 잘못 판단한 걸 수도 있겠지만 대통령 주변에서 그렇게 바람을 넣은 사람들이 있을 거란 말이에요. 안 될 것 같으면 참모들이 그걸 잡아줘야 되거든요. 그런데 그걸 누구도 역할을 못 했던 거예요. 그러니까 외교부 장관 국가안보실장 국가안보실 차장 중에 학자나 정치인 출신 말고 직업 관료 출신이 있었으면 사고가 안 났을 수도 있어요.” 

“‘날리면’이 됐든 ‘바이든’이 됐든 하지 말았어야 되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할 장소에서...‘빼박’” 

정대진 센터장(사진=정대진 제공)

- 왜 그랬을까요? 대통령은 몰라도 참모는 알 거 아니에요?

“어느 단계에 순간 묵살이 되거나 그걸 대통령이 안 들었거나 두 가지 중에 하나겠죠.”

- 이번 순방을 다 덮은 게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과 비속어 발언이에요.

“그게 호텔 방 올라와서 장관과 국가안보실장에 얘기하면 누가 뭐라고 그러겠어요. 그게 아니라 뻔히 카메라 돌아가고 있고 공개 석상에 사람들 많이 있는데 오해를 받을 수 있을 만한 말을 한 게 잘 이해가 안 돼요. 국회에서도 의도적으로 의원들이 문자 노출하는 경우 있잖아요. 그런 전략을 가지고 얘기했다거나 (아니면) 옛날에 미국과 유럽 정상들 간에 그런 신경전들이 있기 있었어요. 근데 지금은 그럴 이유가 없는 거죠. 그게 ‘날리면’이 됐든 ‘바이든’이 됐든 하지 말았어야 되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할 장소에서 한 거죠. 그건 ‘빼박’이예요. 근데 그게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혹은 왜 보도를 그걸 먼저 했느냐, 말았느냐를 가지고 문제 삼기 시작하는 거에 대해 이해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을 거예요.

정치는 국경에서 멈춰야 된다고 하는 격언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대통령 나가 있거나 아니면 정쟁은 우리 내부에서만 하는 거고 외교 일선에 하면 여야 없이 합쳐서 국익만을 일해야 되는 게 중요한 일인데 이번 경우는 대통령이 외국 가서 정치를 해버리니까 만약 그게 우리 국회를 지칭하는 거였다면 왜 카메라 켜져 있는 데서 비공식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국회를 모욕하는 말을 외국에서 하는 건 거꾸로 됐단 말이에요. 정치는 국경에서 멈추고 우리가 대통령 도와줘야 되는데 대통령이 해외 나가서 국내 정치를 해버렸다면 누가 어떻게 그걸 시정해주겠어요. 한국말 하는 트럼프를 본 것 같다는 얘기가 그런 거예요.”

- 이런 발언 외교 무대에서 해도 외교적 문제 없을까요?

“이게 공개 석상에서 하거나 의도를 가지고 한 건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문제 삼을 수는 없겠죠. 근데 미국 국회의원들 몇 명들은 벌써 트위터 날리잖아요. 백악관은 거기에 대해 논평 안 한다고 하는 건데 논평하면 백악관이 이상하니까 안 하는 거예요. 문제가 왜 없어요. 외교도 사람이 하는 건데 기분 나쁘죠.

과거에도 김영삼 대통령이 일본 총리 버르장머리 고쳐놓겠다고 얘기해서 한일관계 최악으로 치닫고 또 클린턴 대통령한테도 사석이었지만 모욕적인 이야기 좀 했었죠. 공식 관계는 한미 관계가 돌아가지만, 그게 IMF까지 불러왔다고 야사로 얘기하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예요. 사람이 하는 거기 때문에 이거 100% 문제없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 그럼 이게 어디까지 갈까요?

“별문제는 없을 건데 앞으로 미국 중간선거 이후에 지금 전망을 보면 민주당과 바이든 행정부의 정치 세력이 약해질 거잖아요. 그러고 나면 이게 보호 무역주의 그리고 미국이 약간 고립주의적인 성향들이 강화될 건데 거기에 대해서 한국을 예외로 좀 해준다고 하는 걸 생각할 여지가 많이 없어진 거죠. 대통령이 내면의 생각을 얘기한 거잖아요. ‘대통령이 그렇게 인식하는 나라를 특별히 도와주겠냐’는 걸 미국은 생각 안 하겠어요?”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