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세 모녀 비극 남일 아니다...생활고 인한 극단적 선택, 막을 방법 없을까?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2022-08-29     이영광 기자

지난 21일 오후 수원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60대 어머니와 40대 딸 둘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이들 세 모녀는 암과 희귀병을 앓고 있었고 현관문엔 가스 검침원이 남겨둔 안내 메시지가 붙어있었다. 또한 외부 침입 흔적은 없다. 질병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인 듯하다.

8년 전 사건에서 기시감이 든다. 2014년 서울 송파구에서도 세 모녀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사회는 빈곤층에 대한 대책을 주문했다. 그런데 같은 일이 또 벌어진 것이다, 사실 알려진 게 8년 지난 지금 일어났을 뿐 생활고로 인한 극단적 선택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생활고로 인한 극단적 선택 막을 방법은 없을까?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들어보고자 지난 26일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정 사무국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가난·질병 장애 때문에 돌아가신 분들...똑같은 얘기 반복하는 사회”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 22일 수원 세 모녀 사건이 알려져 충격을 줬는데 이사건 어떻게 보셨어요?

“진짜 안타깝게 봤다고 밖에 말씀드릴 수 없어요, 수원 세 모녀가 돌아가신 문제와 비슷한 죽음이 계속 반복됐던 건데 그때마다 잘못된 진단만 계속되고 있어서 이런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때문에 굉장히 분노스럽고 저희가 성명 발표했는데 성명 발표할 때도 정말 많이 고민이 됐어요. 이게 벌써 8년이나 지난 송파 세 모녀와 더불어 그전에 있었던 가난 혹은 질병 장애 때문에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서 똑같은 얘기를 계속하는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들거든요.”

- 그럼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닌가요?

“그렇죠. 사실 송파 세 모녀 이후에도 사실 가장 최근이라고 하면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2020년에 방배동에서 발달장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김 씨가 당시에는 장애 등록 하지 않고 이수역에서 노숙하면서 어머니의 죽음을 알렸었던 게 있었죠. 그때도 생활고로 인한 죽음이었거든요. 알려진 죽음들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죽음도 굉장히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왜 이게 반복되는 거죠?

“당연히 대안이나 대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보시면 제대로 발굴하지 못한 이유를 주소지가 실제 거주지와 달라서 찾지 못했다고 얘기하거든요. 2014년에 송파 세 모녀가 돌아가시고 기초생활 보장법 개정, 긴급복지지원법 개정 그리고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는 등 세 가지가 ‘송파 세 모녀법’이라는 이름으로 재개정이 됐어요. 그중에 중요한 건 기초생활 보장법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인데 당시에 송파 세 모녀가 신청하지 않았다는 것에 집중하면서 발굴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 씨가 있는 제도도 이용하지 못해서 발생한 일인 것처럼 얘기했었단 말이죠. 그런데 동사무소를 찾아 신청하려고 했지만, 신청서조차 들어가지 않고 구두 거절당했다는 사실이 추후에 방송에서 밝혀졌어요. 사실 발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복지 제도가 필요한 사람들을 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 있거든요.

그리고 지금 발굴 시스템이라는 것 자체가 이런저런 체납 정보들을 모아서 어떤 것들을 몇 개월 체납했을 때 그 사람이 위기 가구로 선정되고 지자체에서 찾아가는 시스템으로 돌아가요. 그럼 송파 세 모녀는 지금의 시스템이 있었다면 위기 가구로 발굴됐을까죠. 송파 세 모녀는 당시에 건보료나 공과금 체납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게 절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거고 이게 저는 발굴하지 못해서라고 이야기하는 건 정부에서 책임 떠넘기기가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복지제도, 엄격한 자격 조건·과도한 조사...전반적인 사회보장 제도 개선 필요”

KBS 8월 24일 방송(화면 캡처)

- 그럼 근본적인 건 뭐라고 보세요?

“근본적인 대책은 제도들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인 거죠. 선정 기준 낮추고 보장 수준을 높여야죠. 지금의 복지제도는 엄격한 자격 조건과 과도한 조사로 인해서 수급 신청 하는 과정에서 잦은 의심 받으며 가난함을 반복해 증명하게 만들고 있고 그게 작동하다 보니 복지 제도를 이용하는 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다’라고 가난한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는 과정이 되고 그런 제도가 사회적으로 복지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차별과 낙인이라는 통념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하거든요.

복지 제도를 신청하려고 하면 이 복지 제도가 나에게 차별과 낙인을 안겨주리라는 느낌이 든다면 신청하는 게 주저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죠. 또 한편으로는 제도가 너무 과도한 선정 기준을 갖고 있다 보니까 내 지금 상황에서 이 제도를 신청했을 때 어떤 급여를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어떤 급여를 얼마만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이 전혀 불가능하게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어느 정도는 그런 판단이 서야 신청할 수 있는 것인데 지금의 엄격한 자격 조건은 제도 자체에 대한 차별과 낙인을 만들어내고 또 한편으로 신청하는 사람들이 이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정보 접근권과 신청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게 한 두 개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기초생활 보장제도 안에서만 해도 너무 낮은 재산 기준과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는 실제 없는 소득을 만들어내는 소득 환산, 근로 능력 평가, 부양 의무자 기준 둥 디테일한 나쁜 선정 기준들이 있는데 이것뿐만 아니라 긴급 복지 지원 제도로 넘어갔을 때는 또 다른 문제들이 있다는 거죠. 그래서 전반적인 복지가 실제 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접근 가능하게 하고 이게 추상적인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인 사회보장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가난을 죄악시하는 것도 문제 아닌가요?

“가난을 죄악시하는 게 문제가 맞기도 한데 그럼 왜 그렇게 되었냐라고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가난할 때 어떤 복지 제도를 이용하는 것에 왜 그렇게 차별적이고 낙인 적으로 받아들이게 무엇이 만들었을까라고 생각해 보면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어쨌든 복지 제도 설계 자체가 사실 그렇게 되어 있다는 것도 그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수원 세 모녀는 왜 주소지와 거주지가 달랐을지 생각해야”

- 아까 조금 말씀하셨는데 주소지는 화성인데 실제 거주는 수원이라서 파악을 못 했다는 것 같은데 납득이 되세요?

“주소지가 달라서 찾을 수 없었다는 건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주소지를 왜 달리할 수밖에 없었냐는 거죠. 물론 저희가 수원 세 모녀의 정확한 상황과 왜 그랬을지에 대한 것들은 알 수 없죠. 근데 감히 생각해 보면 예를 들어 체납 관련된 빚 독촉 때문에 그러셨을 수도 있고 아니면 해당 주소지의 주소를 유지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왜 그런 상황에 약탈적 금융 이용하고 체납 독촉을 계속 받는 상황이 될 때까지 공공에서 아무런 아무것도 하지 않았냐는 질문을 또 하지 않을 수 없는 거죠. 질문해 보면 지금 자신이 필요로 하는 복지나 사회안전망이 부재하고 또 그런 것들에 완전한 필요를 충족할 수는 없지만 긴급 복지 지원제도라든지 이런 것들이 선정 기준이 너무 엄격하기 때문인 거라고 저는 생각 하거든요.”

- 위기 가구 발굴 어떻게 하는지도 중요할 거 같은데 현재 발굴 시스템은 어떤가요?

“사실 저희는 사회복지 기관이나 전달 체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서 이 시스템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알지 못해요. 일단 지금은 정보 수집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데 저는 그 자체에 대한 비판도 갖고 있습니다. 이게 계속 더 많은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거든요. 최근 페이스북 관련해 개인 정보 동의해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있을 때 굉장히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었잖아요.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수집하는 정보는 그것보다 더 많은 개인정보거든요. 심지어 체납 정보 같은 것들이 있잖아요. 신용 정보까지 다 포함되는 것인데 이런 것들을 무작위로 수집해서 모아놓는 것이 맞느냐에 대한 질문도 저는 같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왜 그렇게 하는 거죠?

“제가 이것을 설계한 사람이 아니라서 알 수 없지만, 일단 정부의 책임을 여러 사람에게 전가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역대 정부가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를 강조했잖아요. 그러나 결과적으로 안 되었죠,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에 문제가 있었던 건지 아니면 작동을 안 한 걸까요?

“민감정보 수집 확대하는 방향의 시스템은 옳지 않고 복지제도를 신청하고 이용할 수 있는 제도로 개선해야죠. 일단 찾아가는 복지가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발굴 시스템 중심으로 얘기가 되어 왔지만, 실제 발굴된 사람의 입장에서는 신청할 수 있는 복지가 없는데 거기에 계속 초점이 맞춰진다는 게 문제의 근본을 가린다고 생각하고요. 내 소득이 중단됐을 때 기초생활 보장제도가 있다. 긴급 복지 지원제도가 있다. 그런데 그것을 소득재산 기준이 현실을 반영하고 아까 제가 잠깐 말씀드렸었는데 그냥 기초생활 보장제도 관련해서 선정 기준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5,400만 원이 재산 기준이에요.

그 재산 기준을 넘어가는 재산총액에 대해서 주거용 재산이면 1.04% 금융재산이면 6.26% 월 소득으로 환산합니다. 그리고 또 근로 능력 평가가 있고 부양의무자 기준이 있어요. 이렇게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는데 내가 이것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어떻게 판단하겠어요? 사실 이건 사회복지 노동자들이나 일선 전담 공무원들도 상담으로는 파악이 거의 불가능 한 거거든요. 그리고 그 제도가 차별적으로 작동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 하고요. 위기 발굴 시스템이 물론 실태조사 같은 것들은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인데 지금과 같이 민감 정보들을 계속해서 수집하는 방식의 시스템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죽음이 발생했을 때 대다수가 여성...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구조의 문제”

JTBC 8월 24일 방송(화면 캡처)

- 우리나라는 신청할 때 당사자가 가난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있잖아요. 때문에 안 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거 같은데 이런 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제도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수치스럽거나 차별받는다고 생각하지 않게 만들어야겠죠. 그건 사회적 통념을 바꾸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금과 같이 엄격한 자격 조건 하에서의 계속 가난을 증명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번 의심 받게 만드는 제도 전반의 선정 기준과 절차를 개선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물론 제도 설계를 바꾼다고 해도 지금까지 꽤 오랜 시간 그렇게 운영되어 왔기 때문에 사회 통념이 한 번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것부터 시작해야 ‘이 복지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나의 권리이다. 그리고 내가 소득이나 소득이 삭감되거나 중단됐을 때 당연히 이용할 수 있는 것’이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 더 이상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해야 할 것 같은데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뭔가요?

“지금 당연히 먼저 해야 될 건 복지 제도와 관련된 선정 기준과 보장 수준에 대한 개선 하는 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정부에서도 경찰을 동원해서 찾아내겠다는 얘기를 하는 것인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요. 그것보다 일단 신청했을 때 실제로 받을 수 있는 복지제도를 만드는 것 그리고 동사무소 찾았을 때 복지 제도 이용하는 것이 의심받는 경험이 아니라 환영받는 경험으로서 작동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 선정 기준과 보장 수준 개선해야 되는 게 맞다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수원 세 모녀도 그렇고 송파 세 모녀도 그렇고 이게 당연히 이런저런 경로를 거쳐서 복지 제도가 필요한 상황에서 돌아가셨다는 점에서 복지제도와 관련된 특히나 기초생활 보장제도 하고 긴급 복지 지원제도와 관련된 얘기들이 많이 나오는 것인데 더불어 그런 상황까지 올 수밖에 없었던 다른 요인들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약탈적 금융을 왜 이용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전부 그런 건 아니지만 이런 죽음이 발생했을 때 대다수가 여성입니다.

그러면 이들이 소득이 감소하거나 중단되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같이 얘기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지금 당장은 복지제도로 이야기되는 것이 있지만 그 이면에 더 깊이 들어갔을 때 다른 사회 구조 속에 있는 정책들을 얘기하고 손봐야 하는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번에는 달라질 수 있을지 아니면 시간이 지나고 흐지부지될까요?

“그걸 저희가 예측할 순 없는 거지만 사실 지금은 관련한 언론 보도 등이 나올 때마다 착잡할 수밖에 없는 게 계속 발굴 시스템 중심으로 이야기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는 것 같고요. 어쨌든 그건 예측할 수 없지만 계속해서 발굴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구조의 문제라는 것을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