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어진 이재명 '대세론' 속 호남정치 '위기론'...무관심·줄서기 '극심'

[뉴스 큐레이션] 2022년 8월 22일

2022-08-22     박주현 기자

'이재명 굳어진 '대세론'… 호남 무관심은 '숙제’' 

'호남의 답은 투표 '보이콧'···싸늘히 식은 民 심장' 

'호남 단일 후보 송갑석, 약진에도 순위권 진입 못해' 

더불어민주당 호남지역 경선에서 당권 주자인 이재명 후보가 압승하면서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을 넘어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 구도를 사실상 결정지었지만 지역 민심은 싸늘하기만 하다. 

특히 '민주당 심장부' 또는 '텃밭'으로 불려온 호남지역에서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실시된 전북에 이은 광주·전남지역 순회경선의 저조한 투표율을 놓고 ‘민주당 심판을 넘어 외면’, ‘싸늘히 식은 민주당 심장’이란 평가와 함께 '호남정치 위기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전북 34.07%, 광주 34.18%, 전남 37.52%...전국 가장 낮은 투표율

무등일보 8월 22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승부처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호남대전'이 20일과 21일 끝난 이후 22일 자 지역 일간지들의 정치면 기사들은 30%대의 낮은 투표율을 다양하게 분석했다. 

앞서 21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5차 전당대회 광주·전남지역 순회경선 투표율은 최종적으로 광주 34.18%, 전남 37.52%를 기록했다. 또 20일 오후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전북지역 경선에서는 이보다 낮은 34.07%를 기록해 전국 최하위 수준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 광주·전남지역 언론들 중 무등일보는 ‘호남의 답은 투표 '보이콧'···싸늘히 식은 民 심장’이란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예상된 '호남대전'이 싸늘히 식은 심장의 모습만 재확인한 채 막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호남의 답은 투표 '보이콧'···싸늘히 식은 민주당 심장”

또한 기사는 “광주·전남지역의 투표율에 관심이 쏠렸으나 예상대로 저조한 기록을 나타냈다. 지난 충청 경선까지 누적 투표율이 37.69%라는 점에서 전국 평균 아래는 물론 전국 최하위 수준”이라며 “호남은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의 3분의 1 가량인 42만명(32%)이 몰려 있다. 광주는 9만 2,154명, 전남은 17만 1,321명이 포진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호남지역 출신이 많은 수도권 표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최대 승부처'이자, 방향계로 인식됐으니 민주당 심장은 '보이콧' 수준의 저조한 투표율로 답을 대신했다”고 강조한 기사는 “앞서 호남권 권리당원 온라인투표에서 전북은 17.20%, 광주·전남은 각각 18.18%, 16.76%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특히 현역 민주당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도 냉엄하다”는 기사는 “호남 단일 후보로 나선 송갑석 최고위원 후보(광주 서구갑)는 안방에서 조차 확고한 지지를 받지 못했다”면서 “송 후보는 이날 최고위원 선거에서 전날 전북에서 5.82%(6,248표)를 획득하며 7위를 기록한 데 이어 광주에서 22.27%, 전남에서 14.55%를 기록했다. 2인 1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불신임에 가까운 성적”이라고 지적했다.

기사는 윤영찬 최고위원 후보의 말을 인용해 "비판보다 무관심이 더 무섭다. 당원이 당을 버리고 전당대회를 외면하는 현실이 부끄럽고 두렵다며 자성의 목소리도 내기도 했다“면서 ”오승용 킹핀정책리서치 대표도 ‘지역에서 민주당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고 전했다.

호남 무관심 숙제...대세론에 균열 불가피”

전남일보 8월 22일 2면 기사

전남일보는 ’이재명 굳어진 '대세론'… 호남 무관심은 '숙제'‘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재명 후보는 새 지도부가 '친명(친이재명)계'로 굳어지면서 향후 이재명표 '전국 전당'으로 가는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리며 ”하지만 당의 기반인 호남에서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하면서 향후 '호남 무관심'을 어떻게 회복할지가 과제로 남았다“고 지적했다.

또 기사는 ”이 후보와 친명계 인사들의 지도부 입성 가능성은 커졌지만, 대표 '텃밭'인 호남의 저조한 투표율이 싸늘한 당심을 반영했다는 의견도 있다“면서 ”현재까지 지역 경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이 후보의 승리는 확실시되지만, 광주·전남의 성적표가 지금껏 받아 온 지역 표에 비해 저조한 결과를 보여 '대세론'에 균열도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상당한 후폭풍 예상“

광주일보 8월 22일 1면 기사

광주일보는 ’이재명 호남대전 압승…누적 78.35%‘의 기사에서 ”권리당원 평균 투표율과 호남 권리당원 투표율이 40%에 못 미쳐 새로운 지도부 출범을 앞둔 민주당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며 ”호남지역 순회 경선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려던 박용진 후보는 자신의 고향인 전북에서 23.19%의 득표율에 머무른데 이어 광주에서 21.42%, 전남에서 20.98%를 득표하는데 그치면서 추격세를 살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호남 단일 주자인 송갑석 후보는 광주와 전남에서 2·3위를 차지하며 나름 선전했지만 투표율이 낮은데다 전북에서 7위(5.82%)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이 뼈 아프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기사는 ”진보 진영의 심장인 호남 민심이 지난 지방선거에 이어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되면서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광주·전남지역 일간지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지역 순회경선에서 낮은 투표율과 지역 출신 후보들이 저조한 득표율을 보인 것은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확산되면서 관심도가 저조해진 데다 '이재명 대세론'이 복합되면서 발생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다만 민주당 텃밭인 호남의 무관심을 앞으로 어떻게 회복할지가 관건이란 지적들이 눈에 띈다.

”전북 출신 고향서 참패, 이재명 줄서기만?“

전북도민일보 8얼 22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지역에서는 전북도민일보와 새전북신문이 지역 순회경선에 대해 ’줄서기‘, ’눈치보기‘ 정치로 지역 정치권에 후폭풍이 예상된다는 엇비슷한 논조의 기사를 보도했다.

전북도민일보는 ’전북 출신 정치인 고향에서 참패… 이재명 줄서기만‘이란 제목의 해설 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북 순회경선 후 전북 정치권이 심한 홍역을 앓을 전망“이라며 ”지난 20일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전북 경선은 예상과 달리 호남 후보의 무덤이 됐다“고 전제했다.

이어 기사는 ”전북 장수가 고향인 박용진 당 대표 후보의 전북지역 권리당원 득표율은 23.19%에 그쳤으며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남원이 고향인 윤영찬 후보는 7.31%, 호남 단일후보로 나선 송갑석 후보의 득표율은 5.82%로 8명의 후보 중 6위와 7위를 기록했다“며 ”이같은 결과는 호남 후보들의 고향에서 참패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전북 경선 결과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뒤 따르겠지만 후보 못지 않게 전북 정치권을 향한 정치적 부메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것 같다”는 정치권 관계자의 말은 전했다.

“특히 전북 정치권은 이번 전북 경선에서 차기 총선 공천만을 의식한 행보를 드러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기사는 “전북 정치 위상 확보 등 정치적 명분이나 도민 여론에 아랑곳 하지 않고 차기 총선 공천의 유불리만을 따져 지지후보를 결정했다는 비난도 이 때문”이라며 “민주당 소속 전북 의원 일부는 자신들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당대표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했다. 또 최고위원도 일명 ‘오더’를 통해 친이재명계 후보 지지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해 민주당 내부 전북 정치권의 줄서기와 눈치 보기가 얼마나 극심한지를 전해주었다.

“전북, 줄서기 정치 민낯...현역 8명 중 5명 이재명 편에”

새전북신문 8월 22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이날 새전북신문도 ‘전북 순회 경선 줄서기 정치 민낯 드러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도내 의원들은 이재명 후보 지원에 앞다퉈 나섰다”며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이 후보를 지지해온 김윤덕, 이원택 의원 외에 친 정세균계 의원들이 합류, 현역 국회의원 8명 가운데 5명이 이재명 후보 편에 섰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하지 않은 의원들 또한 사정은 비슷했다. 경쟁자인 전북출신 박용진 후보, 혹은 유일한 비수도권 출신 호남 송갑석 후보 손을 들어준 의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고 밝힌 기사는 “이들은 ‘중립’이라는 이름으로 이번 전대와 거리를 두며 권리당원의 자율적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결과적으로 다수가 이재명 대세를 오롯이 따른 셈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사는 “도내 정치권의 한 인사는 ‘차기 총선을 앞두고 일부 국회의원을 제외한 절대 다수의 입지가 위태롭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지도부의 보호 구역으로 입장하기 위해 지역과 소신보다는 당선 가능성을 우선 순위에 놓고 도내 국회의원 등 지역위원장들이 권리당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두 신문의 기사를 종합하면, 이번 민주당 지역 순회경선에서 전북이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인 것은 위기 의식에 휩싸이거나 총선을 겨냥한 현역 의원들의 줄서기와 눈치 보기가 작용한 데다, 대세에 따른 전략적 투표에 기인한 것으로 요약된다. 

/박주현 기자