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권 겨냥 ‘이스타항공 부정 채용’ 검찰 수사 '속도'...전북언론·정치·행정 '불똥' 우려
진단
본사는 서울에 있으면서도 창업주인 이상직 전 국회의원의 출신 지역이 전북(김제)이라는 이유로 ‘향토 기업’을 표방하며 전북지역을 '이상직 정치적 기반'으로 활용해 왔던 이스타항공.
그러나 창업주의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등으로 인한 경영 부실로 다른 지역 연고 기업에 인수된 이 회사의 부정 채용 및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 특혜 취업 의혹과 얽힌 타이이스타젯의 자금구조 등과 관련된 수사가 전북지역에서 속도를 내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상직, 향토기업 앞세워 정치하더니 항공사 넘겨주고 국회의원직까지 상실...그런데?
이스타항공은 2년 전인 2020년 7월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되고 재매각을 추진한 지 약 1년 만에 골프장 관리 및 부동산 임대업체인 ㈜성정이 약 1,1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함에 따라 새 주인을 맞이했다.
성정과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6월 24일 서울회생법원에서 김유상·정재섭 이스타항공 공동 관리인, 형동훈 성정 대표, 성정 관계사 대국건설산업의 형남순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인수·합병(M&A)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투자 계약서에는 이스타항공 직원의 고용을 5년간 승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해고자 복직은 추후 경영 상황에 따라 이뤄질 예정으로 계약서에는 명시되지 않아 지금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2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지 4개월 만에 인수 계약을 체결하게 됐지만 2019년 9월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해 매각을 추진한 지 1년 9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600여명의 근로자들이 이미 해고되거나 상당수가 다른 직장으로 이직한 상태였다.
해고되거나 복직을 기다리고 있는 많은 근로자들 중에는 전북 출신 직원들이 많지만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성정은 전북과는 무관한 기업이어서 그동안 줄곧 ‘전북 연고 향토기업’을 내세웠던 상황과는 거리가 멀게 됐다.
‘이스타항공 채용 부정' 이상직 보좌관 출신 김유상 검찰 조사, 대표직 사임
더구나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은 향토기업 오너라는 점을 줄곧 자신의 정치 입지에 활용하며 '전주을'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당선이 되자마자 공직선거법 위반과 거액의 회삿돈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 이후 재판을 받다가 대법원까지 가서야 결국 국회의원직을 상실해 많은 도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실망을 안겨줬다.
그런데 이스타항공이 타 지역 기업으로 넘어간데 이어 심심치 않게 이스타항공 또는 이상직 전 의원과 관련된 비리 수사와 재판이 전북지역에서 이뤄지고 있어 도민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겨주며 자존감을 상하게 하고 있다. 전주지검은 23일 '이스타항공 채용 부정 의혹'과 관련해 김유상 대표를 이날 또 다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김 대표에 이어 조만간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에게도 출석을 요구할 예정이다.
앞서 전주지검은 지난달 22일 이스타항공 본사 사무실 2곳과 이상직 전 의원의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이미 지난달 초중순에 최종구 이스타항공 전 대표를 2차례 불러 조사를 한 바 있다. 다른 지역 기업으로 인수된 항공사 창업주와 전 대표 등에 대해 이처럼 강도 높은 검찰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대해 세간의 관심과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채용 과정 대가성 뇌물 받았거나 채용 담당자에게 외압 넣었는지' 집중 수사
검찰에 따르면 이 사건의 주요 피의자인 이들은 지난 2014년부터 2015년 사이에 승무원 채용 과정에서 인사팀에 특정 지원자들을 추천하고, 자격 기준에 못 미치는 지원자들이 채용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가성 뇌물을 받았거나 채용 담당자에게 외압을 넣었는지를 밝히는 게 이번 수사의 핵심이다.
그럼에도 김유상 대표는 23일 검찰 조사에 앞서 이스타항공 직원들에게 사의를 밝힌 뒤 “저와 창업주와의 연관성으로 이스타항공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며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상직 전 의원과 지금의 이스타항공, 특히 인수자인 성정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상직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이 전 의원의 관계인이라는 의심을 받아왔기 때문에 이같은 입장에 신뢰를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더구나 김 대표는 파산 직전인 2021년 1월 이스타항공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후 노동조합원 등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동 관리인으로 회생 절차를 진행해 왔다.
더욱이 이스타항공은 최근 국토부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는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후 채용 비리 의혹으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스타항공이 과거 승무원과 조종사 채용 때 정계 인사들로부터 부당한 추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특히 전주지검은 이스타항공 사무실과 이 전 의원의 자택, 최종구 전 이스타항공 대표 자택, 김 대표 자택 등에서 압수수색을 하며 채용 비리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당시 이스타항공 채용이 전북지역 연고 기업이라는 이유로 지역 출신들을 많이 채용한 점을 감안, 이 과정에서 지역 인사들과의 부정 채용 관련성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부정 채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당시 채용 과정에서 지역 일간지 간부 및 정치인, 공무원 등 상당수 지역 인사들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통령 사위 특혜 취업 의혹, 타이이스타젯 배임 등 수사 집중
이 외에도 전주지검은 이스타항공 승무원 취업 특혜와 함께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의 타이이스타젯 취업 특혜, 타이이스타젯 배임 의혹 등에 대해서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이자 타이이스타젯(태국의 저비용 항공사)의 실소유주로 의심받는 이 전 의원이 다시 수사를 받는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 특혜 취업 의혹과 얽힌 타이이스타젯의 자금구조와 관련 수사에도 현 정부 들어 더욱 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전주지검은 타이이스카젯 박석호 대표를 지난해 소환 조사한 바 있으며 지난 6월 부임한 문홍성 지검장은 "타이이스타젯을 면밀히 살피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주호영 대표 "이스타항공 부실수사, 문재인 전 대통령·이상직 관계 때문“ 주장
한편 전주지검의 이러한 수사에 대해 정치권, 특히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연결지어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23일 이스타항공 부정 채용 의혹과 관련, 경찰 수사 부실을 지적하며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전 의원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관계에 기인한 건 아닌지 많은 국민이 강한 의혹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스타항공 수사가 이렇게 지지부진하다. 이스타항공은 몇 년째 계속되는 이슈이나 시원하게 정리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스타항공 조종사, 승무원 채용 과정에 야권 유력 인사들의 채용 청탁이 있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경찰은 작년 초 승무원 채용 비리 의혹 수사를 압수수색도 하지 않은 채 2번이나 무혐의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 원내대표는 "사주인 이 전 의원에 대한 배임 혐의 고발 건을 수사하기는커녕 오히려 고발 취하를 요청하기까지 했다고 한다"며 "의도적 뭉개기 수사가 아닐 수 없고, 이런 수사 과정에 대한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스타항공 오너인 이 전 의원은 문 전 대통령과 무척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스타항공은 문 전 대통령 사위의 태국 회사 취직 당시 지급보증을 서주기도 했다"고 주장한 주 원내대표는 "문 전 대통령이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법'을 공포한 것도 이런 권력 비리 의혹을 덮기 위한 것과 무관치 않은 걸로 보인다"며 "검찰은 이스타항공을 둘러싼 의혹들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국토부 “경찰 이스타항공 불입건 처분 유감”
이 외에도 국토부는 지난 16일 “이스타항공 변경면허 발급과 관련한 위계공무집행방해 수사의뢰 건에 대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불입건(혐의 없음) 처분을 통보받았다”며 “항공운송사업자의 재무 건전성은 항공기 안전 등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핵심적인 요소이므로 향후 관련 법령에 따라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혀 이스타항공은 이래저래 구설에 연일 오르내리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7월 이스타항공이 변경면허 신청 및 발급 과정에서 자본잠식 사실이 반영되지 않은 회계자료를 제출했다며 경찰에 이를 수사의뢰한 바 있다. 이스타항공은 자본금 및 자본잉여금 등 항목을 변경면허 신청 당시인 2021년 1월 말 기준으로 작성했으나, 결손금 항목은 자본잠식 전인 2020년 5월 31일 기준으로 작성해 국토부에 제출했다.
이후 2021년 12월 15일 변경면허를 발급받았으나, 지난 5월 금융감독원 시스템에 공시된 2021년 12월 말 기준 회계 감사보고서를 통해 이스타항공이 신청 당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던 사실이 드러났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까지 나서서 “제출 자료와 현장 조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고의가 있다는 의혹이 짙다”며 “이스타항공이 고의로 국토부에 허위자료를 제출해 국토부의 항공운송사업 면허 업무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수사의뢰를 통해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현 정부에 들어서 이스타항공은 물론 이상직 전 의원의 부정 채용 의혹 등 또 다른 수사가 속도를 내는 형국이다. 이로 인한 불똥이 전북의 정치권과 언론, 행정기관으로 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