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중소기업 허점 이용 ‘꺾기’ 불법 거래 ‘기승’...전북은행, 최근 5년간 1만 건 넘어
분석
자금 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에게 대출을 미끼로 금융상품을 끼워파는 은행들의 속칭 ‘꺾기’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권이 대출을 해주면서 예금이나 적금, 보험 등 다른 금융 상품 가입을 요구하는 ‘꺾기’가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많은 전북지역에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금융당국의 철저한 단속과 지도가 요구된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박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부산 남구을)이 금융감독원으로 제출받은 ‘중소기업 대상 은행별 대출 꺾기 의심거래 현황’에 따르면 전북은행의 최근 5년(2017년~2021년) 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꺾기 의심 거래는 1만 7,263건에 1,74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마다 평균 3,452건에 103억원의 '꺾기'가 의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출 미끼로 실적 쌓는 ‘꺾기’ 여전...지방은행들도 '심각'
올해도 전북은행은 상반기 동안 꺾기로 의심되는 거래가 670건에 103억원으로 지난 5년 간 수치와 합하면 전북은행의 꺾기 의심 거래는 1만 7,933건, 1,848억원에 달한다. 최근 5년간 전북은행의 꺾기 의심 거래 수는 전국 지방은행 6곳 중 대구은행(3만 6,273건), 경남은행(2만 3,505건)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다음으로 광주은행(1만 1,113건), 부산은행(9,38건), 제주은행(1,766건)의 순이었지만 전주에 본사를 둔 JB금융지주 계열사(전북은행, 광주은행)를 합하면 가장 많은 수치인데다 시중은행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JB금융지주 계열사에서 확인된 꺾기 의심 사례는 모두 3만 2,45건에 1조 1,680억원대로 나타나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등과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 중 IBK기업은행 ‘꺾기’ 의심거래 가장 많아
박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중소기업 대상 은행별 대출 꺾기 의심 거래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16개 시중은행의 최근 5년간 중소기업 대상 ‘꺾기’ 의심 거래 총 건수는 92만 4,143건이었고, 금액은 53조 6.32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IBK기업은행의 ‘꺾기’ 의심 거래 건수는 29만 4,202건으로, 전체의 31.8%를 차지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규모는 20조 560억원에 달했다. 이어 국민은행(6조 5,297억원), 농협은행(5조 3,306억원), 우리은행(4조 9,308억원), 신한은행(4조 1,416억원), 하나은행(3조 8,696억원), 산업은행(2조 4,255억원), 수협은행(1조 7,033억원) 등의 순으로 많았다.
하지만 '꺾기'는 금융기관이 대출을 허락하는 조건으로 예·적금을 비롯해 보험·펀드 등 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불건전 구속성 행위를 의미한다. 현행법(금융소비자보호법 제20조 등)에서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일부 은행 영업점에서는 규제를 교묘히 회피하는 꺾기 관행이 여전한 상황이다.
규제의 허점 이용한 편법 횡행...금융당국 근절대책 강화해야
'꺾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규제의 허점을 이용해 편법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꺾기’는 은행이 대출을 해주는 조건으로 예금이나 적금, 보험 상품에 가입하도록 강요하는 불건전 구속성 행위로, 은행법은 대출 고객의 의사와 관계없이 대출 실행일 전후 1개월 내 판매한 예·적금, 보험, 펀드, 상품권 등의 월 단위 환산금액이 대출금액의 1%를 초과하는 경우를 ‘꺾기’로 간주하고, 이를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30일이 지난 이후에 가입하는 금융상품은 위법이 아니기 때문에 한 달간의 금지기간을 피하는 편법 영업을 하고 있는 만큼, 31일부터 60일 사이 금융상품에 가입하면 구속성 금융상품 의심 거래로 보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라는 국가 재난 상황과 최근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많은 중소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은행권으로부터 실제 대출을 받을 때 이같은 상품 제안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이용자들 “철저한 조사, 처벌로 근절해야”
한편 전북은행은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대출과 관련해서도 '꺾기' 발생 비율이 60%로 다른 은행들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전북은행은 올 상반기 실적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2% 증가한 1,056억원의 순이익을 거두었다.
따라서 은행들이 이자 수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있는 가운데 대출을 실행하며 편법으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꺾기 거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와 관련 박재호 국회의원은 "코로나19라는 국가 재난 상황과 최근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많은 중소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은행권으로부터 실제 대출을 받을 때 이 같은 상품 제안을 거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출기관이란 우월적 지위와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나가는 행태로 중소기업을 울리는 꺾기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은행 이용자들은 “꺾기가 불법인줄 알면서도 은행들이 앞다퉈 실시하고 있는 것은 느슨한 금융당국의 지도·감독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근절을 위해 보다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