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의원 사면초가 "책임회피, 꼼수" 비판

[전북지역 주요 신문·방송 뉴스 톺아보기] 2020년 6월 30일(화)

2020-06-30     박주현 기자

‘이스타항공’, ‘이상직’, '이상직 일가' 등이 포털 사이트 검색어 1,2위를 다투며 연일 화제의 중심에 있다.

6월의 마지막 날인 30일, 많은 국내 언론들이 전날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자신의 측근인 이스타항공 경영본부장을 통해 대신 읽게 한 ‘입장문’에 포커스를 맞추어 보도경쟁을 펼쳤다.

언론은 크게 두 부류의 의제로 갈렸다.

‘지분 헌납’, ‘헌신’, ‘반납’ 등의 긍정적·중립적 태도의 보도와 ‘무대책’, ‘책임 회피’, ‘빠져 나가기’, ‘꼼수’, ‘꼬리 자르기’ 등의 부정적·비판적 태도의 보도로 나뉘었다.

JTBC 29일 관련기사(화면 캡쳐)

그동안 의혹들을 제기해 왔던 서울언론들 중 JTBC는 이상직 의원 일가에 대한 추가적인 비리 의혹을 보도함으로써 시선을 끌었다. 

29일 이스타항공 발표 직후 방송은 "이상직 아들 골프코치 '허위채용 방식'으로 7천만원 지급"이란 제목과 함께 “이 의원의 형, 이경일 씨는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2015년에 징역 3년을 받았다”면서 “취재진이 판결문을 확인한 결과, 이씨가 얻은 건 거의 없고 이익의 대부분은 동생인 이상직 의원이 취한 걸로 보인다고 돼 있다”고 추가로 밝혔다.

또한 기사는 “이 의원 아들의 골프 코치에게 7천만 원을 넘게 주고, 이 의원의 전 부인은 임원으로 이름을 올려 4억 원 넘게 줬는데, 법원은 모두 가짜로 채용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스타홀딩스 다음으로 2대 주주로 돼 있는 비디인터내셔널이란 곳은 이상직 의원의 형, 이경일 씨가 대표로 돼 있지만 본사 주소로 찾아갔더니 이스타항공 사무실이 나오고, 사무실도 없는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라고 밝혔다.

이어서 “이 의원의 형은 2015년 업무상 횡령·배임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는 기사는  “이 의원 아들의 골프 코치를 직원으로 허위 등록해 7천만 원 넘는 돈을 줬는데 현재 22살의 아들은 지주사 지분 66.7%를 보유한, 사실상 오너”라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의원의 전 부인을 임원으로 등록해 4억 원이 넘는 돈을 지급했다”고 덧붙였다.

기사는 “검찰과 법원 모두 이들의 채용은 가짜였다고 판단했다”고 밝혀 이 의원과  이스타항공을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많은 베일에 싸여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이밖에 이 의원의 입장문 대독은 책임 회피성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SBS 관련기사(화면 캡쳐)

이날 SBS는 ‘이상직 "이스타항공 지분 헌납"…노조 "책임 회피"’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 38.6%, 약 410억 원어치를 이스타항공에 넘기겠다고 했을 뿐, 체불임금에 관한 대책이나 자녀들의 주식 취득 과정, 형 이경일 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의 이스타항공 지분 처리 방향 등 민감한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제주항공에 돌리는 것에 불과하다”며 비판적 보도를 내보냈다. 

이 외에도 서울의 일부 신문들도 '오너 일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마자 내놓은 ‘꼼수’'라며 비판 기사들을 내놓았다.

이처럼 이상직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이스타홀딩스의 주식을 이스타항공 측에 헌납하기로 했다"며 "일가 모두가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겠다"고 밝혔지만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더 증폭되는 양상이다.

이 의원이 입장문에서 내놓기로 한 지분은 아들과 딸이 100%를 보유한 이스타홀딩스는 자회사 이스타항공 지분 39.6%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분 가치는 약 41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의원 형인 이경일 전 이스타항공 회장의 회사 비디인터내셔널도 이스타항공 지분 약 7.49%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지분은 이날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더구나 매각이 완료되면 대주주인 이 의원 일가가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자금은 약 230억 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매각 대금 410억원 가운데 부실채권(약 110억원)과 세금(약 70억원)을 제외하고 나면 230억 원 가량만 남기 때문이다.

결국, 이 의원 일가 입장에서 약 230억 원을 포기하는 셈이다. 따라서 제주항공이 인수를 포기할 경우 이 의원 일가는 사실상 가치가 제로인 지분을 포기하겠다고 한 것이어서 ‘꼬리 자르기’,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서울의 언론들은 전날 발표한 이 의원 입장문에 대해 많은 의혹 제기와 함께 '책임 회피'에 초점을 두고 의제를 형성하고 있다.

전민일보 30일 4면

반면 전북지역 언론은 여전히 이스타항공 측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의 보도를 보여주고 있다. 주로 신문들의 획일적인 보도들에서 여실히 묻어났다.

전북일보는 5면 ‘이상직 “이스타항공 지분 회사에 헌납”’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전날 입장문 대독을 통해 밝힌 이 의원을 긍정적으로 다루었다. 전북도민일보는 1면 ‘이스타항공 ‘헌신적 포기’’에 이어 6면 ‘‘지분 헌납’ 정상화 카드 빼든 이스타… 제주 인수 옥죄’란 제목의 기사들에서 ‘헌납’, ‘최선’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이 의원이 직접 나선데 대해 고무적인 태도를 보였다.

신문은 기사에서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지연되면서 무분별한 의혹 제기 등으로 이스타항공은 침몰당할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며 “이스타항공의 창업자로서 번민과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고, 가족이 희생을 하더라도 회사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기사는 제주항공 관계자를 빌어 “이스타항공 인수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내용까지 담았다.

새전북신문 30일 3면

새전북신문은 3면에서 ‘이상직 의원“가족 소유 이스타항공 지분 모두 회사에 헌납’이란 제목과 함께 ”제주항공이 진정성을 갖고 인수작업을 서둘러주기를 촉구한다“는 내용도 함께 실었다. 그러나 이 신문은 이날 1면 만평에서 ‘나홀로 탈출’이란 제목과 함께 낙하산을 타고 급하게 탈출하는 이상직 의원을 묘사해 기사와는 대조를 보여주었다.

이처럼 지역 일간지들은 이상직 의원이 전날 대리인을 통해 자신의 압장을 밝힌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듯이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전북중앙신문 30일 3면

누구보다 5개월 째 임금을 받지 못해 생활고를 호소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입장은 여전히 지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은 한 서울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매각 대금을 노동자에게 돌려준다는 의미도 아니고. 체불임금은 어떻게 할 건지 이런 대책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며 “그래놓고 이번 결정을 '통 큰 결단'과 헌신'이라고 치켜세웠지만 기본적으로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에 팔리지 않으면 이상직 의원 일가가 포기한 지분은 별 가치가 없다”고 밝혔다.

“현재 완전 자본잠식 상태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그러면서 제주항공에 책임을 돌렸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JTV 관련기사(화면 캡쳐)

이와 관련 전북지역 방송사 중 JTV는 “이스타항공은 창업주 지분 164억 원 가량을 포기하기로 했지만, 가장 중요한 체불임금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면서 “노조의 반발은 갈수록 커지고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보도했다.

전주MBC도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해 “전라북도 인재 채용은 회사를 매각하고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기만행위에 불과했고, 해고 없는 도시, 전북판 뉴딜 완성 역시 모두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며 “군산공항 취항에 막대한 지원을 받고도 청주공항을 허브공항으로 이용해 진정한 지역 기업이 맞느냐는 논란도 크다”고 보도했다.

이어서 기사는 “이상직 의원은 19대 국회의원 당시에도 이스타항공 대표였던 형의 배임과 친인척의 횡령 등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며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거쳐 다시 21대 국회에 입성했지만 역시 이스타항공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창업주 이상직 국회의원의 이스타항공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와 가족의 지분반납 입장표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에 의혹이 꼬리를 무는 형국이다.

이런 그가 공기업 이사장직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여당인 민주당 공천은 어떻게 통과했는지 의문이 저절로 제기되는 6월 마지막 날 아침이다.

다음은 6월 30일(화) 전북지역 주요 신문과 방송의 관련기사 제목이다.

전북일보

이상직 “이스타항공 지분 회사에 헌납” -5면

전북도민일보

이스타항공 ‘헌신적 포기’ -1면

‘지분 헌납’ 정상화 카드 빼든 이스타… 제주 인수 옥죄 -6면

전라일보

이상직 의원 “이스타항공 주식 모두 회사 헌납” -3면

새전북신문

[새전북만평-정윤성]이상직 의원 나홀로 탈출?... -1면

이상직 의원 “가족 소유 이스타항공 지분 모두 회사에 헌납” -3면

전북중앙신문

이상직 "이스타항공 주식 헌납 결정" 입장 발표 -3면

전민일보

이상직 의원 “이스타항공 지분, 회사측에 헌납” -4면

전주MBC

논란의 이스타항공, "이상직 의원 지분 헌납"

JTV

"이스타 지분 포기"...체불임금 해법은 없어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