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연극

신정일의 '길따라 인생따라'

2020-06-28     신정일 객원기자

무심코

주머니 속에서 딸랑거리는

동전을 꺼내 가만히 들여다 볼 때가 있습니다.

백 원짜리 앞면에는 이순신 장군의

초상화가 들어 있고

뒷면에는 1999년과 100원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동전의 양면이 저마다 다르듯

순식간에 변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속 풍경입니다.

“인생을 전체적으로 평가할 때

그 결말만을 논한다면

모든 인생은 비극이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

희극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쇼펜하우어의 글입니다.

그렇습니다.

목숨을 걸고 촌각을 다투는 전쟁터에서도

총구에 내려앉는 잠자리를 바라보며

미소 지을 수 있고

사형장에서 죄수가 아주 평범한 이야기를 나누듯

이 세상에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같은 몸체이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절대로 알 수 없는 신비롭고 기이한 일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또 일어나는가.

그래서 잠시 머물다 가는 인생을 두고

초대형 공연장 같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나도 그대도 인생이라는 큰 공연장에서

주인공과 엑스트라로

주역을 자꾸 바꾸어 가며 살아가는 연기자인지도 모릅니다.

소설 같기도 하고.

연극 같기도 한 한 세상을 살아가는 길에서 만나 

웃고 울면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슬픔일까요? 기쁨일까요?

/글ㆍ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