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이대로 날개 꺾이나?...부정채용·회계의혹 수사로 '발목', 속타는 직원들 '발동동'
진단
창업주인 이상직 전 국회의원의 회삿돈 횡령·배임 등으로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데다 경영악화로 지난 2020년 3월 운항을 멈춘 이스타항공이 여태껏 날개를 달지 못해 1,600명 중 남은 600여명의 직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한때 전북을 연고로 한 향토기업을 자처했던 이스타항공은 그동안 인수와 회생을 거쳐 새 주인인 ㈜성정을 만났지만 운항 재개의 마지막 관문인 항공운항증명(AOC) 발급 절차에서 가로막혀 경영 정상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게다가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을 포함한 전현직 이스타항공 경영진들이 7~8년 전 지역 인사들의 청탁을 받고 부정채용을 해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운항 재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직원들, 기업의 법적 책임과 별개로 생계 위한 AOC 발급 추진 요청
2일 이스타항공 및 회사 직원들에 따르면 항공사의 법적 책임과 별개로 생계를 위한 AOC 발급 추진을 국토부에 요청하고 있지만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근로자 대표단과 직원들은 지난달 22일부터 여의도 국회·세종시 국토부 청사 앞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집회와 1인 피켓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회사는 복직과 신규채용 절차를 중단하고 이달부터 12월 31일까지 임직원 530여명 전체를 대상으로 유급휴업과 유급휴직을 시행한다는 방침이이서 이스타항공의 운항 재개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전주지방검찰청은 이스타항공에서 부정채용이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나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주지검 '이스타항공 부정채용 의혹' 이상직 등 관련자 조사, 지역 인사들 누구?
전주지검은 지난달 22일 이상직 전 의원이 자신이 창업한 이스타항공의 ‘승무원 부정 채용’에 관여했다는 의혹과 관련 이 전 의원의 주거지 등을 압수 수색한 데 이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에서 두 번 무혐의 결정을 내린 사건에 대해 검찰은 지난달 9일 재수사에 착수한 지 13일 만인 이날 강제 수사에 나선 것이다.
전주지검은 이날 오전부터 이 전 의원과 최종구 전 이스타항공 대표, 김유상 현 이스타항공 대표의 자택, 이스타항공 사무실 2곳 등을 압수 수색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이들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이 사건은 이 전 의원이 이스타항공 전·현직 대표 등과 함께 2014년부터 2015년 사이에 승무원 채용 과정에서 인사팀에 특정 지원자를 추천하고 채용 대가로 돈을 받은 의혹과 관련됐다. 특히 채용 과정에서 지역 인사들의 개입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지난해 4월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이 이 전 의원을 업무방해와 수뢰후부정처사,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본격화됐다. 서울남부지검에 배당된 이 사건은 지난해 5월 서울 강서경찰서로 이첩됐으나 경찰은 지난 3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서울남부지검은 강서경찰서에 재수사를 요청했으나 경찰은 또다시 지난 7월 무혐의로 판단했다. 그러자 검찰은 이 사건을 이 전 의원이 실소유주로 의심 받는 타이이스타젯(태국 저비용 항공사) 관련 배임 의혹을 수사 중인 전주지검으로 보내면서 수사가 다시 재개된 형태다.
타이이스타젯 사건 다시 조명...전 정권과 연결 '주목'
타이이스타젯 배임 사건은 지난 1월 ‘자료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 등으로 시한부 기소 중지된 상태다. 그러나 수사 라인 교체와 시한부 기소중지로 흐지부지돼가는 '타이이스타젯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 전 의원과 문재인 대통령 사위와의 관계가 다시 조명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타이이스타젯 관련 배임·횡령 사건에 대한 기소중지가 풀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타이이스타젯의 실소유주가 이상직 전 의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면 문 전 대통령 사위 취업 특혜 의혹 수사도 탄력을 받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스타항공 채용 관련 비리까지 가세해 검수완박 사이에서 이상직 전 의원은 그동안 알려진 혐의 외에 더 큰 비리가 드러날 수도 있을 것이란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검찰이 창업주 이상직 전 의원을 포함한 전현직 이스타항공 경영진들이 7~8년 전 지역인사들의 청탁을 받고 부정채용을 해준 혐의로 당사자들을 불러 조사를 벌이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특히 검찰은 재수사 여부를 저울질하다 부정채용 의혹의 주된 무대가 전북지역이란 점을 감안해 사건을 전주지검에 이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권 교체 이후 더욱 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여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까지로 임박한 사건 공소시효가 앞으로 검찰수사에 변수가 될 전망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스타 직원들, 세종-서울 오가며 AOC 발급 촉구 시위...전망 ‘암운’
한편 이스타항공이 회생과 운항 재개의 마지막 단계인 AOC 발급 절차에 가로막혀 먹구름이 가득 드리운 형국이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AOC 발급을 진행해달라며 세종 국토교통부 청사와 서울 용산 등에서 단체집회를 벌이고 있지만, 국토부가 허위 회계 의혹 조사를 철저히 따져보겠다고 엄포를 놓은 만큼 AOC 발급 진행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이스타항공 근로자대표단을 비롯한 임직원들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 모여 경찰 수사와 별개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AOC 발급 절차 진행을 호소하는 단체 집회를 진행했다. 앞서 지난달 25일에도 세종시 국토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AOC는 항공사가 안전한 운항을 위해 필요한 인력이나 시설·장비·지원체계를 갖췄는지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안전 면허다. 항공사가 비행기를 띄우려면 반드시 취득해야 한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이 국제항공운송사업 변경 면허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것을 파악해 특별조사와 감사를 실시한 뒤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 결과 이스타항공이 고의로 허위 회계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면 항공 운송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하루 고정비만 2억원에 달하는 만큼 수사가 길어지면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2월 국토부에 AOC 발급 신청을 접수해 심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허위 회계 의혹이 불거지면서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스타항공은 이익잉여금(결손금)이 -1993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가 아닌 회계자료를 제출해 지난해 12월15일 변경 면허를 발급받았다. 하지만 올해 5월 금융감독원 시스템에 공시된 2021년 연말 기준 회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결손금은 -4851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 엄정대응 방침에 초긴장…날개 꺾이나
게다가 국토부와 이스타항공은 허위 회계 의혹을 두고 각각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어 더욱 꼬이는 모양새다. 이스타항공은 당시 시스템 폐쇄로 정상적인 회계결산이 되지 않아 결손금은 이용 가능한 가장 최근 자료인 2020년 5월 31일 기준으로 수치를 작성했고 이에 대한 설명도 회계서류 제출 당시 메일과 유선 등을 통해 국토부 담당자에게 충분히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이 고의로 자본잠식을 숨기기 위해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달 실시한 특별조사에서 자본금, 자본잉여금 등의 항목은 변경면허 신청 당시인 작년 11월 말 기준으로 작성하면서도 결손금 항목만 2020년 5월 수치를 넣은 것은 고의가 아니라는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7월 28일 브리핑에서 "서류 제출 당시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으로부터 결손금에 대해 왜 이렇게 표기했는지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원 장관은 이날 이스타항공 변경 면허 발급과정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엄정 조치' 방침을 밝혀 항공운행 재개에 난항이 우려된다.
날개 못 달고 속타는 2년 6개월...직원들 또 휴업·휴직
국토부 관계자도 이날 “이스타항공이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의도적으로 숨기려 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고, 고의가 있다는 의혹이 짙어 수사 의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이 국제항공운송사업 변경 면허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사실을 파악하고 특별 조사와 감사를 실시했다.
이에 600여명의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운항 재개를 앞두고 닥친 위기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2년 6개월 동안 참아왔는데 기약 없는 기다림이 계속될까 다시 걱정이다”며 “이스타항공의 운항이 재개돼야 모든 게 정상화될 수 있는 만큼 교통부는 운항 허가 절차를 꼭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이스타항공 직원들이 나서서 기업의 법적 책임과 별개로 생계를 위한 AOC 발급 추진을 강력 요청하고 있는 가운데 회사는 복직과 신규채용 절차를 중단하고 이달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임직원 530여명 전체를 대상으로 유급휴업과 유급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