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속이고 튄 범죄자에게 3천억원 물어주게 생겼는데 법무부는 취소라니...문제 수두룩”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 국가 간 소송에 대한 세계은행의 판정 결과가 지난 8월 31일 나왔다. 론스타는 2007년 HSBC와 매각을 협상했다가 결렬된 것과 2012년 하나금융과 매각 과정에서 손해 봤다고 2012년 11월에 국제투자 분쟁 조정기구(ICSID)에 분쟁 중재(ISDS) 신청했다. 그리고 10년 후인 이번에 나온 것이다.
중재 판정부는 2012년 하나금융지주로의 매각 과정만 문제 삼아 5:5로 책임을 인정했다, 당초 론스타는 원화 기준 6조 원을 요구했지만, 중재판정부는 3,000억 원만 인정했다. 따라서 법무부는 선방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선방이 맞는 것일까?
오랫동안 론스타 문제에 목소리 높여온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이번 결론을 어떻게 봤을지 궁금해 지난 1일 서울 영등포시장역 근처에 위치한 금융정의연대 사무실에서 김 상임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김 상임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법무부, 론스타 상대 마치 승리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매우 안 좋은 선례”
- 지난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에 나선 지 20년 만이자, 분쟁이 시작된 지 10년 만에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 분쟁 결론이 8월 31일 나왔어요. 대표님은 누구보다 론스타 문제에 목소리를 높였던 분인데 국제투자 분쟁 결론을 어떻게 보셨어요?
“법무부 8월 31일 보도자료를 보면 자신들이 95% 승소하고 4% 패소했다고 마치 승리한 것처럼 이야기하죠. 그런데 론스타가 목적했던 하나금융과 매각 승인 지연금 4억 3천만 달러에 대해 중재판정부는 50%를 인정했습니다. 사실 론스타가 주장했던 47억 달러, 우리나라 환율로 따지면 한 6조 원이 좀 넘는데, 여기에는 론스타가 처음부터 뻥튀기한 돈이 포함돼 있죠. 회사 간의 분쟁에 있어서 금융당국이 개입한 걸 인정했기 때문에 상당히 우리한테는 앞으로 안 좋은 선례가 되는 거죠.”
- 론스타가 원래 요구한 게 6조 원이잖아요. 6조 원은 말도 안 되는 금액이었던 거예요?
“론스타가 처음부터 6조를 주장했던 3가지 내용이 있어요. 첫 번째, 매각 지연으로 인한 손해가 15억 7천만 달러(한화 약 2조 원)이고, 두 번째는 국세청의 자의적인 과세 처분에 따른 세금이 7억 6천만 달러(약 1조 원)이고, 세 번째 요구했던 게 승소 시 보증금입니다. 세 번째 승소 시 보증금은 론스타가 받으려고 한 것도 아니고, 이길 확률이 0%로 론스타도 기대했던 금액이 아니라서 이건 처음부터 빼는 항목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걸 다 합치면 43억 7천만 달러였는데 중간에 지연이자를 계산해서 론스타가 주장한 게 46억 8천만 달러(약 6조 3천억 원)입니다.
국세청의 자의적인 과세 처분에 따른 세금은 론스타가 ISDS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법원에서도 동일한 손해액으로 괴세 처분 불복 소송을 제기합니다. ISDS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론스타가 일부 이겨요. 그래서 일부는 받아 갔고, 따로 받아야 할 세금(1,690억 원)이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론스타가 핵심적으로 노렸던 건 매각 지연금이었죠. 2년 전에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협상을 제안했는데 그때 제안했던 금액이 8억 7천만 달러였고, 여기에 하나금융으로부터 매각 지연 대금 4억 3천만 달러 플러스(+) 세금 플러스(+) 지연 이자 때문에 론스타는 원했던 목표의 50%를 달성한 거죠.”
- 잘 모르는 분 계실 것 같은데 론스타 사건을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론스타가 2003년도에 BIS비율을 조작해 예외 승인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은행을 인수할 수 없는 사모펀드가 예외 승인으로 외환은행 인수하고 10년 만에 4조 7천억 원을 벌고 먹튀했죠. 이 먹튀도 모자라서 2012년 5월에 국제투자 분쟁을 준비했습니다. ISDS에 분쟁 중재 신청을 위해서는 분쟁 대상에게 사전 통보해야 해요. 그래서 론스타가 중재의향서를 대한민국 정부에 보냈는데 거부해서 6개월 뒤인 2012년 11월에 국제투자 분쟁 조정기구(ICSID)에 분쟁 중재(ISDS) 신청하죠. 그렇게 시작된 사건이고 10년 만에 결론이 난 건데, 저희는 이 과정에서 론스타가 협상까지 염두에 두고 금액을 뻥튀기했다고 생각하는 거죠.”
- 원래 이렇게 오래 걸리나요?
“원래는 10년까지 걸리지 않죠. ISDS라는 것은 투자자 국가 분쟁 해결 제도이고, ISCID 국제투자 분쟁 조정기구가 있는데 판단의 주체를 재판부 대신 중재 판정부라고 합니다. 중재 판정부는 판사가 아니라 직업적인 교수나 변호사의 추천을 받아서 구성되고, 여기에서 각 당사자 추천 1명, 합의한 1명(의장) 등 3명으로 선임됩니다. 그런데 중재인 의장이 사임해요. 그래서 중간에 중재인 의장이 재선임되는 과정이 한 2년 더 걸렸죠.”
- IDS와 ISDS는 다른 건가요?
“아니요. 원래 처음에 ISD로 소개가 되었는데 정확하게 명칭은 ISDS죠. 그게 투자자 국가 분쟁 해결 제도이고 어제(8월 31일) 법무부가 발표한 자료에는 뭐라고 했냐면 국제 투자 분쟁으로 번역을 한 거죠. 그러니까 어느 게 맞는지 알겠죠. 약자를 너무 줄인 차이입니다.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한 국가를 상대로 분쟁을 다투는 건데 정부가 투자협상 의무를 위반해 외국 투자자가 손실을 입었을 경우, 그 투자자 즉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하는 분쟁 해결 제도예요. 그리고 이거는 한 번으로 끝납니다.”
“론스타에 국민 세금 3천억원 물어주게 된 셈... 중재 판정부도 주가 조작 범죄 사실 인정”
- 왜 한 번에 끝나나요?
“ICSID 규칙이 그렇게 돼 있어요. 그리고 한 번의 판정에 대해 취소 신청할 수 있어요. ICSID 협약 52조 1항에 따르면 판정 취소 사유는 중재 판정부의 명백한 권한 일탈 즉 권한을 벗어나서 결정한 경우, 중재 판정 이유를 누락한 경우, 절차 규칙의 심각한 위반, 판정부의 부정부패 등이 있습니다. 이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중재 당사자가 중재 판정일로부터 120일 이내 ICSID 사무총장에게 판정 취소를 신청할 수가 있는 거죠. 그런데 이거는 형식적이라고 보시면 돼요.”
- 법무부는 혈세 낭비가 없도록 취소 신청 검토하는 것 같은데 받아들여질 가능성 있을까요?
“저는 일단 법무부가 발표한 건 법무부가 마치 한국이 이긴 것처럼 착시 효과를 노리고, ‘6조 원 이었는데 2천 8백억 원’라고 표현했는데 그건 숫자놀음이라고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어쨌든 먹튀 한 론스타에 국민 세금 3천억 원을 물어주게 된 거예요. 중재 판정부도 외환카드 주가 조작의 범죄 사실을 인정해서 론스타 측에 50%의 책임을 물은 거거든요. 우리는 범죄자에게 3천억 원을 물어주게 생겼는데, 법무부는 취소 신청을 하겠다고 하지만 취소 사유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어서 사실 ISDS 관례상 뒤집을 확률이 높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우리나라는 금산분리 원칙이 있잖아요. 근데 론스타는 산업자본이라 애초에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할 수 없었던 거 아닌가요?
“지금 드러났던 모든 자료 비춰 봤을 때 2009년부터는 금융당국이 론스타가 산업자본인 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죠. 그럼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할 때 산업자본인 걸 우리 당국이 알고 있었냐면 저는 몰랐다고 믿고 있어요. 왜냐하면 예외 승인으로 정리했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이 아무리 무능했어도, 산업자본임을 알고도 승인해 주지는 않았을 거란 믿음이 있고요. 2009년도에는 산업자본임을 알고도 모르는 척한 건 우리 관료들의 명백한 잘못입니다.
저희는 우리 정부가 처음부터 론스타가 산업자본이었다는 주장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KBS가 입수한 ISDS 자료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주장은 2014년 3월 자 반박 서면에 나오는 주석 76건인데,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있었다.’라고 정부는 이야기해요. 그리고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가 외환은행 주식을 갖는 심사와 승인 과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라고까지 서술하고 있어요, 그런데 2015년 12월에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에 대해서는 안 다루기로 양쪽이 동의했다’고 론스타가 주장하는 서면에 나와 있어요. 이 서면 자료는 2015년 12월 21일 절차 명령 15번에 나와 있는 내용이에요.”
- 왜 안 다루기로 한 건가요?
“왜 안 다루기로 했는지에 대해 모르고 의심만 있죠. 당시 금융관료들은 2009년도부터 산업자본임을 알고 있었고, 그 후 자기 잘못이 드러나는 게 두려워서 책임 회피하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안 다루기로 합의한 내용이 ISDS 서면에 나오니까요. 그래서 판정문을 공개하고 감사원 감사와 국회에서 청문회가 필요하다는 거죠.”
- 만약에 그걸 문제 삼았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나요?
“우리 정부가 2003년도에 처음부터 ‘론스타가 산업자본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를 속이고 기망했다’라고 했으면 결과가 달라져서 우리가 100% 이겼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은 부분 패소거든요. 그리고 좁혀서 보면 론스타가 목표로 했던 하나금융을 상대로 한 매각 지연금 50%를 받게 되기 때문에 우리는 반쪽짜리만 막은 건데요. 그나마 우리가 선방한 부분은, 지연 이자와 관련해서 론스타는 5% 이상을 주장했는데 미국 국채금리가 10년간 평균 금리로 가니까, 미국 국채 금리가 그동안 낮았던 적이 많았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법무부가 발표했던 자료에 따르면 지연 이자가 180억 원밖에 안 되거든요. 만약에 5%로 했으면 한 1천 5백억 원, 이렇게 나올 수가 있죠. 그렇기 때문에 그나마 성과라고 하면 중재 판정부가 지연 이자와 관해서는 론스타 주장을 안 받아들였다고 보면 돼요. ISDS를 하려면 중재 판정부 구성원 선임 비용 등 분쟁 비용이 듭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교수나 변호사를 선임한다고 그랬잖아요. 분쟁 비용은 상대방이 각자 부담하고 마지막에 누가 부담할지 판정하는데 지금 한 500억 원 가까이 들었거든요. 즉 우리가 완벽하게 이겼으면, 오히려 론스타로부터 중재 판정부 구성원들에 대한 보수 등 분쟁 비용으로 500억 원 가까이도 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정부 철저하게 비밀 유지...문재인 정부 이후 그나마 공개“
- 10년 걸린 거잖아요. 우리 정부 대응을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인가요?
“아는 게 있어야지 점수를 매기죠. 우리나라 정부는 철저하게 비밀주의를 고수했어요. 문재인 정부 이후부터는 그나마 공개가 되어 진행 상황도 알게 되었고, 윤석열 정부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 말대로 중재절차의 투명성과 국민 알권리 차원에 ‘판정문 등 본 사건 관련 정보를 최대한 공개해나갈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
- 왜 그런 걸까요?
“한국 정부가 비밀 조항에 합의해준 건데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중재절차의 투명성 위해서는 합의 안 하는 게 맞죠. ISDS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면 6개월 전에 중재의향서를 보내야 한다고 했잖아요. 론스타는 중재의향서를 2011년 5월에 보내서 론스타 ISDS가 기사에 났어요. 한국 정부가 ‘면밀히 살펴서 대응하겠다.’는 정도만 발표하고 분쟁 대상 금액이 얼만지도 안 밝힌 거예요. 그때 ISDS 분쟁이 얼마짜리인지도 몰랐습니다.
민변이 정보 공개 청구를 했지만 정부가 공개를 안 해줘서 청구 소송까지 들어갔는데, 나중에 론스타가 중재의향서를 론스타 홈페이지에 공개해 버린 거예요. 그리고 론스타는 한 번씩 언론사하고 인터뷰도 하고, 한국 정부에 협상 제안도 했습니다. 론스타는 비밀주의에 구속되지 않고 언론 플레이까지 다 했는데 우리는 철저하게 비밀주의를 유지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세계은행 산하 기구 중재인들 다수가 미국이나 유럽 국적...편향성 논란”
- 지금 아무도 책임 안 지는데.
“이제 책임을 질 사람들은 져야죠. 현재는 책임 당사자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죠. 우리는 그냥 추측하고 있죠. 그래서 국회 청문회가 필요하고 감사원 감사가 필요한 거고, 책임질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혀야 합니다. 사실 노무현 정부 감사원이 감사 결과에서, 인수 과정의 불법성과 관련해서 수사 의뢰도 하고 책임자에게 주의 조치를 했고, 추경호 부총리는 감사원 조치에 따라서 주의도 받아요.
그런데 감사원 주의 처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차관, 국무조정실장을 거쳐서 지금 경제부총리까지 승승장구했습니다. 저는 추경호 부총리 같은 경우에는 책임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보이는데, 그 책임론이 명확해지려면 어떤 책임이 있는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고 그게 국회 청문회든 국정조사든 감사원 감사든 필요한 거죠.”
- 론스타와 ISDS 문제로부터 우리가 얻는 교훈이 있다면 뭘까요?
“한미 FTA 했을 때 ISDS는 독소 조항이고 사법 주권 침해라고 했어요. 저는 이 제도에 대해 심각한 사법 주권 침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사법부도 아니고 단심으로 끝나면서 세계은행 산하 기구로 중재 판정부의 중재인들이 다수가 미국이나 유럽 국적을 가지고 있고 그러니까 미국과 유럽 편향성이 있냐, 아니냐의 의심과 논쟁이 있죠
또한 남아 있는 분쟁조정이 있습니다. 엘리엇이라는 이것도 투기 자본인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과 보건복지부 등 대한민국 정부가 개입으로 손해 봤다 분쟁조정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게 두 건이나 있어요. 그것도 손해 금액 인정의 차이는 있겠지만 패소할 확률이 높죠. 왜냐하면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재판부가 보건복지부 장관 등 유죄 판결했습니다.
이제 IDS를 폐지를 하든지 아니면 개선할지 사회적 이슈라고 봅니다. 2019년 이란 기업과 730억 원 배상금 결정에도 불구하고, 공분을 안 샀고 언론의 관심도 별로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론스타가 4조 7천억을 먹고 튀었는데 이것도 부족해서 국민 세금 3천억을 물어 줄 수 있다고 하니까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과 공분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관심을 통해서 ISDS에 대한 문제점들이 논의되어야 하고 최소한 분쟁 과정에서 비밀주의 방치할 건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던졌다고 저는 봅니다.“
- 만약에 ISDS가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론스타가 분쟁 중재를 제기하지 못하죠. 했다 하더라도 관할권이 없다고 해서 그냥 끝나죠. 론스타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현재 법원에서 세금 문제를 지금도 다투고 있는데 한국 법원에서 손해배상 청구하면 됩니다. 실제 론스타는 한국 법원에서 세금 불복 소송을 해서 일부 승소했습니다.”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