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 더는 좌시할 수 없어"...나락 쌓은 농민들 “양곡관리법 당장 개정하라"
현장 이슈
"쌀 20㎏가 4만원까지 곤두박질...45년 만에 최대치로 폭락“
'쌀값 폭락 사태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성난 농민들이 나락을 들고 일어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은 15일 전북도청 앞에 나락 40여 가마를 쌓고 "정부는 쌀값 폭락을 책임지고 양곡관리법 개정을 속히 시행하라"며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농민들은 ”물가 폭등으로 온 나라가 신음하는 요즘 농민들도 농자재값 폭등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쌀값은 45년 만에 최대치로 폭락했다”면서 “그런데도 정부는 또다시 물가 안정을 내세우며 수입을 통해 쌀값을 낮추겠다고 하니 20㎏에 4만원까지 하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시장격리제도 발동하지 않고 물량 처리 늑장 부린 탓에 이런 사태 발생”
농민들은 “정부가 구곡 처리에 늦장을 부려 생긴 일로 책임을 지고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는 양곡관리법을 개정해 시장격리를 의무화하고, 농가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제공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지난해 벼가 초과 생산됐음에도 정부가 자동시장격리를 발동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린 농민들은 추수기를 앞두고 지속해서 하락하는 쌀값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단체로 삭발한 데 이어 나락 수십 톤을 전북도청 앞에 쌓아놓고 정부 정책에 대해 항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앞서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전북도연합회는 14일 전북도청 앞에서 시·군대표자 결의대회를 열고 "농업 생산비를 보전하고, 농민생존권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농민단체들은 정부와 지자체를 향해 "양곡관리법 개정, 자동시장격리 의무화 시행, 농업예산 4% 이상 확보, 수입쌀 자율할당관세 물량 재협상, 지자체 차원의 조곡 수매가격 보전대책, 농업 생산비 보전 및 농민생존권 대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3%를 훌쩍 넘는 양의 쌀이 초과로 생산됐음에도 정부가 시장격리제도를 발동하지 않아 물량 처리에 늑장을 부린 탓에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며 "여기에 40만 8,000톤의 쌀수입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오는 11월 수확기 쌀 대란으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통계청이 발표한 산지 쌀값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34차례의 발표 과정에서 단 한 차례도 반등하지 않은 가운데 지난 8월 15일 기준 전국 산지 쌀값은 20㎏들이 정곡 1포대당 4만 2,522원에 그쳐 전년 동기대비 24%(1만 3,108원)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도의회, ”230만 농민들 눈물과 한숨 외면하고 있는 정부 행태 강력 비판“
전북도의회에서도 이 문제가 화두로 등장했다. 15일 도의회는 '고물가 속 나홀로 폭락세를 보이며 성난 농심에 불을 지핀 쌀값 안정화 대책'을 촉구했다. 도의회는 결의안을 통해 “지금 농촌에선 수확기를 앞둔 농민들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애지중지 키운 벼를 갈아엎는 참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제했다.
도의회는 이어서 "앞서 두 차례에 걸쳐 그 대책을 건의했음에도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전국 230만 농민들의 눈물과 한숨을 외면하고 있는 정부의 행태를 강력히 비판한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양곡관리법 개정을 통한 시장격리 의무화, 2022년산 햅쌀 출하전 구곡 전량 매입 등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이날 대표 발의한 김동구 도의원(군산2)은 “지금 당장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농민들은 수천년 이 땅의 먹거리를 지켜온 쌀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국내 농업의 근간을 흔들고 국내 식량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