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개의 우물을 가진 교룡산성과 미동 미륵불 이야기

김용근의 지리산 문화대간(83)

2022-10-02     김용근 객원기자

남원 교룡산성은 99개의 우물을 가진 군사적 방어에 적합한 천혜의 조건을 가진 산성이다. 성문을 걸어 잠근후부터 외부와 단절된 자급형 산성의 첫 번째 요건인 식수가 충분한 우물을 무려 99개나 가진 성이다. 

교룡산성에는 우물이 왜 99개가 있어야 했을까? 교룡산성의 주인은 교룡이다. 교룡은 여의주와 용뿔을 가지지 못한 미래의 용으로 훗날 여의주와 용뿔을 얻으면 수많은 물고기를 데리고 하늘로 승천한다는 기다림의 용이다.  즉, 교룡이 승천하는 날 백성의 지도자를 낸다는 용이다. 

남원 교룡산의 주인인  교룡이 얻을 여의주는 대산면 신계리에 있었으나 고려때 도선국사가 아직 때가 아니라며 그곳의 여의주 바위를 부처의 불력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마애불을 새겨 놓았다. 

오늘은 그 교룡이 얻어야 할 용뿔이 자라지 못하게 한 미동샘과 마애불 이야기이다. 용은 물을 먹어야 뿔을 낸다 그것도 용소에서 오랜 세월 동안 기다려서 용뿔을 얻는데 산에 사는 용은 물이 없으니 수많은 우물의 물을 모아서 먹어야 용뿔을 얻어 승천할 수 있다.

그 우물이 100개가 생겨나면 하루에 하나씩의 우물의 물을 마시다가 100일 후에 승천한다. 남원의 교룡산에 사는 교룡은 99개의 우물 밖에 없어 하나를 더 찾아내야 했고 그곳이 교룡산 99개 우물의 기운이 모인 미동터였다.

도선국사는 교룡의 승천이 아직 때가 아니라며 그 우물을 감추기 위해서 그곳의 작은 바위에 미륵을 새겨 모셨다. 교룡이 100일째 되던 날 마지막 우물물을 마시기 위해 미동 우물에 입을 대려고 하는 순간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그 우물에서 검은 먹물이 솟구쳐 올랐다.

용은 그 물로 인해 지금까지 기다렸던 인고의 세월이 헛될까 두려워 포기하고 지금까지 승천의 기회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후로 사람들은 교룡산성에는 우물을 파지 않고 있다. 지금 그곳의 미륵불과 우물은 백성의 지도자를 낼 기운을 숨긴채 은둔 중이다. 

구전은 씨줄, 역사는 날줄, 그 합이 문화도시의 온전체다. 사라져 버린 구전문화는 천년고을 정체성의 주춧돌이다.

/글·사진: 김용근(지리산문화자원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