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고창 수동리 팽나무의 아름다움을 아는가?
신정일의 '길 위에서'
어느 날 피타고라스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만약 히에론이 올림픽 경기에 찾아온다면, 상품을 타기 위해 자기의 운을 시험할 생각으로 오는 자도 있고, 물건을 팔기 위해 상인이 되어 오는 자도 있고,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친구를 만나기 위해 오는 사람도 있고, 구경하러 오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 나는 구경하러 온 사람들 중의 하나이다.”
세상을 치열하게 한순간 한순간 살지 않고, 그저 구경꾼이나 방관자처럼 살다가 간다면 어떨까? 재미 있을까? 재미 없을까?
이 땅에 태어나 수 없이 많은 길을 걸으며 세상 사람들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살다간 예수나 부처 또한 마호메트도 저마다의 고통과 절망을 체득하고 극복하며 살다가 갔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면서 느끼게 될 칠정(七情)이나 희로애락(喜怒哀樂) 그런 것들이 없다면 삶이 그저 심심하기만 하고 재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이며 꼭 알아야 할 사실 하나, 인간이 살다가 가는 우주라는 이 극장에서 구경꾼은 이미 정해져 있다. 신과 천사만이 요지경처럼 재미있는 세상 구경을 할 수 있다.
“마음이 즐거운 자는 항상 잔치를 하느니라.”
<잠언> 15장 15절이다. 그렇게 살고자 하는데, 그게 어렵다. 그런가 하면 정현종 시인은 <고통의 축제>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축제주의자입니다. 그 중에 고통의 축제를 사랑합니다. 합창소리 들립니다. 우리는 행복하다고...“
고창 수동리 팽나무는 우영우 팽나무와 달리 노랗게 물들어가는 가을 들녘을 수놓으며 줄포만 건너의 변산을 바라보며 침묵으로 아름다움을 널리 널리 전파하고 있다.
/글·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