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돈이 없다고!

특별기고-김동애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 투쟁본부 본부장)

2020-04-20     김동애
 김동애 박사

어릴 때 외가에 가는 걸 좋아 했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두 분은 친정어머니 어릴 때 일찍 돌아 가셨는데 그 사실을 모를 정도로 외갓집에 가면 친정어머니 형제 사촌 등 구분 없이 ‘누구야 밥 먹고 가라’며 이 집 저 집에서 환대를 했다. 어른들은 밥 먹는 걸 지켜보다 밥을 남길가 봐, 얼른 물이나 국을 부어 다 먹게 했다.

마당에는 찐 삼베가 널려 있고 밤이면 등잔불 아래서 모시를 삼으셨는데 내가 집에 올 때는 할머니들은 동구 밖까지 따라 오시며 속바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하게 넣어놓으셨던 돈을 꺼내 주머니에다 찔러주셨다. 특히 내가 각별히 좋아 했던 한분 할머니에 대한 일화는 어린 마음에도 존경스러웠다. 그 분은 아침에 일어나셔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지 않는 집이 있으면 일거리를 만들어 당신 손자를 보내 일을 부탁하고 아침을 같이 들고 품값을 주었다 한다.

또 하나 잊혀 지지 않는 친증조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다. 증조할머니는 저녁을 잡수시면 매일 증손녀인 나를 앞세우고 마을부인들이 모여 모시를 삼는데 마실을 가, 배비장전 춘향전 심청전 별주부전 등 얘기책을 밤늦게까지 구성지고 재미있게 읽어주셨다.

두 분 다 1950년대 60년대 우리네 농촌의 평범한 당시 표현대로 하면 ‘안노인’이셨지만, 마을공동체에서 그 분들의 역할은 아무 의미가 없었을까.

강사법 유예 이유, "대량해고" vs. "돈이 없다"

2011년 강사법이 통과 되고 4번 유예 되고 2019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유예의 가장 큰 이유가 강사들 반대 이유는 대량해고이었고, 대학은 돈이 없다고 했다. 강사는 6시간 이하로 강의 시간을 제한하며 대량해고의 불안을 줄였다.

그런데 대학은 여전히 돈타령을 한다.

과연 돈이 없을까. 아니다. 2017년 10월 국회 유은예 의원실에서 나온 국정감사 자료 “4년제 사립대학 2016년 결산분석 보고서”를 보면 대학은 결코 돈이 없지 않다. 대학마다 매해 예산을 넉넉하게 책정하여 “2016년 154개 4년제 사립대학들의 결산을 분석한 결과 총 이월금이 7,062억 원으로 예산편성 당시 예상한 이월금 867억 원보다 6,195억 원을 더 남긴 것으로 확인되었음, 이는 전년도 2015년에 예산대비 5,224억 원을 더 남긴 것과 비교해도 증가한 수치 임“을 입증한 자료는 ‘대학들이 결코 돈이 없지 않다’ 라는 충분한 반증이다.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가 15차 회의를 거쳐 합의한 구체적 내용이 있다. 대학강사에게 교원지위와 대학강사도 교육 연구 학생지도 임무를 인정하고, 강사 대량해고 방지를 위해 6시간 이하로 강의 시수를 한정했다. ‘교원심사소청권을 인정한다’였다.

위 자료에 따르면 기존 4년제 대학 예산 총액은 18조 8757억 원으로 인건비는 전체 지출의 40.9%인 7조7214억 원이다. 이 가운데 4년제 대학 강사의 강의료는 2.221.1억 원이다. 사립대 전체 인건비의 약 2.9%에 불과하다. 대학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강사 강의의 비중이 평균 대략 30% 인데 인건비는 2.9%에 불과하니 그 열악한 정도는 상상 이상이다.

대학이 돈이 없다는 말은 부끄럽고 부끄러운 거짓이고 사기

대학강사개선협의회에서 그동안 논의하고 합의한 방학 중 강의료를 지급하고 1년 이상 계약이니 퇴직금을 줘야하고 4대 보험 중 건강 보험이 추가 된다. 여기에 드는 추가비용은 국공립대학 사립대 전문대 전체 대학의 방학 중 강의료는 2244.3억 원, 4대보험 중 기존에 지급 안 되고 있는 건강보험을 추가 한다면 210.1억 원, 퇴직금 561.1억 원이 추가 된다. 전체 추가비용은 국공립대학 4년제 사립대학 전문대학을 다 합해도 전체가 “3,015.5억 원이 필요하다. 이것을 430개 대학으로 나눠보면 한 대학에 평균 7억 정도의 추가비용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4년제 사립대학 경우를 다시 보자. 방학 중 강의료 1.110.6억 원 의료보험 103.9억 원 퇴직금은 277.6억 원으로 전체 1천492.1억 원이 필요하다.

2016년 4년제 사립대학의 총 이월금 7,062억 원의 21%만 써도 된다. ‘돈이 없다’ 라는 말은 거짓말임이 확실히 드러난다. 대학은 일방적인 기존 착취구조의 단맛을 그대로 누리고 싶을 뿐이다.

마을에서 이웃이 굶으면 한 끼의 밥이라도 나눠먹던 촌부의 인정이나 미덕에도 못 미치는 오늘날 우리 대학을 어찌하나. 대단하신 대한민국의 대학재단과 보직교수들아. 대학이 돈이 없다는 얘기는 이제 그만하자. 부끄럽고 부끄러운 거짓이고 사기이다. 대학이 돈이 없다는 말을 듣고 아직도 고개를 끄덕이는 행정 관료들 국회의원들 정신 차리시라.

대학 강사의 교원 지위 회복과 함께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 잡은 ‘나만 잘 살면 된다’는 대학은 무엇을 하는 공간이고 공동체인가. 그 옛날 마을에서 한글을 읽을 수 있다는 지식 한 가지만을 나눠도 마을 부인네들을 저녁마다 행복하게 할 수 있었고, 삶에 활력을 제공했다. 현재 대학이 지역사회와 국가에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지 우리는 대학 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함께 찾고 회복해야 할 정신과 가치가 무엇인가 근본을 돌아 볼 때이다.


 김동애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투쟁본부 본부장 

-중국근현대사전공. 국립대만사범대학 박사. 

-전 숙대강사, 전 한성대 대우교수. 

-김동애 역, 『중국사학사』, 자작나무,1998.

-김동애 외, 『비정규교수 벼랑끝 32년』, 이후, 2009. 

-김동애 외, 『지식사회 대학을 말한다』, 선인, 2010. 


/<사람과 언론> 제2호(2018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